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의 양심 실천 말하기 대회를 실시하고

[에듀인뉴스] 양심(良心: conscience)이란 무엇인가? 우리말 사전에 의하면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 정의하고 있다. 

간단한 사용의 일례를 보면 ‘양심의 가책’이나 ‘양심에 부끄럽지 않다’고 말하듯이 자기가 행하거나 행하게 되는 일, 특히 나쁜 행위를 비판하고 반성하는 의식을 말한다. 

이처럼 양심은 좋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속성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양심이 실종된 인간의 모습은 우리를 실망케 하거나 분노케 한다. 반면에 양심적인 행위는 크게 공감하고 격려한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최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젊어서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인 와튼 스쿨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잘 보는 것으로 유명한 똗똑한 아이에게 후하게 돈을 지불하고 대학입학 자격시험(SAT) 대리시험을 보게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의 조카 메리(55)는 7월 14일 출간할 책 <넘치는데 결코 만족을 모르는: 어떻게 나의 가족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을 만들어냈나?>에서 이렇게 기술했다고 미 언론이 7월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진=sbs 캡처)
(사진=sbs 캡처)

미국이란 나라와 최고 지도자 대통령의 과거가 너무도 비양심적이고 파렴치한 행위로 이는 단지 가십(gossip)거리를 넘어 충격적이기도 하다. 국내적으로는 최근에 2020년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유치원, 초중고, 대학이 온라인 수업으로 돌입한 상태에서 인하대의 의학부 학생들이 온라인 중간고사에서 90%가 넘게 특정 의학 과목에서 집단 컨닝을 저지름으로써 큰 충격을 주었다. 

이는 한 대학의 경우만이 아니다. 건국대, 서강대, 한양대 등의 경우도 언론을 통해 학생들의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사실이 공개되기도 하였다. 나아가 세계의 최대 명문인 하버드 대학교의 경우도 부정행위는 예외가 아니었다. 

이처럼 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사실은 늘 우리 주위에서 있었고 그 치명적인 유혹에 곧잘 인간의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는 불명예의 극치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의 제물포고등학교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1956년 1학기부터 2020년 현재까지 65년의 무감독 시험 제도를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공립고로 유명하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학교의 전통으로 전해져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의 양심 실천에 대한 자긍심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2020학년도에 입학한 신입생들도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학교의 전통과 분위기에 녹아들어 순도 99.99%의 무감독 시험에서 양심 실천을 해나가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매년 1,2,3학년 전체가 모여 동문 선배들과 함께 거행한 무감독 시험 선서식을 실시하지 못해 가정통신문과 온라인 교육, 등교수업 일정에 따라 창의적 체험활동의 일환으로 담임교사의 안내, 학교장의 훈화 방송 등으로 대체되었다. 

또 1,2,3학년 희망 학생으로 구성된 각 학년별 10명 내외(총 30명 내외)의 양심지원단의 봉사활동으로 홍보를 실시하였다. 

이렇게 자리를 잡아가는 양심 교육은 시험 당일에 교실에서 전교생이 외치는 “양심의 1점은 부정의 100점보다 명예롭다”는 선서를 기반으로 교실 게시판에 부착된 양심선언문을 낭독하고 재다짐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이 시간에 소름이 돋도록 양심 분위기에 젖어 들어간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에 없는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렀다고 말한다. 

시험 후에는 매일 종례 시간에 양심 실천에 대한 간단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그뿐이랴. 교내의 다양한 행사를 통해서 소감을 글과 말로써 발표하고 학생들은 서로를 진정으로 신뢰하는 기반을 더욱 굳건히 다져가고 있는 것이다. 

(사진=전재학 교감)

“교감선생님은 여러분이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양심을 생각하고 양심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는 여러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등학교 입학 후에 새로운 첫 경험을 하면서 느끼고 배우며 자신의 가치관으로 만들어 가는 여러분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타인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되었다고 지난번 ‘무감독 시험 체험기’에서 밝힌 것처럼 여러분의 의식이 성숙해지는 것에 대해서 격려와 응원을 보냅니다. 

이번에는 양심 실천 말하기를 통해서 더욱 자부심을 고양하는 명문 제고인(濟高人)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오늘 여기에 참석한 여러분들은 하늘의 반짝이는 별보다 더 빛나는 미래 우리 사회의 동량(棟樑)이자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큰 바위 얼굴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 파이팅 합시다!” 

이상은 이번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양심 실천 말하기 대회에서 학교장을 대신하여 필자가 인사말을 한 내용이다. 

이는 6월의 양심 체험기 쓰기에 이어 신입생들에게 인성교육(양심)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에 이어 2회 째 실시한 행사이다. 이렇게 역사를 이어 끊임없이 진화하는 양심교육은 오늘의 제물포고가 있게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2020학년도 양심 실천 말하기 대회는 ‘양심 실천을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침으로써 스스로 실천하는 제고의 양심인을 육성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실시되었다. 지난 7월 3일까지 A4 1~2장 분량의 원고를 받았고 ’첫 무감독 시험 체험기 쓰기‘ 행사에 참여한 학생은 그 내용을 수정하여 제출하는 것도 허용하였다. 

원고 내용은 양심과 관련된 내용(양심 실천 의지, 우리나라 양심교육, 우리학교 무감독 시험, 양심적인 인물 등)이면 어떤 소재도 가능했다. 제출한 원고 46편을 대상으로 1차 원고 심사를 통해 최종 대상자를 10명을 7월 6일에 발표하였고 그중 개인 사정으로 취소한 2명을 제외한 8명이 7월 16일 말하기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대회 운영 방법으로는 제출한 원고 내용을 중심으로 ’양심 실천 말하기‘를 5분에 걸쳐 실시하였는데 원고를 읽는 차원이 아니라 말하기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퍼포먼스, 자료 활용(예, PPT) 등 창의적 방법으로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실제로 참여 학생들은 PPT 자료를 창의적으로 제작하여 전자기기 운용에 대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 세대의 특징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심사 기준으로는 내용의 적절성, 논리성, 발표의 참신성을 위주로 실시하였다. 이에 따라 금상 1명, 은상 2명, 동상 3명을 시상하게 되었다. 참가 학생들은 작년 선배들의 동영상을 참고하여 사전에 준비를 해왔으며 거의 원고를 보지 않고 PPT 자료를 능숙하게 설명하고 기타 예화나 체험을 곁들여 각자의 방식으로 창의적인 발표를 하여 눈길을 끌었다. 

대회 시간 내내 참석한 필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웃고 격려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에 한 학생의 원고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1학년 황○○입니다. 사실 말하기 대회의 시간이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5분밖에 안 돼서 너무 아쉽습니다. 여러분과 소통하며 말하기를 했다면 더더욱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거두절미하고 오늘 제가 여러분께 발표할 ‘너한테 항상 있는 것 양심!’에 대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제가 이 발표를 준비하며 양심에 대한 정의를 한번 알아봤습니다. 한번 읽어보면, 양심은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실 너무 어렵지 않나요? 저도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렇다면 과연 양심이라는 이 단어가 정말 정의대로 어렵기만 하고 힘든 그런 단어일까요? 자 다시 한 번 제목을 읽어 주시죠. 너한테 항상 있는 것 양심! 네. 이 제목 그대로 제가 말하고 싶은 양심은 정말 항상 내 곁에 있고 누구나 다 경험하고 느껴볼 수 있는 하나의 가치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겁니다. 마치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말처럼 말입니다. 

(사진제공=전재학 교감)

자, 화면 한번 보시죠. (임마누엘 칸트의 말을 보고 설명하기) 아니 그렇다면 왜 이렇게 우리 곁에 항상 있는 양심이 그렇게 어려운건가요? 아니 도덕이 왜 어려운건가요? 그래서 제가 생각을 해봤더니 저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더라고요. (초등학교 때 유난히 도덕에서 많이 틀리던 초등학생들) (중학교 때 도덕을 직접 체험하지도 않고 그저 외우기만 해서 시험을 봤던 기억) 사실 어떻게 보면 주입식 교육의 또 다른 폐해인 것이죠.

마치 제물포고의 무감독 시험처럼 마음으로 직접 느끼며 반성도 할 수 있는 그러한 기회를 학교가 주고 있지 않았다는 점, 이러한 점에서 요즈음 학생들이 도덕을 너무 어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양심을 외운다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정말 바르고 고운 성품을 갖기위해서 이제는 무언가 다른 방식으로 이끌어 나가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양심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정말 이 한마디를 하고 싶었습니다. 아마 이 말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고요. “자기 자신의 양심에 대해 생각해보고 양심적으로 사는 사람이 되는 동시에 도덕적 성찰도 할 줄 아는 멋진 제고인, 더 나아가 멋진 인류가 되도록 노력하자”라고 말입니다. 

단지 버스에서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하는 것, 친구가 힘들어 보일 때 도와주는 것,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마음먹는 것. 이러한 행동을 하며 직접 양심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런 과정에서 성찰도 해보고 보람도 느끼는 그러한 사람이 되면 좋겠기에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저도 아직 완벽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요즘은 제물포고의 양심 관련 활동 때문에 저를 다시 돌아보며 이 말을 가슴속에 깊이 새기고 하나씩 고쳐나가는 행동을 하며 약간의 보람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 저의 발표가 여러분께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이 양심을 생각해보는 계기만 되더라도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저 말대로 행동을 하신다면 더욱 좋겠고요. 오늘의 발표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이 양심을 어렵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고, 양심을 간직한 멋진 사람이 되면 좋겠기에 이 발표내용을 준비해봤습니다. 여기까지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마지막으로 저에게 이러한 기회를 주신 제물포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만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이 학생의 말하기 내용에는 제물포고의 무감독 시험 제도와 양심교육, 학생봉사 단체인 양심지원단의 활동, 그리고 생활 속에서 양심을 실천하는 학생들의 모습과 고민이 다 묻어나 있다. 

일찍이 계몽주의자이자 독일 관념론의 대표적 철학자인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 1724-1804)는 “그에 대해서 자주 그리고 계속해서 숙고하면 할수록, 접점 더 커지고 점점 더 큰 경탄과 외경으로 마음을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내 위의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안의 도덕법칙”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도덕은 인간의 실천 이성 능력으로 삶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묻기를 반복해야 한다. 이를 가장 잘 실천한 우리의 선배가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 그렇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이다.

이 시는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시의 하나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지극히 양심적인 우리 민족의 DNA가 일제의 강점기를 이어 현대까지 전해져 내려옴을 증명한다. 

오늘 학생들이 주장하는 평범한 말 ”나의 양심은 살아있는가?” “양심에 손을 얹어 거리낌이 없다” 등등은 제물포고등학교 교사동의 각 계단에 부착되어 매일 학생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양심 구호 “양심이 사람을 만든다” “양심은 보이지 않는 눈이다” “인생에서 당신을 판단하는 것은 시험이 아니라 양심이다” "당신이 차라면 양심은 핸들이다“ ”모두의 양심의 소리를 모으면 그것이 곧 도덕이다“ ”양심은 성찰의 나침반이다“처럼 우리 사회가 부디 양심을 거역하는 행위 없이 양심을 실천함으로써 모두가 서로를 신뢰하고 스스로는 자부심을 느끼는 생활철학으로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청소년의 인성교육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우리 교육은 살아 숨 쉬고 있고 미래의 희망을 노래할 자격이 있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