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아마 학교생활을 하며 종종 이런 일을 본 적 있을 것이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명문대학교에 진학할 만큼 좋은 성적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건이 쉽게 무마되거나 최대한 처벌을 받지 않게 애쓰는 모습을 말이다. 심지어는 생활기록부에 학교 폭력 기록이 남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정시로 명문대에 진학한 사례도 있었다. 

학벌주의가 심한 한국에서는 그 사람의 인성, 도덕성이 어떻든 간에 능력, 학벌만 뛰어나면 권력을 가질 수 있고, 이것이 이미 사회의 구조적 특징이 되었기 때문에 생긴 온갖 부정부패, 비리들은 기득권층 이외의 구성원들에게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력감’을 준다.

그리고 대부분이 순응하고 적응한 채 살아간다. 국회의원 중에서도 명문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사람 거의 없고, 구속되신 분들은 많다.

넬 나딩스와 로리 브룩스가 쓴 <논쟁 수업으로 시작하는 민주시민교육>의 제1장 ‘도덕성의 근원’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교육시스템은 가끔 고학력자들을 도덕적으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위험에 놓이게 한다." 

덕이라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는 단순히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민주주의에 관련된 내용을 배워도 학교에서는 의미, 사상가들의 주장 등을 배우는 것이 전부이다.

논쟁적인 쟁점들을 전혀 다루지 않고 피하려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펼쳐볼 수도,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도, 교사의 생각을 들어볼 수도 없다. 무엇이 상대적으로 타당한지, 그 여부를 가릴 수 없다면 왜 그런 것인지 전혀 알 방법이 없다. 

도덕과는 무관한 능력주의 사회의 시사점을 교육 시스템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만 19세가 되기 전 가장 성숙하다 할 수 있는 단계인 고등학교에서의 교육과정을 먼저 살펴보자. 

보통 교과의 교과(군)에는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 과학, 체육, 예술 등이 있다. 아래 교육부 자료를 보면 사회 탐구 명칭 옆에 ‘(역사/도덕 포함)’이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 탐구 교과에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정치와 법, 사회·문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출처: 교육부 홈페이지)
(출처=교육부 홈페이지)

즉, 도덕과 관련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교과는 정치와 법,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정도다. 하지만 이런 교과들에서는 이론적 내용을 배우는 것이 전부이므로 비판적 사고를 통해 도덕성을 기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도덕이라는 것이 한 교과로 특정해 시험을 보고 외워야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현재 교육과정, 경직된 수업 특성상 우리는 그 어떤 과목에서도 도덕을 접할 수 없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학생들이 더 배우고 생각할 기회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학생들이 친구를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학교 환경에서 교과서와 문제집으로만 세상을 보는 것이 얼마나 힘들면서도 무서운 것인지를 모두가 알아야 한다. 혹은 알고 있지만 방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