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리포터] 그 많던 중위권은 어디로 갔냐고?
[에듀인 리포터] 그 많던 중위권은 어디로 갔냐고?
  •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 승인 2020.08.04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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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원격수업 병행으로 1학기가 지나가면서, 학습 격차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온다. 한 언론에서는 중간고사 시험과 6월 모의평가 등을 근거로 중위권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2학기에는 이런 대책을 좀 더 마련하겠다는 발표들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성적분포는 표준분포를 이룰 것처럼 생각한다. 그런데 표준분포가 아니라 쌍봉낙타 그래프에 가깝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러나 교사들은 안다. 사실 실제 성적분포는 표준분포를 이루지 않는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등급은 백분위로 매겨지기 때문에, 점수와 상관없이 표준분포가 나온다. 그러나 점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시험점수의 분포도는 시험 난이도, 학생들의 공부 정도, 문제 배점 등에 따라서 다 달라진다.

따라서 성적에서 쌍봉낙타 그래프가 나왔다고 한다면, 그것이 반드시 학생들의 공부량이나 깊이에 달려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코로나 상황에서 이 부분이 더욱 부각될 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선 기존의 성적분포는 ‘관리 체제에서의 성적’임을 분명히 하자.

원격수업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느슨한 관리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당연히 새로운 학습 형태가 이루어진다. 그 결과 새로운 성적분포도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이를 ‘자율 체제에서의 성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나 역시 남들과 같은 가설에서 접근했다. 1회 고사 때, 학생들이 아무래도 자율 체제에서 제대로 공부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험 난이도를 낮춰 출제했다. 그러나 실제로 학생들의 점수는 평균적으로 높게 나왔다. 어떤 과목은 상위권이 지나치게 많이 나와 난처함을 겪기도 했다.

1회 고사 성적은 지난 해 성적과는 완전히 달랐다. 잘 본 학생이든 못 본 학생이든 아예 새로운 성적 분포가 나타났다. 작년에 상위권을 지키던 학생들이 떨어지거나 성적이 좋지 않던 학생들이 잘 보는 경우가 제법 나타났다.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의 관리 능력은 크게 3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자기가 자기 스스로 관리하는 자기 관리 능력이다. 두 번째는 학급 분위기나 친구를 따라하거나, 주변 친구들의 압박에 의해 하게 되는 또래 집단에 의한 관리 능력이다. 세 번째는 교사나 부모에 의해서 통제되는 어른에 의한 관리 능력이다.

원격 수업 기간에는 이 세 가지 요인 중 첫 번째 자기 관리 능력이 강조되는 반면에 두 번째 또래 집단에 의한 관리 능력의 비중이 줄어든다. 어른에 의한 관리 능력의 중심이 교사에서 부모로 이동되면서 이 부분이 특히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비대면 시대에서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이 바로 자기 관리 능력이다. 이게 잘 되는 학생의 경우와 그렇지 않은 학생의 차이가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우리 학교 학생들은 콘텐츠 수업 올려놓은 것을 십 수차례 돌려보면서 이해될 때까지 돌려보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 동안은 오로지 수업 시간에 필기해놓은 노트에 의존해야 했으나, 이제는 수업 내용 자체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자기 전까지 틀어놓고 잔다는 학생도 있었다.

오히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높은 점수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어쩌면 관리 체제의 일제형에서 중위권이었던 학생들이 여러 차례 수업을 반복적으로 들으며 상위권으로 올라올 수 있다.

반면에 타율적 관리형에 익숙하거나, 한 번 수업에 집중하여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나거나 목표가 뚜렷하지 않지만 주변이 하니까 함께 해온 학생들에게는 어려움이 나타났을 것이다.

결국 우리 학교 1회 고사 때 나타났던 현상은 자기 관리 능력에 따른 성적 질서 재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단편적인 사례다. 사실 원격수업에 대한 단편적 사례와 가설은 수도 없이 많이 세울 수 있다.

‘원격수업으로 학습 격차가 생겨났을 것이다.’, ‘원격수업은 빈부격차를 더욱 드러낼 것이다.’, ‘원격수업이 새로운 시대를 만들 것이다.’ ‘원격수업이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력을 강화할 것이다.’ 등등.

그런데 현재 나온 주장이 개별사례들을 충분히 모아서 일반화시킨 것이 아니라, 그럴싸한 가설을 택하고 그 가설에 맞는 사례들만을 끼워 맞춘 것 같은 모습이다.

중위권이 사라졌다는 진단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새롭게 성적 질서가 재편된 이 현상에서 어떤 방식의 수업이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인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자기 관리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이를 위해서는 어떤 도움이 학생들에게 필요한지 고민해보고 싶다.

비대면 시대에 자기 관리 능력이 중요한 것은 학생 뿐 아니라 교사도 마찬가지다. 좀 더 편한 방식만을 택해서 수업을 진행하다가는 어느 순간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게 된다. 나는 과연 대면 시대의 수업과 마찬가지의 에너지를 들였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2회 고사가 오늘 끝난다. 1학기 동안 쉽지 않은 환경에서 학생들도 교사들도 많은 고생을 했다.

2회 고사 성적이 나오면 1회 고사 때 세웠던 가설이 맞는지 다시 한 번 검토해봐야겠다. 한 차례 사례만으로 주장하기에는 아무래도 빈약하다. 앗 그러고 보니, 평가원 주관 모의고사도 1차례밖에 안 봤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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