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례만드는청소년)

[에듀인뉴스] "우리는 진 게 아니라 아직 못 이긴 거야."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의 역사를 기록한 활동기록집의 제목이다. 

끊임없는 찬반 논쟁 끝에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은 2019년 7월 19일 폐기되었다. 학생인권조례는 말 그대로 학생이 학교 내에서 자신의 권리를 실현하고, 침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례다.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광주, 서울 등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반발은 이어지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 역시 이 조례안은 쉽게 통과되지 못하고 부결되기 일쑤다. 도대체 학생인권조례가 무엇을 내포하기 있길래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일까?

학생인권조례의 조항은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예시로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를 한번 살펴보자. 

제4조 3항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장 등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13조 1항 ‘학생은 가족, 교우관계, 성적, 징계기록, 교육비 납부 여부 등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18조 1항 ‘학생은 학칙 등 학교 규정의 제·개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제26조 2항 ‘학생을 비롯하여 누구든지 모든 학생의 인권 관련 사항에 대하여 관계에 문서 등으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제44조 1항 ‘학생이 인권을 침해당하였거나 침해당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학생을 비롯하여 누구든지 학생인권옹호관에게 그에 관한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등이 명시되어 있다. 

조례는 단순히 학생들의 권리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닌 제4조 3항과 같이 타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함을 당연히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조례 제정과 함께 가야 하는 것은 교육이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그동안 부당하다고 느꼈던 일들조차 친구들끼리 기분 나빴다며 이야기하는 것에서 그쳤기 때문에 무엇이 인권침해인지 명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운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 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조차 배우지 못해 모르며 수직적 학교 구조에서 교사와 학생이라는 사회적 위치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조치를 취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학생들이 자신이 겪은 인권침해를 SNS에 폭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스쿨미투’가 화두가 되었는데 처벌은 여전히 미미했고, 학교는 변하지 않았다.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해 조례 제정운동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그럼 교권은?’, ‘학생들은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있지 않나요?’, ‘학생 지도를 하지 말라는 건가요?’ 등이다. 

하지만 모두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논지에서 벗어난 질문들이라고 생각한다. 권리가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다만 인권과 교권을 운운하기엔 학교에서 그만큼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 않은가. 

솔직히 말해서 고등학교를 2년 넘게 다니고 있는 동안, 학교폭력 예방 교육은 몇 차례 받아보았지만, 인권교육이나 성교육 등 사회의 일원으로서, 한 개인으로서 받아야 하는 교육을 받아본 적 없다. 

친구를 괴롭혀도 공부만 잘하면 명문대에 진학해 당당하게 사는 사람처럼 무슨 짓을 해도 공부만 잘하면 되는, 등수가 높기만 하면 되는 교육을 하고 있고, 심지어 성적에 따른 차별, 기회 불평등이 존재하는데 어느 누가 인권교육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학생들이 인권을 보호해달라는 운동을 하고 조례를 제정하자는 것은 권리 뒤에 숨어 못된 짓을 하겠다는 것이 전혀 아니다. 다만 학업보다도 더 나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며, 나의 권리가 중요한 만큼 타인의 권리도 중요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곳은 학교밖에 없다.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