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소개 북트레일러 활동..."한 권 온전히 이해에 제격"
어르신 자서전 대필..."다양한 삶 이해, 책 한 권의 소중함 일깨워"

[에듀인뉴스] 학교도서관은 '교육과정과 통합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수학습센터'다.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중심으로 수많은 자료와의 '만남'을 제공해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경험들을 엮어 읽고, 쓰고, 말하는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활동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여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책과 미디어정보에 접근·분석·평가·창조 능력은 더욱 중요한 핵심적인 생활 역량이 되었다. <에듀인뉴스>는 <전국사서교사모임>과 함께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현민 대구 유성중학교 사서교사
김현민 대전 유성중학교 사서교사

[에듀인뉴스] ‘사서교사로서 독서 교육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 조금 더 쉽고 즐겁게 학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유학기(년)제 수업을 맡게 되면서 가장 처음 했던 생각이다.

자유학기(년)제가 시행되면서 학교도서관에서 지원할 수 있는 교육의 범위가 확대되었다고는 하지만 과연 어떤 부분을 얼마큼 지원할 수 있을지 잘 가늠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다양한 독서 활동이 이루어지고는 있었지만, 늘 하던 뻔한 독서 활동이 더는 학생들에게 독서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방법만을 고수할 수는 없는 법. 여러 학교의 사례를 참고하여 자유학기(년)제와 연계하여 할 수 있는 독서 교육 방법을 고민하였고,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계획하여 운영하였다.


내가 읽은 책을 소개해볼까?...북트레일러 활동


먼저 시도한 것은 ‘북트레일러’ 제작 활동이다.

북트레일러는 책을 소개하는 영상으로, 다양한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독서 동기를 부여하고 책에 흥미를 갖게 할 수 있다.

‘북트레일러, 이거라면 학생들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짧은 책 한 권도 읽기 힘들어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영상을 매개로 한 활동은 독서 활동으로 끌어들이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았다.

주제선택활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북트레일러반’은 독서 후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활동으로, 학생들이 책을 선택하고 감상하며 표현하는 전체 활동을 아우른다.

북트레일러 관련 도서와 연수 내용을 바탕으로 본교 학생들의 수준과 수업 차시에 맞게 프로그램을 재구성하여 운영하였다.

먼저, 효과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북트레일러를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것이 필요했다.

아이들에게 ‘북트레일러’라는 것이 생소한 것은 당연하기에 북트레일러의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예시 영상들을 감상하며 구성과 특징을 익혔다. 그 후 도서관 소개 영상과 스톱모션 기법을 활용한 연습용 영상을 만들어보며 편집 프로그램의 기능도 익혔다.

북트레일러 스토리노트.(사진=김현민 사서교사)
북트레일러 스토리노트.(사진=김현민 사서교사)

이제 본격적인 북트레일러 제작 활동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북트레일러 제작을 위한 도서를 선정하여 읽고 간단한 스토리보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북트레일러의 구성과 흐름, 내용, 음향 및 효과 등을 함께 살펴보고 피드백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스토리보드가 완성되면 영상 제작을 위한 자료 수집 단계에 들어간다.

계획한 영상의 유형에 맞춰 아이들은 직접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고 인터넷에서 필요한 사진과 배경음악, 효과음을 찾기도 했다.

이때 저작권에 관한 내용을 미리 안내하고 출처를 남길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평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저작권 교육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북트레일러 완성 작품.(사진=김현민 교사)
북트레일러 완성 작품.(사진=김현민 교사)

북트레일러 영상 편집은 태블릿을 활용하여 이루어졌다.

학교에 수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이 구비되어 있어 사전에 수업에 활용할 앱을 일괄적으로 다운받아 준비하였고,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바로 편집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연습용 영상을 여러 번 만들어 본 덕분에 아이들은 큰 어려움 없이 북트레일러 영상을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만든 북트레일러 영상을 소개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아이들은 처음 만들어보는 북트레일러 영상에 신기하고 뿌듯함을 드러내는 반면, 더 완성도 있는 영상을 만들지 못해 아쉬움을 표현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물론 교사가 느끼기에도 완성도는 제각각이었지만 활동 과정을 스스로 평가하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어르신의 자서전을 써드립니다"...타인의 이야기를 써 보는 '자서전을 부탁해' 활동


북트레일러 활동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효과는 책쓰기 활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책쓰기는 학생 스스로 저자가 되어 한 권의 책을 쓰는 활동으로, ‘읽는’ 활동에서 ‘쓰는’ 활동으로 확장되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독서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이다.

더 능동적인 독서 교육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기에 자유학기(년)제 활동에 적용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되었다.

아이들이 그린 자서전 원화.(사진=김현민 교사)
아이들이 그린 자서전 원화.(사진=김현민 교사)

예술체육활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자서전을 부탁해’는 아이들이 직접 어르신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자서전의 형태로 제작하는 활동으로, 동료 교사의 아이디어와 도움 덕분에 지역 노인복지관과 연계한 세대공감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적용하는 ‘책쓰기’가 아이들 자신의 이야기나 관심사에 대한 것이 많았다면, ‘자서전을 부탁해’ 활동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자서전을 제작해드린다는 점에서 그 특별함을 찾을 수 있다.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먼저 지역 노인복지관 담당자와의 협의를 진행하였다.

계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그 취지와 필요성에 함께 공감하였다.

이후 노인복지관에서는 활동에 참여하여 도움을 주실 수 있는 어르신을 모집해주셨다. 희망하시는 모든 어르신들의 자서전을 써 드리면 좋았겠지만 참여하는 학생들의 인원을 고려하여 총 여섯 분의 어르신과 함께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모둠별로 협의를 통해 어르신에게 할 인터뷰 질문을 작성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2회에 걸쳐 인터뷰 활동이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인터뷰를 진행하며 핵심적인 내용을 기록하였고, 어르신의 동의를 얻어 인터뷰 전체를 녹음하여 추후 놓친 부분을 정리하였다.

인터뷰를 마친 후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자서전 제작에 들어갔다.

먼저,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구성하였다. 모둠에 따라 어르신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으로 스토리를 구성하기도 하고, 어르신의 삶 중 가장 중심이 되었던 사건이나 소재를 택해 스토리를 구성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스토리에 맞게 삽화 작업이 이어졌고, 학생들이 그린 삽화를 스캔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거쳐 제본이 이루어졌다.

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까지 이렇게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아이들. 그렇게 자서전을 받아든 아이들의 두 손에는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이 뚝뚝 묻어났다.

내 손으로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드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자서전을 쓰는 것.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처음 경험하는 활동이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모두가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서툴고 부족하면 어떠하랴. 책을 매개로 함께 즐기고 나눈다면 그것 하나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오늘도 학교도서관에서는 즐거운 배움이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