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학교도서관은 '교육과정과 통합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수학습센터'다.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중심으로 수많은 자료와의 '만남'을 제공해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경험들을 엮어 읽고, 쓰고, 말하는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활동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여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책과 미디어정보에 접근·분석·평가·창조 능력은 더욱 중요한 핵심적인 생활 역량이 되었다. <에듀인뉴스>는 <전국사서교사모임>과 함께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구은아 인천용학초 사서교사

독서교육의 방향성 전환기

[에듀인뉴스] 독서는 언제부터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이 되었을까? 2018년 ‘한 학기 한 권 읽기’ 가 정규 교육 과정으로 편성되기 시작하면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약 10년간 학생들은 학교에서 독서 교육을 받게 되었다.

우연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2018년도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최악의 읽기 성적을 받은 해이다.(에듀인 기사, ‘[PISA 2018] 성적 좋지만 행복하지 않아...읽기 미달 10년 새 3배 늘어’ 참고. http://www.edui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068)

특히 학생들의 읽기 능력은 12년 연속으로 하락하였고, 읽기 영역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10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읽기 자체를 하지 못하는 학생보다 읽었음에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기능적 문맹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읽기 능력은 모든 학습의 기본이다.

그리고 맥락 속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파악하는 능력, 그것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독서이다. 공교육에서 체계적 독서교육이 필요하게 된 까닭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전부는 아니다

인천용학초등학교에서도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은 진행되고 있다. 다만 그와는 별도로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서교사의 단독 수업 또한 진행되고 있다. 아직 글을 읽는 것에 익숙치 않은 1,2학년에 비해 3학년은 제법 긴 글도 잘 읽을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할 수 있는 시기인 초등학교 3학년이 학생들의 독서율이 급감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본래 책을 좋아하던 아이들보다, ‘원래부터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본교에서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7차시의 독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과정의 도입으로 학생들이 기존 교육에 비해 책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할까?

현재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한 책을 깊게 읽는 수직독서에 가깝다면, 사서교사의 수업은 수평독서의 측면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의 책을 접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올해는 변수가 있었다. 바로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온라인 수업이었다. 

코로나 시대의 독서교육 준비하기

용학초에서 진행되고 있는 클래스팅 수업 화면
용학초에서 진행되고 있는 클래스팅 수업 화면.(사진=구은아 교사)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비대면 교육이라는 새로운 시도 앞에서, 독서교육 또한 예외는 없었다.

본교에서는 3학년 교사들이 ‘클래스팅’에 수업자료를 업로드하고 학생들은 로그인하여 수업을 청취하고 문제를 풀고, 댓글로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 독서수업에는 큰 난관이 도사리고 있었다. 저작권 문제였다.

독서 수업이니 빠질 수 없는 것이 ‘책’이 아니던가. 온라인 수업용 도서 자료의 저작권 허용 여부는 출판사별로 상이했기 때문에, 우선 이용할 수 있는 자료들의 목록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곳도 있었고, 유튜브 등에 작가가 읽어주는 책 등의 형태로 공개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비문학 도서의 경우는 전체를 다 읽지 않고 부분만 발췌하여 활용이 가능했기에 저작권법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오프라인 수업과 달리 동영상을 만들기 위한 사전준비도 필요했다. 수업 주제 선정 후 자료 수집, 그리고 비대면 상태에서 명확한 의사전달을 위한 스크립트 작성, 스크립트를 바탕으로 한 수업자료 제작과 녹음, 동영상 인코딩 등의 과정이 추가되었는데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는 일이었다.

용화초에서 진행되고 있는 클래스팅 수업 화면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독서 교육

필자의 독서수업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4단계를 거친다. 동기 유발 단계인 ‘생각 깨우기’, 주제도서 소개, 간단한 독후 활동과 그 내용을 정리하는 ‘생각 나누기’ 단계, 그리고 최종적으로 수업 내용과 관련 있는 2권에서 5권정도의 연관도서를 소개하며 마무리 짓는다.

독후 활동은 주제에 따라 매번 다르다. 단답형 문항으로 그날 배운 개념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고, 독서퀴즈로 제시되는가 하면 댓글창에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적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1차시부터 7차시까지의 수업이 이루어졌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차시는 저작물과 저작권법 교육, 2차시는 책의 구조와 명칭, 3차시는 3학년을 위한 올바른 독서라는 주제로 이루어졌는데 각 차시는 지적재산권과 저작권법에 대한 이해, 책의 구조 분석을 통한 출처의 작성과 부분별 명칭 이해, 독서에 있어 책의 구조를 아는 것이 올바른 독서를 위해 왜 중요한지에 대하여 유기적인 연관관계를 갖도록 구성하였다.

나머지 차시는 학교 커리큘럼과 사회현안을 바탕으로 한 주제독서교육으로 진행되었는데, 4차시는 본교 장애인권교육 주간에 맞춰 ‘장애’를 주제로, 5차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늘어난 일회용 쓰레기 문제에 대한 ‘환경’문제, 6차시는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발생과 관련하여 ‘인종차별과 인권’을 주제로 진행하였다.

마지막인 7차시는 여름방학 독서생활을 위한 계획 세우기를 주제로 독서기록장 작성법과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자도서 서비스와 그 이용방법을 소개 하였다. 

저작권에 대한 기본 개념을 동영상으로 익힌 후 유튜브 자료를 예시로 사용하였다.

독서수업에서의 유튜브 활용

본교에서 원격수업에 사용한 클래스팅 플래폼은 동영상 용량에 제한이 있어서, 수업영상은 인코딩하여 유튜브를 통해 업로드하게 되어있다.

필자는 지금까지 유튜브가 독서율 저하의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독서 수업에 있어서 유튜브의 활용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것이다.

그리고 수업 준비 과정에서 의외로 유튜브에는 질 좋은 콘텐츠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깨달았다. 관련하여 7차시 수업 중 기억에 남는 수업 내용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면 교육 시대에 가장 중요한 첫 차시 독서수업의 주제는 단연 저작권법이었다. ‘저작권을 지켜달라’는 안내는 수업 첫 페이지에서 매일 보는데, 정작 학생들은 저작권의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그림 도둑 준모’ 책에서 발췌한 줄거리를 바탕으로 물건이 아닌 생각이나 그림에도 주인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하며 수업을 시작하였다.

저작권 개념과 저작권 침해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수업을 진행하고 퀴즈를 통해 수업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였는지 확인했다.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저작권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는 두 권의 책도 추가로 소개하였다. 이 과정에서 유튜브의 방대한 자료들이 매우 도움이 되었는데, 작년 저작권 소송에 들어간 핑크퐁의 ‘아기상어’ 노래를 원작자의 곡과 비교하여 들려줄 수 있었던 점이다.

저작권에 대한 기본 개념을 동영상으로 익힌 후 유튜브 자료를 예시로 사용하였다.
저작권에 대한 기본 개념을 동영상으로 익힌 후 유튜브 자료를 예시로 사용하였다.(사진=구은아 교사)

6차시의 인권 주제독서교육 또한 그렇다. 3학년 친구들이 의외로 어려워하는 과목이 사회인데, 이 때문에 필자는 매 해 꼭 한번은 사회 관련 책을 선정하고 있다.

때마침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의 시위가 점점 격화되어가는 와중이었기 때문에, 미국 내 흑백갈등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일어나요 로자’, ‘헨리의 자유상자’와 같은 책들을 적절히 활용하였다.

물론 수업 내에 미처 다뤄지지 못한 내용들을 다른 책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연관도서로 사회과학 지식책들을 소개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토리로 배운 내용은 뇌에서 훨씬 오랫동안 강렬하게 기억되기 때문에 이런 때에 위인전은 참 좋은 자료인데, 마침 유튜브에서 그레이트북스의 위인전 시리즈 ‘지인지기’ 마틴 루터 킹 목사 편 영상이 있어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었다. 

비대면 독서교육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

비대면 교육이라는 새로운 난관 앞에 온라인 독서 교육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다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독서 교육은 학생들을 꾸준한 독서가, 평생 학습자로 이끌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이 되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대면 수업으로 더욱 중요해진 저작권 문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등 온라인 독서 교육에서의 사서교사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또 새로운 시도 앞에 독서교육에서의 유튜브의 활용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2학기에는 남은 수업 주제인 예술, 철학, 진로와 3차시에 걸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그리고 온라인으로 시도될 ‘책놀이’까지,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할 것 같다. 다만 공교육에서 온라인 비대면 수업은 학생·교사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므로, 독서 교육 또한 점점 개선되고 발전해 나갈 여지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