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청은 초·중·고 교원 20명을 대상으로 17, 18일&nbsp;온라인플랫폼을 활용해 ‘2020년도 슬기로운 AI교육 바로알기’ 직무연수를 개최했다.(사진=경남교육청_<br>
 온라인플랫폼 활용 수업 모습.(사진=경남교육청)

[에듀인뉴스] 지금까지 우리는 유치원에서 초중등학교, 대학까지 학교에서는 면대면 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장으로 생각했다. 그러면서 과거 질곡의 역사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화의 주역을 육성한 것이 바로 우리의 학교 교육의 힘이었다고 믿고 있다. 이처럼 지극히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역할을 수행한 학교 교육의 입지에 우리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최근에는 우리의 학교 교육이 점차 부정적인 평가를 축적해 왔다. 단적인 예로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 학습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학생, 그리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증가, 지나친 입시 위주의 오지 선다형 교육 등등 많은 문제가 노출되면서 한편에선 면대면(오프라인) 학교 교육에 대한 실망이 고조되어 왔다. 

여기엔 당연하게도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 심지어 학교 무용론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곳곳에서 교육 개혁을 부르짖고 혁신학교 운동을 펼치며 전통적 학교와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 혁명적인 변화를 도모하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교육, 인공지능(AI) 학습조교나 멘토가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고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키워 줌으로써 개인 맞춤형 개별화 학습이 가능한 교육 등 에듀테크(Edu-Tech) 기반 교육에 대한 기대가 점차 고조되어 왔다. 

그러한 시기에 우리에게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온라인 교육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별천지가 도래했다. 이는 우리 교육의 역사상 한 번도 실시해보지 않은 원격 교육을 일반화하면서 유치원, 초중등학교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까지도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 

다행히도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점차적으로 개선을 도모하면서 우수한 두뇌집단인 교사답게 획기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온라인 교육은 대면교육과 병행하면서 2020학년도 1학기를 떠맡아왔다. 

그런데 그 속에서 드러난 몇 가지 불편한 진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에듀테크가 아직은 갈 길이 멀고, 온라인 교육이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으며, 특히 사회적 약자나 교육약자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음이 드러났다. 

단적인 예로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거친 대다수의 학교는 학생들의 학력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교육격차의 심화를 반영하듯이 중간 그룹의 학생이 사라지고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양분되는 학습자를 양성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 교육은 학교와 교사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는 곧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우리의 미래 교육에 닥칠 문제를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에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시자인 빌 게이츠는 코로나19가 불러 올 사회 변화를 말하면서 “대부분의 업무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교육은 대면이 필요하다. 친구 사귀기, 어울려 놀기 등 학교에서 물리적으로 행해지는 사회 활동은 절대 온라인으로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뿐인가. ‘학교가 멈추니 학교가 보였다’는 한 중앙지의 기사에 의하면 “종일 틀어박혀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를 보니, 학교가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공동체 생활을 통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길러 주는 곳이란 것을 절감하게 됐다”는 학부모의 이야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실제로 현재의 우리 학교 교육은 긴 휴업과 격주 등교,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가정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관계로 아이들은 엄마 잔소리에 파묻혀 학교를 그리워하고, 친구들과의 놀이가 절실하며, 교사에게 모르는 것을 직접 질문하여 신속하게 알고 싶고, 엄마는 아이의 돌봄과 학교 급식이 주는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전화위복이라도 되듯이 아이도 학부모도 학교를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고 학교와 교사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현재 학교의 교사들은 온라인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그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깨닫고 있다. 그러면서 대면교육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간단한 실례를 들어보자. 교사는 대면수업을 위해 교과 내용 관련 온라인 콘텐츠 자료를 직접 제작하기 보다는 온라인에 존재하는 기존의 다양한 콘텐츠를 재구성하여 제공하고, 온라인을 통해 상시 소통하는 스마로그형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대면교육의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교사의 생각이 진화하면서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학습을 돕는 조정자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쪽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나아가 성공적인 수업을 위해서는 수업내용을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외 바탕이 되는 소통과 동기부여를 위한 수업운영이나 학급경영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학교 교육의 존재 의미는 사회적 약자와 교육 약자(한 부모 가정⋅조손 가정⋅다문화 가정 자녀, 학습 장애자, 특수교육 대상자 등)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특별히 교사와 함께 하는 대면교육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교사 스스로가 깨닫게 된 것이다. 이것이 온라인 교육이 남긴 성과이다. 

여기서 온라인 교육 상황에서 교사의 핵심 역할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우수한 학생들은 인터넷에 탑재되어 있는 콘텐츠를 통해서 혼자사도 학습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학습하도록 돕는 것이다. 

교사는 개인적으로 제작하여 제공하는 교육용 콘텐츠보다 훨씬 뛰어난 콘텐츠가 많다는 것을 인지함으로써 교사의 역할을 고민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바로 이점에서 교사의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 학교 현장은 세 가지 부류의 교사가 존재한다. 불기피한 변화의 흐름을 역이용하거나 이를 선도하여 앞서가는 연구교사와 남들이 하는 것을 눈여겨보거나 따라하면서 최소한의 시늉만으로 변화의 흐름에 적응해 나가는 교사, 그리고 변화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어 현재의 스트레스를 감당하면서 스스로 교사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적당한 시기에 명퇴를 고려하는 교사 등이 그렇다. 

그렇다면 교사는 온라인 학습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누구나 겪어야 하는 변화가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먼저 이를 극복하는 심리적인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아울러 변화의 파도를 타고 서핑을 즐기듯 교사의 수업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교사 집단은 이미 수준 높은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국제사회가 공인하기 때문에 이에 반하여 교사 스스로 자신을 과소평가하거나 지나친 겸손으로 소극적인 것은 아닌지 늘 성찰해 볼 일이다. 용기를 내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결국 한두 번의 시도와 실패를 겪으면서 비약적인 도약을 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과 관련하여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된 것은 온라인 학습의 효율성과 교육약자의 문제이다. 일반 학생들의 온라인 학습의 효율성 제고 문제는 교사와 학생들의 적응 속도가 빠르고 지원도 다각도로 병행되기 때문에 차츰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결이 어려운 것, 즉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교육약자 부분이다.

취약계층(한 부모 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저소득 맞벌이 가정) 자녀, 특수교육 대상자를 비롯한 학습장애 학생, 학습 흥미도가 낮은 학생, 기초학력 미달 학생, 초등학교 저학년 등 교육약자들을 위해서는 에듀테크가 아주 발전하지 않는 한 교사와 함께 하는 대면교육이 주가 되어야 한다. 이를 우리 사회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이번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학습에서 온라인 학습으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기기 사용과 접근이라는 물리적 환경 격차보다 부모의 관심과 온라인 교육 역량이라는 심리적, 가정적 격차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온라인 교육 강화가 오히려 교육적⋅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더욱 섬세한 교육약자에 대한 배려와 투자가 필요하다.

교사들은 이제 온라인 수업을 통해 수업내용의 전달만이 아니라 이의 바탕이 되는 소통과 동기부여를 위한 수업역량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많은 교사들이 자신을 스마로그형(스마트 + 아날로그)교사로 진화시키길 원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 학습을 체험한 학생과 학부모의 바람이자 요구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스마로그형 교육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면서 이를 위한 시스템의 가동이 교사별로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상반기, 갑작스런 온라인 수업 앞에서 전국의 많은 교사들이 보여준 열정과 적응 노력, 교육부와 교육청, 유관기관과 에듀테크 기업들의 노력이 2020년 하반기에 더욱 빛을 발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아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수업에서 자신감을 획득한 교사들은 그 저력을 과시하며 세계 교육을 이끄는 새로운 k-에듀의 주자로 나서게 되기를 희망한다. 왜냐면 앞서 밝힌 바처럼 우리 교육의 인(人)적인 기본인프라는 국내외적으로 널리 신뢰를 받을만하기 때문이다. 

이제 교육의 미래는 오늘의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기억하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