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 뉴노멀, 인격과 학습의 주도적 탐색을 중심으로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부설학교진흥원장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부설학교진흥원장

코로나19의 고통과 ‘부정의 긍정성’


[에듀인뉴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고통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언제 종료될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고통은 묘한 특성을 갖고 있다. 고통은 사실 그것에서 반드시 벗어나려 한다는 점에서 행복보다 더욱 원초적이면서도,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생각과 제도를 구축하게 되는 일종의 ‘부정의 긍정성’을 지닌다.

사람들은 산업혁명 이후 이어진 대공황의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시장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면서 자본주의의 틀을 새롭게 하고 복지국가의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지금 우리의 학교 교육도 커다란 고통 속에 있다. 원격 강의나 제한적인 등교, 등록금 환불, 대학입시에서 일어날 학업의 비대칭성 등의 논의들은 이러한 고통을 대변한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 학생과의 만남과 대화 대신에 ‘방역’, ‘오늘도 무사히’ 그리고 ‘학생이 드문 학교’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의 역설에서 보면 코로나19의 펜더믹 이후 우리교육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단절의 고통과 교육 ‘흉내 내기’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인 코로나19 펜더믹이 우리 교육에 몰고 온 가장 큰 고통의 근원은 교육주체들 간의 단절(untact)이라 할 것이다.

사실 만남을 통한 상호작용과 경험의 성장은 교육을 이루는 근본 수단이다. 원격교육과 부분 등교로는 만남의 교육을 이루어내기는 불가능하다.

단절은 여러 어려움의 원인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친구와 같이 공부할 수 없어 일어난 학생의 정신적 위축(mental well-being)이나 학습 손실도 이러한 단절의 고통이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이해 등 타자에 대한 인격 형성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음도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만날 수 없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할 수 없어 가정에 주로 머물게 됨으로 해서 가정은 돌봄의 비상을 경험하게 되기도 하였다.

이 모두는 학생과 학부모가 겪는 어려움이다.

더하여 원격 교육에 필요한 테크놀로지의 지원에 취약한 가정이나 사교육의 투자가 어려운 계층의 학생들에게는 더욱 큰 학습 손실이 예상되기도 한다. 이는 곧 교육의 불평등 논의로 연결될 수 있다.

교사 역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

학교와 교사는 원격 교육에 열심이지만, 학생이 가정에서 무엇을 학습하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또한 동시에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결정할 수 없다.

즉, 결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교수학습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학교는 지금까지 방식으로 교육을 ‘흉내 내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일 수 없다.


코로나19 펜더믹은 새로운 생각의 계기


그런데 코로나19 펜더믹의 고통 속에서 생각지 못한 몇 가지 일들은 우리의 주목을 끈다.

의외로 학생들은 지식전달형 강의에서는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강좌에 크게 불평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교수자와 학생의 공간 선택 편의성이나 다른 학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어 가능해진 학생들의 질문 증가, 동영상 녹화를 통한 학습을 위한 재생성 증가는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더하여 교수자의 수업이 노출되고 공개되면서 이러한 상황의 타당성 유무를 떠나 어쩔 수 없이 교수자는 비대면 수업을 깊이 연구하고 자신의 수업 방법을 성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또 학교와 개인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섞이게 되는 현상 역시 새로운 경험이었다. 수업 공간의 선택 편의성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는 사교육과 학교교육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원격 수업 동안 교사들이 학부모에게서 받은 질문 가운데에는 ‘학원 인터넷 강의가 있는 데 학교 원격수업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한다.

더하여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교교육과 국가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는 개학과 등교의 시기를 결정하고 수업일수를 조정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EBS 등을 통한 원격교육, 혼합교육(브랜디드 러닝) 등이 학교교육에서 어느 정도 가능함을 보여주었으며, 전체 원격교육 인프라를 국가가 책임지고 지역의 디테일을 학교가 해나가는 형태의 학교교육 구성도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미 인공지능 기반의 미래교육 플랫폼의 구축이나 국가학습자원자료 구축 및 정보격차 해소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기도 하다. 이후 학교교육의 리더십과 국가와 교육청, 학교, 가정의 관계가 새로워 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학교, ‘인격과 탐색의 교육 공간’으로


아마도 코로나19가 펜더믹으로 진행되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상황으로 이동해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새로운 상황은 현재 존재하는 것들의 빠른 확산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것이 자리 잡는 과정일 수도 있다.

우리는 SNS의 소통성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며, 학교 교육에서 인터넷과 가상공간을 중심으로 컴퓨터와 모바일이 지니는 매개성을 새롭게 조명할 것이다.

이미 에듀테크의 활용(AI, 빅데이타, AL, IoT, 지능형 기계비서, 모바일 기술, 3D 프린트, 상호작용적 교과서, 증간현실[VR] 등)은 우리 앞에 와있다.

이러한 에듀테크의 활용과 더불어 자기주도적 학습이 효능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학습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특히 인지적인 지식교육에서는 이러한 환경조성을 통한 괄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된다. 이는 곧 학교교육과 지성의 성장에 또 다른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학교에 대한 역할과 기대가 변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떠오르는 하나는 학교는 만남의 단절로 인하여 원격교육에서 이룰 수 없었던 인격교육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며 학생에 대해 더욱 이해하고 공감하는 장소(caring & compassionate school)로 변할 것이란 점이다.

사실 인격성(인성)의 형성에는 만남의 상호작용과 경험적 성장이 그 기초임은 너무나 분명하다. 학생에 대한 인격적 돌봄은 곧 중요한 학교의 일이 될 것이다.

또 가정과 학교에서 혼합적으로 이루어지는 학생들의 학습과 적성-진로를 모니터링하고 학생과 같이 공동으로 자기 상담하는 과업이 새롭게 부각될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학교가 치중했던 지식의 전달과 확장의 측면은 상당 부분 가정과 학교에서 같이 이루어지겠지만 학교는 모니터링과 학습 상담에 치중하고 가정은 변화된 에듀테크의 환경 속에서 지식 습득으로 역할을 분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학교는 지금까지 등한시해왔던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 교육에 힘쓸 공간을 확보하게 될 것이며 이는 학교의 중요한 역할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학교는 학생을 모니터링하고 상담하면서 구체적 자료를 확보하게 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학생 자신의 적성에 따른 진로를 학생과 함께 공동으로 탐색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우 교수학습 역시 전통적인 교사 위주나 지식전달 모형에서 벗어나 공동구성적 혹은 자기주도적인 형태로 변모할 것이다.

오늘날 이미 과학과 및 사회과 교육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식의 공동구성 모형이나 도전기반(challenge-based) 학습모형이 그 하나의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즉, 학생들이 학교 교과목의 단순한 학습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자기 주도적으로 자신의 관심을 추구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며, 이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가 중요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이는 곧 평가에서 표준화된 성적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반면, 스스로에 대한 평가 및 학생이 이룬 학습에 대한 상담과 피드백이 매우 중요해짐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들의 논리적 귀결은 교사의 역할이 전달자나 인도자에서 인격성과 진로 적성 및 인지적 학습경로를 공동으로 탐색하는 사람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교사는 더 이상 주어진 표준화된 과업을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을 상대로 그의 적성과 진로, 학습의 진전을 같이 고민하고 탐색하는 사람이자 학생과 정서를 공감하고 돌보면서 인격의 성숙을 같이 추구하는 존재일 것이다.

이러한 교사의 역할은 정형화되거나 표준화될 수 없다. 왜냐하면 학생 개개인의 필요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기도 하지만, 개인 학생에 대한 이해는 맥락화된 상황 속에서만 가능할 것이기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교사의 역할을 ‘유목적 탐색자(遊牧的 探索者, nomadic explorer)’라 칭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학교교육과 네트워크로 묶여 있는 가정 및 지역사회의 연계성 역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가정의 학부모들은 학교와 협력하여 자녀의 학습과 성장을 설계하는 기능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지역사회는 이러한 가정의 기능을 학교와 연계하여 보완 또는 보충하게 될 것이다.

학교/가정/지역은 그야말로 하나의 교육공동체(지역사회 학습공동체)로 거듭나려 노력할 수 밖에 없다.


‘희망의 교육’을 꿈꾸며


이제 교육계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 절실한 때에 이르렀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가 야기한 만남의 단절에서 오는 고통을 치유하려 노력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과거의 우리를 성찰하고 스스로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펜더믹이 주는 고통의 원초성과 ‘부정의 긍정성’으로부터 새로운 ‘생성(生成)의 선’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곧 코로나19 시대의 ‘희망의 교육’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