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시대에도 학생에게 교사 존재감은 중요...소통 시간 반드시 필요

K에듀연구소 주최, 에듀인뉴스/eduTV 주관으로 'K에듀테크 미래교육 컨퍼런스 2020'에서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K에듀연구소 주최, 에듀인뉴스/eduTV 주관으로 'K에듀테크 미래교육 컨퍼런스 2020'에서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우리나라 원격교육은 일방적 형태의 교육 모습을 보인다. 마치 원격교육이 인강인 것처럼 취급받고 있다. 어느새 인강이 우리나라 원격교육 모델이 되어 버렸다.”

K에듀연구소가 주최한 ‘K에듀테크 미래교육 컨퍼런스 2020’에서는 우리나라 원격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교육부가 원격교육 모델로 제시한 콘텐츠형, 과제제시형, 실시간쌍방형의 모델은 원격교육의 모습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이목이 집중됐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는 ‘더 나은 K에듀를 향해’를 주제로 발표하며 외국의 유료 원격교육 수강 경험담을 내놨다.

“외국의 원격수업 7개를 수강해봤어요. 비디오 강의 1분도 없이 한 학기 수업할 수 있더군요. 특히 비싼 수강료를 지불한 대학의 강의일수록 비디오 강의가 없었어요. 잘 알려진 칸아카데미와 같은 무료 강의들이 비디오 강의인 것과 비교해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죠.”


코로나시대 원격교육 질적연구 "시키는대로, 일방적, 최소한 교육하고 있다"


권 교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구(코로나시대 원격교육 질적연구) 결과 “교사들은 자신과 학교를 둘러싼 사정으로 인해 시키는 대로(일체화), 일방적, 최소한의 교육을 하고 있었다”며 “결국 인강을 활용하는 원격교육으로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콘텐츠를 감상하고 과제를 수행하는 것 위주로 진행하는 우리나라 원격교육은 인강의 모습을 하고 있다”며 "인강은 원격교육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왜 ‘인강은 원격교육이 아니다’라고 했을까.

그는 Brown & Duguid의 연구(Borderline Issues; Soial And Material Aspects Of Design, 디자인의 사회학)를 예로 들며 “인강은 교육 내용을 전달하는데 적합할지 몰라도 교육은 내용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교사, 교실, 친구들, 시간표, 교과서, 콘텐츠 등 교육을 둘러싼 환경 요소들이 학습 정도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전부가 되면 안 된다”며 “지금은 콘텐츠가 전부이고 그 이상의 것을 생각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의 교육이 아닌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은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하는 데 교사들은 원격수업 전환 시 임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준이 낮은 것”이라며 “장기화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이렇게 하지 않고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노력을 했을 것이라는 교사도 있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과정이라는 지적도 했다.

권정민 교수는 초등학교 3학년 생물 교과서를 예로 들며 "알을 물에서 낳는지, 육지에서 낳는지를 책을 보고 외어야 하는데, 관련 생물이 30가지나 된다"며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외우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하나의 생물을 1년간 시냇가에 나가 직접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한다"며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민낯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우리 아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학교를 가는 데 시험을 보기 위해서”라며 “교사들은 학사일정 등 주어진 교육과정에 대해 평가를 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이 오프라인에서도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격수업 시대에도 교사의 존재감은 중요하다"며 "쌍방향 수업을 전체 다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아침 5분 미팅, 주 1회 쌍방향 수업 등을 통해 소통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