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칼럼 연재를 시작하며
"장하의 시간 놓치지 말고 후배 교수 지원 역할 매진해 주길"

[에듀인뉴스] 인간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사적 상황에서 답을 얻기도 한다. 정권에 따라 요동치는 교육정책으로 학교 현장은 갈 지(之) 자를 그리며 나아가고 있다. 갈수록 첨예하게 양분돼 대립하는 교육계를 보며 역사의 산증인인 교육 원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에듀인뉴스>는 <한국교육행정학회>와 공동으로 원로에게 듣는 '에듀인 시니어' 칼럼을 기획, 교육 역사와 함께 한 원로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찾아가고자 한다.

이종재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명예교수. 이종재 명예교수는 서울대학교 교육학 학사, 서울대학교대학원 교육행정학 수료,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박사를 취득하고,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행정연수원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한국교육개발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학교법인 동랑예술원(서울예술대학교)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종재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명예교수. 이종재 명예교수는 서울대학교 교육학 학사, 서울대학교대학원 교육행정학 수료,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박사를 취득하고,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행정연수원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한국교육개발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학교법인 동랑예술원(서울예술대학교)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에듀인뉴스] 우리의 음력 절기에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사계가 있습니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 장하(長夏) 라는 절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더위에 지친 도시인들에게는 지겨운 늦더위로 여겨지겠지만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는 웃자람을 막아주고 곡식을 패게 하고 낱알을 여물게 하는 곡식을 기르는 계절이 됩니다.

농사를 짓는데 장하의 시절을 거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우리 인생의 계절에서도 장하의 시절은 중요한 의미를 더하여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가 지금 장하의 계절 속에 있는지 아니면 이미 장하의 절기를 보냈는지는 알 수 없어도 장하의 계절에 있다고 생각하고 속을 채우는 노력을 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교육개발원(KEDI) 동문회에서 “KEDI에 두고 온 시간들”이라는 제목 아래 동문들의 회고의 글을 모았는데 이 글들은 KEDI에서 보낸 지난 세월 속에 있는 묻혀있는 우리 삶의 빈 속을 채우는 주옥같은 이야기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바쁘게 살아오다가 늘 겉만 보다가 이제는 그 속도 보려고 마음먹습니다.

눈앞의 일과 상황에 마음 쓰다가 이제는 멀리 바라보며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하기도 합니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왔던 공간의 범위를 넓혀서 이웃도 생각하고 우리가 속한 공동체도 생각하고 국가도 다시 생각합니다.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고 생각하고 열린 마음으로 문제를 바라보려고 마음먹기도 합니다.

지나 온 시간의 흐름에 감사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은혜를 기억하고 그 과정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싶어 합니다. 컴퓨터나 핸드폰을 다루는데 미숙하고, 말을 하는데 어눌함이 있기는 하나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문제를 보는 관점을 세우고 문제의 핵심을 찾아가는 데는, 장하의 속을 채우는 내공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을 보는 듯합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얼마 전 함께 공부하던 제자 교수들과 책을 내는 몇 년에 걸친 작업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최종 교정을 보고 색인 작업까지 마쳤습니다.

4년 전 각자 하고 있는 연구과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탈북청소년에 관한 연구, 학교 내 폭력문제, 학업중단학생 판별을 위한 지표연구, 다문화가정 학생문제, 기초학력 미달학생에 관한 문제, 취약가정과 저소득계층의 문제 등을 듣게 되었습니다.

교육성취를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집단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책을 내기로 하고 책의 제목을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육정책론’으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논의를 통하여 교육정책의 내용체계를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교육 약자와의 관계, 교육의 역할과 격차의 수준, 교육 약자의 특성, 적극적 우대 조치의 당위성과 한계, 교육복지 프로그램의 현장 상황에 대한 깔때기 모형, 교육발전단계의 교육복지 정책의 지향 등을 검토하였습니다.

책을 집필하는데 장년과 시니어 간 역할분담을 하는데 시니어의 역할이 있음을 서로가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시니어들은 장년들이 앞장서 나가도록 길을 비켜주고 뒤로 물러서서 속을 채우는 일에 보다 집중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서로 격려하고 초심을 기억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이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관념상으로 장하의 계절이 있다 하니, 시니어들은 장하의 시간을 놓치지 말고 뒤에서 후배 교수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분담을 이루게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