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캡처)

[에듀인뉴스] 통계청이 공개한 ‘2018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열 명 중 아홉 명이 사회와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 모른다. 

청소년기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데다 정의감에 불타는 순수함이 특징이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청소년은 학생이기 전에 이 땅의 국민이자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에 우리 청소년들의 사회참여 의식과 용기 있는 행동이 주목을 끌었다. 

작년 일본의 정치보복으로 한일 간에 경제 전쟁을 치르던 중에 우리 청소년들이 보여준 행동에 든든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는 아직 법적으로 성인이 되지 못한 만 18세 미만의 고교생까지는 청소년으로 구분하여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인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어린 싹(幼芽)으로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그들의 성숙된 의식은 유아(乳兒)적 발상을 넘지 못하는 부끄러운 어른보다 낫고 국가를 생각하는 애국심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거리낌 없이 국가에 위해(危害)를 가하는 성인보다 투철하다. 

2019년 매스컴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등학생들도 불매 운동에 적극적인 동참을 선언했다. 비율적으로 전체 고등학생의 79%를 넘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잠시 그때의 상황을 상기해 보자. 경기도 의정부, 전라도 광주, 부산, 서울 등을 선두로 전국에 걸쳐 고등학생연합 단체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또는 거리 곳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경제 보복을 풀고 사죄, 반성할 때까지 일본 상품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일본이 후손에게 물려줄 정신적 유산은 반성과 사죄 뿐"이라며 "일본은 과거사 반성과 함께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일본은 어떤 이유도 대지 말고 경제보복을 중단하라"면서 "만약 일본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지금 고등학생인 우리 세대가 기성세대가 되는 그때까지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앞으로 20년, 30년 후 우리가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대한민국과 일본이 다정한 이웃 나라이길 원한다."면서 "한일 양국의 미래마저 갈등, 대립의 장으로 만들려는 아베 총리는 각성하라"고 촉구했다. 참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 아우르는 지혜가 돋보였다.

이처럼 청소년은 학교 공부에 묻혀 평소엔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적인 사건이나 정의에 반(反)하는 사건들이 일어날 때는 결코 침묵하지 않는 젊음의 기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은 학교에서 실시하는 사회 현상 토론 대회에서도 그러한 열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평소 준비 기간에는 시험공부 하듯이 몰입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서로 토론하며 최종적으로는 자신들의 생각을 요약, 정리하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학구적인 자세를 견지하기도 한다. 

본교는 기말고사를 마치고 1주일의 준비 기간을늘 거쳐 이번 주에 2020학년도 3학년을 대상으로 사회과에서 주관하여 사회 현상 토론 대회를 실시하였다. 다음은 토론 대회에 대한 실시 계획이다. 

(자료=전재학 교감)
(자료=전재학 교감)

학생들은 임신 중절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여과 없이 진솔하게 밝히고 이를 공론화하면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나누었다. 영상 세대답게 평소 TV나 인터넷 매체의 토론을 자주 목격하고 참여한 경험이 있는지 필자가 평소 생각하는 것 이상의 토론 실력을 보여주었다. 

예선전을 거쳐 올라온 최종 결승은 약 25분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마치 ‘끝장 토론’처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서로의 입장을 반박하며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서 평소에 교실에서 학생중심 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발표 수업이 얼마나 튼튼한 기반을 형성하고 본 결승에서 그 빛을 발휘하는 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사회 현상에 대해서 결코 침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기뻤다.

이제 우리의 교육도 생각의 폭을 넓히고 방향 설정을 숙고해야 한다. 현실과 괴리된 교실 수업은 학생들에게 참여를 이끌지 못하고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학교 수업을 기반으로 학생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 주변의 일상 속에서부터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참여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참여하는 청소년이 세상을 바꾸고, 그래야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다. 

(사진=전재학 교감)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이끌어 갈 리더는 바로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앞서 서두에 밝힌 것처럼 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 친구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슈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 지역사회 혹은 학교를 위해 가치 있는 일에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 관심 있는 기사나 SNS의 글을 보며 공감하거나 지지하는 것 등 자신의 주변, 우리 사회에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를 통한 행동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 청소년들을 다시 보고자 한다. 생각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 늘 안타까 운 마음이 앞섰는데 결코 그들은 개념 없이 사는 게 아니란 것을 증명했다. 

오히려 세상의 불의와 부정에 침묵하는 지식인, 철새처럼 이리저리 자신의 이해득실에 따라 행동하는 지식인, 자신과 가문의 영달만을 위해 부끄러운 과거를 세탁하는 지식인, 말로는 양심을 부르짖지만 뒤로는 온갖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는 지식인들에게 청소년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경종을 울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올바른 배움은 정의로운 행동을 불사한다. 

그래서 청소년의 사회참여는 진정한 용기의 상징이자 민주시민의 권리행사로 이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학교 교육은 바로 이를 지탱하는 주춧돌이어야 한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