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캡처)

[에듀인뉴스] 누군가 '왜, 우리는 태어나는가?'라고 묻는다면 무어라 답할 것인가? 만약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라고 대답한다면 얼마나 마음의 울림이 있을까?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충실한 신앙으로 선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보고서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의 사랑이 있다’를 깨달았으며,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면서 영구적인 구두를 주문하는 귀족 신사를 보고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 정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했으며 엄마를 잃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훌륭한 부인을 보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됐다고 말했다. 

1885년, 그는 이 질문을 주제로 삼아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발표했다. 이는 인간이 우주보다 위대한 이유이다. 또한 인간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또 사랑하면서 죽을 수 있기에 더욱 위대함이 빛난다.

시간을 거슬러 한 인물에 집중해 보자. 1949년, 당시 프랑스 국회 상원의원이었던 아베 피에르(Abbe Pierre: 1912~2007) 신부는 자신의 담당 관할지를 산책하던 중 목을 매고 죽으려는 전직 목수를 만났다. 

죽으려고 하는 그 사람-조르주-를 붙잡고 피에르 신부는 “죽는 것은 좋지만, 그 전에 나와 함께 집 없는 사람들 집이나 만들어 주고 나서 죽으라”고 말했다. 

목수는 자기보다 더 비참한 상태에 놓여 있는 이들을 도와 그 고통을 나누어 짊으로써 스스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마침내 자립할 수 있게 되었다. 

조르주는 나중에 고백했다. “신부님께서 제게 돈이든 집이든 일이든 그저 베푸셨다면 아마도 저는 다시 자살을 시도했을 것입니다. 제게 필요한 건 살아갈 방편이 아니라 살아갈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그 후 그는 자신보다 더 가난하고 불행한 이들을 도우며 살아갔다. 이것은 바로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 주는 사랑의 ‘엠마우스 공동체’의 시작이자 정신이었다. 

그렇다면 피에르 신부는 누구인가? 그는 매년 프랑스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인’으로 8년 동안 일곱 차례나 1위에 올랐었다. 그는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열아홉 살에 모든 유산을 포기하고 수도자의 길을 간 사제요, 레지스탕스에 가담한 투사였으며, 50년 넘게 빈민과 노숙자, 부랑자와 함께한 가난한 이들의 대부였다. 

피에르 비뇽 신부 (사진출처=Libération)

피에르 신부의 이런 면모는 ‘프랑스인들이 뽑은 20세기 최고의 휴머니스트’라는 말로 집약된다. 그는 한평생 행동하고 실천한 사람이었다. 교회와 성직자의 오류를 지적하고 현행법을 어기면서까지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 주었다. 세상의 빈곤에 맞서 직접 쓰레기를 주운 돈으로 그들을 도왔다. 

방송에 출연해 종종 격하게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그는 “나는 자주 화내는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을 무너뜨리는 무언가에 대해 비난해야 할 때가 되면 화를 내기도 한다.”며 이 같은 ‘성스런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사랑이고, 이 둘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삶은 1989년에 세자르 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겨울 54’에서 자세하게 다루어졌다. 사르트르가 한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에 대해 그는 "마음속으로 나는 그 반대라고 확신한다. 타인들과 단절된 자기 자신이야말로 지옥이다" 또한 "유일한 신성모독은 사랑에 대한 모독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삶의 어두운 곳에서 고난을 겪는 이들에게 구원의 희망을 일깨워 준 피에르 신부, 그는 삶의 궁극적인 답을 주기보다는 공식을 가르쳐준 사람이었다. 그는 말했다. 삶이란 지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업장과도 같다고. 

하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07년 1월, 94세의 나이로 피에르 신부는 하느님 곁으로 떠났다. 그의 유언은 "나의 장례식에 화환 따위는 필요 없으니 이번에 새로 집을 갖게 될 우리 이웃들의 명단과 집 열쇠를 가져오시오"라고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인들 없이 행복할 것인가, 아니면 타인들과 더불어 행복할 것인가. 혼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타인과 공감할 것인가. 공허한 말에 만족하지 말고 사랑하자. 그리하면 시간의 긴 어둠에서 빠져나갈 때 모든 사랑의 원천에 다가서는 우리의 마음은 타는 듯 뜨거우리라."

이처럼 그가 세상에 남긴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은 시간이 지나도 감동을 주고 공감하게 된다. 이 세상에서 책임질 줄 아는 것은 인간뿐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저지르는 이 시대의 실상을 모른 체하려는 무관심은 비겁한 회피요, 일종의 범죄다. 

모든 종교에서 공통으로 설파하는 사랑, 자비, 용서는 결국 함께 나누어 짊어지는 책임감이다. 우리에게는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나누어 가질 책임이 있다. 행복은 결코 혼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위기의 시간 속에서 봉쇄,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힘겹게 사투를 벌이는 인류에게 지혜로운 처방전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 간에 사랑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삶을 사랑하는 법을 교육하고 사랑을 실천하며 이로써 함께 살아가는 인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나누고 베푸는 공동체 사랑으로 발전하며 우리 스스로가 책임질 줄 아는 교육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로써 인류는 더욱 바람지한 모습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현명한 인간이라 이름(학명) 지어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 그의 위대함은 바로 사랑과 책임, 그리고 교육이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