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심으로 산다'는 프랑스인...안전한 바캉스 위해 사회적거리두기 하실래요?

[에듀인뉴스] "저희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행정가, 건축가, 예술가, 보건전문가, 경영전문가, 평범한 직장인과 유학생 등입니다. 언젠가 자신의 전공과 삶을 이야기하다 한국의 많은 분과 함께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전공과 각자의 철학과 시선으로 느끼고 바라본 프랑스 이야기에서 시사점을 얻어가길 바라며 프랑스의 한국인 이야기를 관심 갖고 지켜봐주십시오."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국가는 어디일까?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가 발표한 ‘2018년 국제관광 보고서(UNWTO Tourism Highlights 2018 Edition)’에 따르면,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로 집계됐다.

2018년 8900만명이 방문하였고, 관광 수입에서는 미국과 스페인에 이어서 670억 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프랑스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소비는 프랑스 국내총생산(PIB) 7.4%를 차지한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전 세계 관광산업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에두아르 필립(Edouard Philippe) 전 프랑스 총리는 5월 14일에 있었던 브리핑을 통해 관광산업이 최악의 도전에 직면했음을 선언하고 코로나 19 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본 자국 관광산업에 총 180억 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국민들이 7~8월에 여름 바캉스를 갈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어에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라는 표현이 있다면 프랑스인들은 ‘바캉스심으로 산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오죽하면 자가격리 중에도 프랑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올여름 바캉스를 떠날 수 있는가?’, ‘코로나 시대에 떠나는 바캉스에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캠핑카로 떠나는 바캉스는 과연 안전한가?’ 등을 주제로 토론이 자주 벌어졌다.

주로 피서나 휴양을 위한 휴가를 뜻하는 프랑스어 바캉스(vacance)는 라틴어 ‘vacans’의 과거분사 ‘vacare’에서 유래한 것으로 ‘텅 빈’, ‘아무도 없는’, ‘무언가 부족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어 ‘vacance’는 단수형으로 ‘비어 있어서 채울 수 있는 자리’를 말하며, ‘vacances’는 복수형으로 ‘휴가’, ‘자유 시간 가지기’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1)

1) Vacances étymologie (바캉스단어의어원) https://www.lexilogos.com/vacances_etymologie.htm

바캉스라는 단어의 어원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프랑스 사람들은 ‘일 년 열두 달 중, 한 달의 바캉스를 위해 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캉스를 기대하고 준비한다.

매년 7~8 월이 되면 파리, 리옹과 같은 대도시는 바캉스를 떠난 사람들로 인해 한산해지고, 북쪽의 노르망디 해변, 서쪽의 대서양, 남쪽의 지중해 해변은 바캉스를 즐기기 위해서 몰려든 인파로 북적거린다.

Josep LAGO.(출처=2019 AFP)
프랑스 해변가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프랑스인들.(출처=Josep LAGO, 2019 AFP)

세계 최초의 유급 휴가 또한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1936년 사회당이 주도하는 인민 전선이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좌파정부를 구성하는데, 결과물로 인민전선은 모든 노동자에게 주당 40시간의 노동과 연 15일의 유급 휴가를 보장받도록 법을 정하면서 시작되었다.

1936년 2주로 시작된 유급 휴가의 기간은 점차 길어져, 1956년에는 3주, 1968년에는 4주, 1982년에는 5주로 늘어났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바캉스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올여름 코로나로 인해 프랑스에서는 장거리 해외여행보다 자국 내 여행을 장려하고 있다.

꿈에 그리던 여행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지 못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안전한 바캉스를 보내면 어떨까?

김희소 프랑스 유학생(음식역사문화학 석사)
김희소 프랑스 유학생(음식역사문화학 석사)

 


김희소. 울산대학교에서 경영정보학을 공부하던 중 프랑스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불어불문학을 복수 전공하고, 교환 학생으로 간 프랑스 미식 도시 리옹 Université de Lyon 2에서 공부했다. 프랑스 유학 생활을 통해 한국 음식과 다른 프랑스 음식과 그들의 오랜 문화유산에 푹 빠져 투흐에 있는 École supérieure en Intelligence des Patrimoines과 Centre d'Études Supérieures de la Renaissance에서 음식역사문화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Dis-moi ce que tu manges, je te dirai ce que tu es.(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내게 알려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19세기 프랑스의 미식가 겸 사법관이였던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은 개인의 음식 취향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을 유추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추운 겨울날 부엌에서 뭉근하게 끓인 호박 수프와 오븐에서 갓 구워낸 뜨겁고 김이 솔솔 나는 라흐동, 토마토, 대파가 들어간 프랑스식 계란 야채 파이, 키쉬(Quiche)를 식탁에 차려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들은 우리의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처럼, 제가 만난 맛있는 프랑스 식문화와 역사를 소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