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BS 캡처)
(사진=EBS 캡처)

[에듀인뉴스]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울리는 단톡방이 있다. 학생들과 함께 있는 단톡방이다.

학기말이 되니 학급 실장, 동아리부장들이 바쁘다. 학급 운영을 위한 공지, 동아리 활동 마루리를 위한 공지들이 계속되는데 정작 학급원들이나 동아리 부원들은 묵묵부답이다. 

심지어 학급 실장과 동아리부장을 함께 맡은 학생들은 죽을 지경이다. 이것도 해결이 안 되는데 저것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른바 ‘멘탈이 터지는’ 모습을 본다.

실장이든 부장이든 대표가 독촉하는 동안 다른 이들은 만사태평이다. 단톡방을 보고 있는 나조차도 답답한데, 대표들은 오죽할까? 잠시 후에 대표에게서 개인 메시지가 온다.

“선생님, 애들이 협조를 안 해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이 메시지는 ‘도와달라’는 신호다. 이 때 도와주지 않으면 동아리든 학급이든 파행으로 치닫는다. 결국 대표가 놓아버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표는 온갖 비난을 듣게 되고 조직은 산산조각이 난다.

내가 개입해야 할 때다. 대표 학생에게 이러저러한 조언을 해주고, 또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준다. 벌써 몇 년을 이런 일을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어떤 식으로 달래야 할지도 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든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되어야 할까?’

교사가 처음 되었을 때,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업무분장표를 받고 담임 역할을 맡은 채 내던져졌다. 맨 땅에 헤딩을 하며 열심히 배웠지만, 항상 매뉴얼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초보 교사를 위한 가이드북 같은 것이 있었다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나 감정 소모들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학교는 늘 ‘물어보며 배우라’고 하지만, 애초에 왜 업무에 대한 가이드북이 없는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동아리 부장이든 학급 실장이든 학생대표는, 초보 대표들이다. 물론 전년도나 그 전 어느 즈음에 다른 대표를 맡았을 순 있다. 이런 경험들로 인해 제법 능숙한 대표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 역할을 맡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 채, 대충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을 실현하느라 고생하는 학생들을 위한 지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학급 친구들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법, 제출기한을 어기는 친구를 상대하는 법,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많을 경우, 선생님의 지시를 거절하는 법 등 대표들도 대표자로서의 역할이나 간단한 대응 방법 등을 학습해야하지 않을까?

학생들이 굳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매년 학생 자치라는 이름으로 반복하고 있다. 자치를 위해 선생님이 개입한다는 것이 모순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채 하루아침에 자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리더십과 팔로우십, 소통의 기술 등을 지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굳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더라도 미리 배움으로써 좀 더 나은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예방할 수 있는 감정 소모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이 부분을 너무 간과하지 않았는가? 학생대표가 처음부터 능숙하기를 바라고 내버려 둔 것은 아닐까? 실장이나 부장이 선출되는 것까지만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면 그 동안 잘 운영됐던 학생동아리나 학급자치회는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다. 대표자가 탁월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거나, 구성원들이 괜찮은 팔로우십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자치는 ‘결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과정’ 그 자체다. 몇몇 우수 자치 사례들을 보면 자치 ‘결과물’들을 전시해놓은 것들이 많다. 그러나 그 속에는 학생들이 실제로 겪었을 시행착오, 학생 간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무임승차자나 나 몰라라 하는 구성원 간의 갈등이 담겨 있을 것이다.

자치의 결과물이 아니라, 자치의 과정 경험이 공유되어야 한다. 그것 없이는 결국 학생들 간의 갈등을 방치하는 셈이 될 뿐이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