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온라인 독서토론 해보니

 

[에듀인뉴스] 학교도서관은 '교육과정과 통합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수학습센터'다.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중심으로 수많은 자료와의 '만남'을 제공해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경험들을 엮어 읽고, 쓰고, 말하는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활동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여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책과 미디어정보에 접근·분석·평가·창조 능력은 더욱 중요한 핵심적인 생활 역량이 되었다. <에듀인뉴스>는 <전국사서교사모임>과 함께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승민 홍천여고 사서교사
이승민 홍천여고 사서교사

[에듀인뉴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독서 토론을 해야 할까요? 한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등교가 어려운 상황에서 독서 토론을 해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서교사인 나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 다른 선생님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게 이해도 된다.

‘활동을 잠시 쉴까?’, ‘애들이 잘 따라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전보다 비교적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아진 학생들이 친구들과 같이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온라인으로 쉽게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온라인으로 독서 토론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선생님들의 온라인 독서 캠페인.(사진=이승민 사서교사)
선생님들의 온라인 독서 캠페인.(사진=이승민 사서교사)

홍천여고는 북토크 활동, 사제동행 독서 활동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4~6명의 학생들이 특정 주제에 대한 책을 함께 읽는 자율독서모임은 약 100여개 정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전교생의 약 2/3이 참가하고 있는 학교의 대표적인 특색활동이다.

학생들이 함께 책을 읽고 책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몇 개월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온라인 독서 기반 마련하기

올해 새로운 학교에 등교하였고, 그날로 개학이 미루어졌다. 당황스럽다. 학교도서관이 가장 붐볐다는 선생님들의 말과는 다르게 한기마저 든다, 학생들이 독서토론을 하며 작성해 놓은 책자들은 쌓여만 있고, 이전 선생님이 주문하신 책들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학생들이 등교하더라도 토론 활동은 힘들 것 같다는 생각과 LMS에 대한 관심으로 비대면 교육 활동을 위한 Google G-suite 계정을 등록하였다.

구글 클래스룸, MEET, Docs 등과 같은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이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통해서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었고, 이에 학교에서 독서교육을 함께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대한 연수를 실시하였다.

Google Classroom을 통한 독서 모임의 조직.(사진=이승민 사서교사)
Google Classroom을 통한 독서 모임의 조직.(사진=이승민 사서교사)

Google Classroom에 모임 조직하기

온라인 등교가 시작되었다. 그동안의 연수를 토대로 온라인을 통해 우선 독서 모임을 조직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다. 다만, 온라인으로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상황이 마무리되면 대면 활동과 병행할 계획이었다.

네이버 오피스를 이용해서 학생 독서 모임 신청서를 학년별 네이버 밴드(band)를 통해 공지하였다.

학생들에게 친구들과 4~6인의 모임을 구성하고 함께 읽고 토론할 책을 신청하면 등교와 동시에 학교에 신청 도서를 받아 볼 수 있게 미리 구비해 두겠다는 설명을 함께 안내하였다.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신청하였고, 독서 토론에 목마른 듯이 작년보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온라인 독서토론 모임을 신청하였다.

독서 모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Google Classroom에 방을 만들어 주었고, 공지사항과 관련 서식을 탑재하였다.

문제점 발견..."책이 없다"

오프라인 등교는 계속 미루어졌다. 본격적으로 온라인 독서 토론 활동을 진행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큰 문제가 발생했다. 학생들이 독서 토론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친구들끼리 같이 읽을 수는 여러 권의 같은 책이 필요했다.

대도시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학교가 위치한 지역은 큰 도시와 다소 떨어진 지역이고, 학교에 위치한 지역의 특성상 주변의 다른 지역에서 오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아이들이 같은 책을 여러권 구하기가 어려웠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택배, 우편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해당 도서를 제공하면 좋겠지만, 참여하는 학생 수가 너무 많고, 각자 학생들에게 택배로 책을 배송하는 비용, 행정 절차 등이 복잡했다.

문제점 해결..."뜻이 있는 자에게 길이 있는 법"

뜻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던가? 때마침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서 롯데장학재단과 함께 단위학교에 교보문고의 전자책을 무료로 지원해주었다.

책을 주문한 지역 서점에서 주변에 사는 학생들이 희망하면 신청한 도서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하셨다. 행정실도 특별한 상황을 고려하여 원하는 학생들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바로 직배송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하셨다. 민-관-공의 협력이 잘 이루어졌다.

사서교사인 나라고 가만히 보고 있을 수 만은 없다. 학교 근처에 사는 학생들은 카톡이나 밴드로 미리 도서를 신청하면, 시간을 달리하여 학교 도서관에 개별적으로 방문하여 책을 찾아갈 수 있게 하였다.

여러 곳의 도움으로 학생들은 읽고 싶은 책을 받아 온라인 개학 중에도 친구들과 함께 독서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Google Meet을 이용한 학생 토론 활동 장면.(사진=이승민 사서교사)
Google Meet을 이용한 학생 토론 활동 장면.(사진=이승민 사서교사)

온라인 독서 프로그램의 시작과 도약

아이들은 잘 해냈다. 기존의 활동과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기우였다. 사실 독서 토론 활동이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다 보니 아직은 온라인 활동이 오프라인보다는 불편한 점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온라인 독서 토론활동을 누구보다 잘 해냈고, 독서 토론 활동 뿐 만 아니라 설문조사, 보고서 작성 등 후속 활동까지 진행하였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는 제약 때문에 미숙하게 진행한 부분이 있었다. 기기상의 문제로 시간을 미루기도 했고 화상채팅으로 했지만 상대방이 말을 하려고 하는지,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어 상호작용방식의 대화가 어려워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색다른 방식으로 해 보며 얻은 교훈들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주제 토론을 통해 알게 된 책의 내용을 서로 다르게 이해한 부분이 흥미로웠고 주제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말할 때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사고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온라인 활동에 대한 학생의 이야기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The Library is Growing Organism.)’이다.

지금 우리 학교 도서관은 온라인 독서 토론 활동뿐 만 아니라 youtube를 이용한 온라인 독서 캠페인, 카카오톡 학교도서관 채널 운영, 온라인 교과 수업을 위한 학교도서관 수업 지원, 온라인 독서 동아리 운영 등 다양한 온라인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종이책을 전자책이 대신할 수는 없지만, 학교에서 즐거운 활동의 재미는 온라인으로 온전히 전달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오프라인 교육에서 온라인 교육으로 급격하게 교육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해야 한다.

학교도서관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