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까지 의견 수렴 중...교원단체는 "반드시 제공해야"

교육부 제29차 등교 수업 준비 추진단 회의자료 캡처.
교육부 제29차 등교 수업 준비 추진단 회의자료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교육부가 수능 감독관 의자 미배치 방침을 유지한 채 시도교육청에 공식 의견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면서도 유은혜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수능 감독관 의자를 적극적으로 배치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교원단체들의 요구가 3년 만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 귀추가 주목된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제29차 등교 수업 준비 추진단’ 회의를 열고 수능 감독관 처우 개선을 위해 교원 단체 등에서 감독관 의자 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며 이와 관련한 시도교육청 의견을 수렴한다고 안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실천교육교사모임은 2018년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2019년 서한문을 통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020년 민원을 통해 수능 감독관 의자 배치를 요구하는 등 교원단체들은 따로 또 같이 지난 3년 간 수능 감독석을 요구해 왔다.

수능 감독관은 4차시(5교시 시행교는 5차시) 중 3차시의 감독을 대부분 수행한다. 두 교시 이상 연속으로 감독할 경우 4시간이 넘도록 서서 감독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수능 감독 경험이 있는 A 교사는 “절대 돌아다녀서도, 옆에 기대어 서서도,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켜서도, 숨을 크게 쉬어서도 안 된다”며 “옷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조차 수험생의 집중을 방행하기 때문이다. 마네킹인 듯 서 있어야 하는 것이 수능 감독관”이라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에 교사들은 2018년부터 앉아서 만이라도 감독을 할 수 있도록 키높이 의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올해도 미배치 방침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시도교육청 공식 의견을 들어 배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부교육감 회의에서 감독관 의자는 감독관의 체력부담 경감은 장점이나 감독 소홀에 따른 부정행위 증가 우려, 민원 발생 소지 등 이유로 미배치 방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또 시도 담당자 다수가 수험생 민원 제기 가능성, 사후 관리 문제, 매년 재사용 여부 조사 및 추가 재원 확보 필요성 등 행정적 부담이 있다고 의견을 냈다고 알렸다.


수능 감독관석 배치 30억원 들어...교육부 "교부금 지원은 불가능"


수능 감독관석을 마련하려면 2020학년도 기준 약 3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교육부는 추산했다. 하지만 특별교부금 지원은 불가해 시도교육청이 자체 재원을 활용해야 함을 명시한 후 오는 7일까지 감독관 의자 배치에 대한 시도교육청의 공식 의견을 요청했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수험생 감염위험 최소화를 위해 전년 대비 시험장 및 감독관 증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감독관 섭외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감독관 의자 배치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시도교육청의 공식 의견 요청 이유를 밝혔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시험장 및 감독관의 17% 증원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의 경우 감독관이 방호복을 입고 감독에 나서야 하는 등 교육부도 대처 방안에 고심 중인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재원을 교육부가 감당하지 않아 고교 무상교육 조기 시행 등으로 재원 부담이 있는 교육청은 입장이 애매해졌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수능 감독관 의자 배치 요구는 벌써 3년이 흘렀다. 의자는 해당 학교에 보관 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 활용하면 될 것”이라며 “교육청들이 난감해하는 것으로 알지만 긍정적 검토를 통해 교육부에 의견을 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수능 감독관은 체력 문제도 있지만 정신적인 게 더 큰 문제”라며 “조금만 움직여도 소음 등의 문제로 민원이 제기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에서 감독관 근무가 가능하도록 키높이 의자 등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은혜, 감독관 의자 배치 적극 검토?..."미배치 유지하면서 시도교육청에 떠민 것 아니냐"


교육부가 미배치 방침을 유지한 상태임에도 의자 배치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준 유은혜 장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3일 ‘포스트코로나 교육 대전환을 위한 7차 대화’에서 “수능 감독관 의자를 적극적으로 배치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앞뒤가 다른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엄민용 교사노조연맹 대변인은 “유은혜 장관이 적극적으로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미배치 방침을 유지하고 있었다”며 “실제로는 시도교육청에 떠 넘기고 립서비스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시도교육청 의견을 받는 이유도 교원의 어려움이 아닌 감독관 섭외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라며 “교사들의 불편함이 정책적 거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 같아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사노조연맹 산하 17개 시도 개별 노조는 해당 지역 교육감에게 수능 감독관 의자 배치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돼 교육청이 교육부에 어떤 의견을 개진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