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이 글은 대구시교육청이 ‘어쩌다 원격수업! 선생님의 수업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명칭으로 공모한 온라인 개학 이후 실시한 원격수업‧평가 운영 사례 수기 응모작입니다.

류지은 대구상원고 교사 

[에듀인뉴스] 교사 생활 25년이다. 한 시간의 수업이 행복하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하다. 길잡이 하는 선생에 더듬더듬 따라 오던 제자가 어느덧 성큼성큼 걷기 시작하면 이 직업은 희열의 끝을 선사한다. 

‘선생님~~~’하고 끝을 뭉개는 아이들의 부름, ‘이번 시험 너무 어려워요~’, ‘저 그 문제 맞췄어요!’ 하는 응석과 자랑들이 아주 행복한 수업을 만드는 밑거름이다. 선생은 자기 간을 빼서 아이들에게 먹이는 일이라는 돌아가신 은사님의 말씀이 항상 옳음을 깨닫는다. 

가르치던 1학년들을 따라 올라가 이 부분과 저 부분을 이렇게 저렇게 가르치고 함께 배워가야지 하며 작년 말부터 2020년 수업 계획을 세웠다 지웠다 했다. 늘 이 생각을 하는 성실한 선생은 아니고 어느 때 문득, ‘이 아이들이 이것을 배웠으니 다음에는 그것을 공부하면 좋겠는데. 그럼 학교생활기록부 기록도 쉽고 3학년 때 자기소개서 쓰기도 훨씬 수월할 거고.’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같은 일을 수십 년 하니 염증이 날 만도 하다 싶겠지만 사람이 바뀐다. 작년 그 아이들이 올해의 그 아이가 아니다. 학생들은 빨리, 많이 자란다. 그들과 함께 성장하리라 내심 기대가 컸다, 그놈의 코로나19가 발목을 잡기 전까지는! 

학교에 학생들이 오지 못한다. 학생 없는 3월의 교정, 3월이면 끝나겠거니 했다. 4월을 넘어섰다. 감염병은 수그러들지 않고 수업 일수는 야금야금 줄고.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았다. 통칭하여 ‘원격수업’을 실시하라고 한다. 

콘텐츠를 탑재하여 단방향 수업이나 쌍방향의 실시간 화상 수업을 하란다. 내 얼굴을 보고 통화하기도 민망해 영상 통화도 하지 않는 나는 기성세대다. 수십 년을 칠판과 분필과 쌩쌩한 나의 육성에 의존해 왔다. 학생들에게 어마무시한 과제를 내주고 그 과제를 친구들과 함께 해결하면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수업 방식을 고수하여 왔다. 

나는 암초에 부딪혔고 완전히 부서졌다. 영상도 제작할 줄 모르고, 쌍방향의 뜻도 모르고 또 고백하건데 나는 컴맹에 기계치다. 정말이지 살면서 이런 고백을, 스스로에게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동시에 슬펐다. 살면서 어느 순간, 어떤 기회에 앞으로 이런 것을 꼭 해야지 하는 그 지점들을 스쳐 지날 때가 꽤 많다. 후회했다. 그때였구나, 맞아. 그러나 늦었다. 이미. 

부랴부랴 EBS온라인 클래스를 개설했다. ‘단방향 콘텐츠 위주의 수업은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이 불가하다.’ 학생들이 제출한 시간마다의 과제와 활동을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길 수가 없다. 

현행법상으로는 그렇다. 학생들이 시간마다 남기는 수십 편의 과제를 매일 3-4개의 반을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들이 해당 차시의 수업을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가 없다. ‘불가하다, 없다, 아니다, 해야 한다,’가 마구 난무했다. 

그냥도 어지러운데 밖에 나와 있는 모든 시간을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의 뜨거운 입김, 콧김과 함께 하니 매일이 롤러코스터였다. 뭘 어쩌란 거지? 하~하~하~아. 답답했다.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앞일도 내다볼 수 없고 도무지 못하고 안 되는 일투성이에 나의 작은 등대들, 학생들도 없다. 

학교 홈페이지에 주차별로 탑배하는 원격수업 계획서 중 2학년 문학_류지은_쌍방향 수업 안내
학교 홈페이지에 주차별로 탑배하는 원격수업 계획서 중 2학년 문학_류지은_쌍방향 수업 안내

아, 아이들이 보고 싶다! 쌍방향? 그거하면 애들이 화면에 싹~ 다 나온다는데? 그래? 그럼 그거 하면 되겠네! 남들도 하는데 뭐 그렇게 힘들까봐. 하는 앙큼한 생각이 있었는데 쌍방향을 하라는, 해야 한다는 상황적 압박도 커져서, 드디어 공부를 시작했다. 

구글링부터 시작. 각종 프로그램, 앱 등등 하면 할수록 미궁이었다. 구름 속을 걷는 기분이랄까, 자동차를 한 번도 운전해보지 않은 사람이 핸들을 얼마나 돌리면 좌회전이 될까하는 그런 희끄무레한, 오리무중 속에서 헤매다 실전 공부가 필요하단 결론을 얻었다. 

유튜브도 보고 블로그도 보고 실제 수업하는 학교 정보부장님의 연수도 듣고, 외부 강사의 연수도 듣고 따라 하기 시작했다. 

ZOOM 안내영상자료에서 설명한 학습지-줌설치 방법, 화상회의 참가 방법, 학급별 쌍방향 수업 시간표 안내
ZOOM 안내영상자료에서 설명한 학습지-줌설치 방법, 화상회의 참가 방법, 학급별 쌍방향 수업 시간표 안내

‘이 세대는 뭐든 유튜브로 하잖아? 잘 모르면서 먼저 부딪히고 깨지고 그러면서 알아가는 그런 방식? 책으로, 매뉴얼로 보고 차례대로 따라하는 나와는 달리 순서 없이 마구잡이로 섭렵한 뒤에 차례를 바로잡는 그런 방식! 그럼 나도 그렇게 해 보는 거지, 머. 모르면 잘 모른다 함께 하자, 가르쳐달라고 하고! 

애들이 나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솔직하게 이 상황을 헤쳐 나가보자. 계속 애들에게 영상만 보게 하고 과제만 하게 할 순 없잖아! ‘ZOOM(줌)’을 기반으로 쌍방향 수업을 시작했다. 

먼저 356명의 학생들에게 줌 설치 및 접속방법과 쌍방향 수업의 의의를 안내해야 했다. 기존의 온라인클래스에 아래와 같은 [쌍방향 수업안내(2학년 전체)5월5일까지 학습완료 필수!] 강좌를 만들고 356명의 학생들에게 5일 동안 지속적으로 SMS로 안내를 했다. 또 학교 홈페이지를 통한 주차별 원격수업계획서에 쌍방향 수업 내용과 발표 예약을 안내했다. 

첫 시간 수업부터 교사만 말하는 수업을 지양하고 싶었기에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수업도 시작하기 전에 지쳐나가 떨어질 판이었다. 주말과 어린이날, 야간 시간까지 할애했다.

주말과 야간을 활용한 영상 촬영, 편집과 인코딩까지,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무 노력 없이 봐오던 타인의 영상들이 얼마나 훌륭한 작품이었는지도 깨닫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첫 시간! 줌을 이용한 쌍방향 첫 시간! 2020년 5월 6일! 2학년 6반! 와우! 아이들이 백열등 켜지듯 하나하나, 좌롸롸락~~! 교실로, 아니 줌의 내 회의실로 쏙쏙 들어왔다. 

실망하지 말고 한 걸음씩, 부딪히며!’라고 먹은 마음이 한 시간 수업으로 눈 녹듯이 녹았다. 사전에 발표 예약자를 받은 것이 신의 한 수였다. 

교사가 오디오를 계속 장악하는 것은 쌍방향 수업이라고 보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했다. 발표 예약 5명에 해당 발표자의 발표 내용을 듣고 피드백 발표까지 엮었는데 평균 수업 당 학생 발화가 9명이상이었고 학생 발화시간은 수업 시간의 35%이상이었다. 

1차시 12개반 수업에서이다. 2차시부터는 학생 발화 시간을 더 늘려갔다. 혼자 생각에는 대성공! 으하하하핫, 쌍방향 뭐 별거 아니네 싶었다. 그런데, 5월13일부터는 등교수업을 한다 했다가, 다시 일주일 미뤄지고 .....여차저차해서 2학년은 5월27일에 첫 등교수업을 하고 그 다음 주는 원격수업을 하는, 이른바 퐁당퐁당 수업에 들어갔다. 

정말이지 그 무엇도 일주일 이상을 계획한 대로 실행하기 어려운 시기들이었다. 3차시까지 쌍방향 수업을 하고 나니 학생들과 나는 어느덧 익숙해졌고 등교수업 주에는 학습 자료를 배부하고 원격수업 주에는 발표를 병행한 수업을 이어갔다. 
 
어느덧 다음 주가 마지막 수행평가주다. 마지막 소설탐구감상 쓰기로 이번 학기가 수행평가는 끝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수업일수가 턱없이 부족했고 등교수업은 더 부족해서 등교수업 때면 각 교과마다 과정형 수행평가를 실시하기에 학생들은 숨통이 막힌다.

[수행평가] 문학 탐구 성장 포트폴리오 중 시 탐구 감상 쓰기: 쌍방향과 콘텐츠 수업(원격수업)에서의 과제 -> 등교수업에서의 수행 평가 -> 등교수업에서의 교사 피드백

어제도 2학년 10반 수업에서 우리 다음 주가 마지막 수행 평가다 했더니 오늘도 벌써 2개 했어요 한다. 매일이 시험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우리 고교생들, 여름방학도 턱없이 짧아 더 힘든 우리 고교생들, 선생님도 너희들이 너무 안타깝고 속상해고 그래. 우리 힘내자~. 

하루 4시간 이상 등교수업 하는 학생이나 교사에게는 정부에서 여름용 비말마스크를 매일 2개 정도 무상 배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너무 어린아이 같은 것인가? 눈만 볼 바에야 랜선으로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수업이 더 낫지 않을까? (교육청에서 8월 초에 교사용 비말마스크를 20개씩 나눠주었다. 한 발짝만 더 일찍 서둘러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방학까지 한 달 남았다. 1학기가 곧 끝이다. 2020년 1학기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록은 코로나19가 점령한 6개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보여주는 성적표가 될 것이다. 원격수업 기간 동안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의 소감문이다. 학생들에게는 길잡이가 필요한 것이다. 

길잡이 선생이 어눌했어도 제자들은 잘 따라와 주었고 성장하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활동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다. 마스크를 벗고 기꺼이 스킨십을 하며 친구들과 마주보며 맨얼굴로 수업하는 과거의 일상으로 하루 빨리 돌아가고 싶다. 

이런 마음이 이번 한 번의 뼈아픈 경험으로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수많은 과학자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귀는 없다고…….  짧은 방학을 이용해서라도 2학기 준비를 알찬 블랜디드 러닝으로 엮을 방법을, 쌍방향 수업의 경험을 녹여서 학생과 교사가 아주 행복할 수업으로 그려봐야지 싶다.

왼쪽부터 문학 수업 발표자 소감 기록 안내, 문학 수업 발표자 소감 예시 116개
왼쪽부터 문학 수업 발표자 소감 기록 안내, 문학 수업 발표자 소감 예시 116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