이정은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 박사/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

[에듀인뉴스] 부득이한 일 때문이 아니라면, 단순하게 친목이 우선 되는 모임이라면 최대한 지양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염두에 두며 살아가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산다는 게 어디 그런가, 

꽤 오랜 시간의 공백기를 두고 가능한 한 사람들의 이동이 제일 적은 시간대를 선택해서 널찍한 장소를 물색해서 보고 싶은 이들을 만난다. 물론 마스크는 필수다. 

아무리 느슨하게 착용해도 시간이 흐르면 마스크의 고리를 지탱하는 귀의 뒷부분이 은은히 아파 온다. 이 모든 것들은 얼마 전까지는 일상이 아니었으나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식주 중 가장 우선시 되는 요소는 식(食)이 아닐까? 먹고 사는 문제라는 말은 있어도 입고 사는 문제란 말은 없지 않은가. 식료품은 생존을 위한 필수이고, 그 때문에 어떤 가정에서든 일정 정도는 소비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간다는 게, 각기의 역사와 문화를 달리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통 하루 세끼를 먹는다는 사실은 또 나름 공통적이다. 아무리 잘 살아도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다섯 끼, 여섯 끼를 먹지는 않는다. 

음식의 질이나 가격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아 조금은 그 의미가 퇴색되었는지 몰라도 총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 엥겔계수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먹고 사는 게 해결이 되면 인간은 긍정적인 쪽이든 아니면 부정적인 쪽이든 다른 분야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 하니까. 

한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세포는 똑같은 유전정보를 지니고 있다. 즉 같은 DNA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세포가 똑같은가? 피부세포와 간세포, 혹은 뇌세포가 같지 않다는 것은 당연하며, 더 나아가 같은 세포라도 주위 상황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건강한 세포와 병든 세포는 같을 수가 없다. 유전자는 같으나 세포 내에서 발현되고 활성화 되는 단백질의 종류나 양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DNA에 새겨진 유전정보가 단백질이라는 세포 구성 물질, 세포 활성 물질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경로를 거치는데, 도식화하여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유전정보는 필요한 시기에 필요 정보만 전사(transcription)라는 과정을 거쳐 RNA로 읽히고, 이는 다시 번역(translation)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단백질로 합성된다. 

같은 조직이 특정 상황에서 어떤 단백질을 취사선택하느냐를 살펴보면 특정 단백질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유추할 수 있다. 많은 실험실에서 세포내 단백질의 발현 양상을 살펴보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단백질의 기능, 혹은 단백질 사이의 상호 연관성 등을 규명하려는 시도를 한다. 

그런데 자연과학 쪽 논문에서 데이터를 작성할 때는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 reference다. 

예를 들어 같은 조직의 세포들이 일반 상황(대조군)과 스트레스 상황(실험군)에서 각기 다른 유전자 발현양상을 보인다고 할 때, 그것을 규명하는 방법은 전사된 RNA의 양을 실시간으로 살펴보거나 혹은 합성된 단백질의 양을 측정한다. 

일반화 되어있는 기술로 세포들에서 단백질들을 추출해서 각각의 발현된 양을 살펴보는 경우 실험군에서 나타난 특정 유전자의 발현상태가 대조군에 비해 현저히 많거나 적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단순한 1:1 비교로는 신빙성을 부여할 수 없다. 

실험 중에 나타날 수 있는 우연의 요소들은 많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Housekeeping Gene의 존재다. 이는 세포의 생존에 필요불가결한 유전자로 세포가 어떤 상황이든 (살아있다면) 발현되는 유전자를 의미한다. 

실험군과 대조군의 세포 수를 일정하게 맞추고 이 Housekeeping Gene의 발현 상태를 먼저 관찰한 다음 원하는 유전자의 발현 정도를 비교하여야 하는 것이다.

세포가 생존하는 한 어떤 상황에서든 일정량으로 필요한 단백질의 존재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식료품이 차지하는 엥겔 계수와 비교할 수 있겠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누군가 청소기를 장만했다는 근황을 들었다. 

어른 단 둘이 살아가는데 청소가 무슨 필요가 있겠냐는 우스개 물음에, 아무리 어지르는 사람이 없어도 먼지는 쌓이더라는 당연한 대답을 거쳐, 가만히 놔두면 우주는 무질서의 세계로 간다는 엔트로피(entropy)란 단어가 등장하고,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는 결론까지 내었다. 

Housekeeping Gene에는 아무도 특별한 관심을 주지는 않지만 관련 논문에는 빠짐없이 등장해야 한다. 현상유지를 위한 그 유전자가 발현된다는 것은 세포가 살아있다는 뜻이며 당연히 에너지가 필요하다.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르면 현상유지 자체만으로도 에너지가 필요한 것인데, 그 현상유지의 조건이 늘고 있다.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적인 만남에까지 새롭게 신경써야 하는 여러 가지 항목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는 언제쯤 되어야 하루 세끼를 챙기듯 마스크를 챙기고 외출하게 될까? 나를 둘러싼 세계는 이토록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이정은 
이정은

이정은=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 석사를 거쳐 같은 대학 생화학 연구실에서 특정 단백질에 관한 연구로 생물학 박사를 취득했다. 귀국 후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충북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고 충북대와 방통대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복지관에서 세계문화와 역사교실 강좌를 담당하며 어린 시절 꿈이었던 고고학자에 한 걸음 다가갔다. 또 계간 '어린이와 문학' 편집부에서 함께 일하며 인문학에서 과학으로, 다시 인문학으로 넘나들면서 크로스오버적 시각에서 바이오필로피아를 담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