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은 온라인 학사 일정 안정적으로 운영하라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에듀인뉴스] 1학기 내내 교사들을 괴롭혔던 것은 학사일정이 2주마다 바뀌는 것이었다. 교육부가 계속 2주 뒤에 다시 발표하겠다는 식으로 학사 일정을 발표했고, 심지어 온라인 개학을 하고 2주도 지나지 않아 등교개학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학사 일정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교사는 온라인 수업도, 등교 수업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에서 1학기를 보내야 했다.

4월 16일에 온라인 개학 할 당시 많은 교사들은 2-3주 정도 온라인 수업을 하고, 이후 정상적인 등교수업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교육과정에서 강의식, 전수식 수업으로 해결할 부분을 앞으로 빼서 온라인 수업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출석해야만 할 수 있는 각종 협력학습, 프로젝트학습, 논술 같은 활동을 뒤로 빼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

그런데 막상 등교수업을 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 상태로 해야 하기 때문에 모둠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발표가 났다. 부랴부랴 협력학습, 프로젝트학습을 개별 학습이 가능한 형태로 바꾸고, 논술 등의 비중을 늘렸다.

그런데 등교개학이 2주 온라인 1주 등교로 확정되면서 다시 교육과정을 재배치했다. 사실상 1학기 마칠때 까지 등교하는 일정이 2주 남짓 하기 때문에 각종 평가 하는데도 빠듯했다. 얼마 안되는 등교기간 중에 내내 평가만 하느라 학생도 죽을 맛, 교사도 죽을 맛이었다.

그나마 교육당국이 1/3 등교 일정을 1학기 말까지 계속한다고 미리 확정해 준 덕분에 아쉬우나마 계획적인 수업이 가능했다.

만약 “일단 1/3 등교를 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2/3 등교 혹은 전면등교를 고려하겠다” 이런 식으로 발표를 했으면, 교사들은 1학기 내내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하고 눈치만 봐야 했을 것이다.

온라인 콘텐츠 부지런히 준비했는데 등교수업으로 전환한다거나, 등교수업 준비하고 있는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다거나 하면 참으로 낭패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둘 다 준비하면 될 것 아니냐라고 한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말로야 뭘 못하겠는가? 

70-80년대에 학교를 다닌 구세대들이야 그 차이를 이해 못할 수 있다. 어차피 그들이 알고 있는 수업이라고는 선생은 설명하고 학생은 받아 적는 수업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런 수업을 앞에 학생 놓고 하건, 카메라 놓고 설명하건 뭐가 다르냐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입시교육에 사로잡힌 일부 고등학교라면 몰라도 적어도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더 이상 수업이 그런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교사가 직접 설명하는 방식의 수업은 전체 수업시간의 1/2~2/3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 시간은 학생들의 주도성이 강조되는 다양한 방식의 활동이 이루어진다.

초등학교는 그런 활동의 비중이 절반을 넘나든다. 특히 협력적 문제해결력 함양을 목적으로 하는 모둠활동과, 심미적 표현력을 함께 기르는 예술융합 활동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즉 학교 수업의 1/3~1/2은 온라인으로 실시하기 매우 곤란한 것들이다. 

그나마 교육부는 1학기 종료 시점에서 2학기 학사일정을 수도권을 기준으로 2주 등교, 1주 온라인으로 미리 명시해 주었다. 덕분에 교사가 얼마 안되는 방학기간 동안 2학기 수업의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미리 수업 일정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에 적합한 수업과 등교해서 실시해야 하는 활동을 미리 일에 따라 배치할 수 있는 것이다.

1주는 온라인으로 내용학습, 1주는 등교하여 학습한 내용 확인 및 활동계획, 1주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활동과 평가 이런 식으로 배치하고, 여기에 따라 수업 내용을 구성하면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진다. 

방학 도중에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수도권을 기준으로 1주 등교, 2주 온라인으로 학사 일정이 바뀌었다. 문제는 교육부가 이것을 9월 11일 까지로 정해 두었다는 것이다.(사진=kbs 캡처)

그런데 방학 도중에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수도권을 기준으로 1주 등교, 2주 온라인으로 학사 일정이 바뀌었다. 아직까지는 준비할 여유가 있으니 괜찮다. 2주간 등교 수업으로 배치된 활동 중에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넘기면 되니까.  

문제는 교육부가 이것을 9월 11일 까지로 정해 두었다는 것이다. 이제 교사들의 악몽이 재현되기 시작했다. 또 2주단위인 것이다. 그래서 9월 11일이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상황이 그대로면 계속 1주 등교, 2주 온라인, 더 나빠지면 전면 온라인, 상황이 좋아지면 등교 수업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수업 계획도 9월 11일 까지밖에 할 수 없다. 

그리고 9월 11일 전후하여 느려 터진 공문이 아니라 인터넷 뉴스창이나 맘카페 게시판을 노려보며 다음 일정을 기다려야 한다. 그랬더니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하고 9월 25일에 다시 상황 봐서 정한다, 이런 식으로 발표가 나온다면? 이렇게 되면 결국 수업 준비를 할 수 없다.

그때 그때 맞춰 그야말로 땜빵질로 수업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온/오프라인의 블렌딩 수업은 미리 일정을 잘 계획해서 시행해야 하는 것이지 일정이 갑자기 바뀌면서 어쩔수 없이 강요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니 교육당국은 비교적 큰 폭으로 등교방식 일정을 정해주기 바란다. 대학처럼 과감하게 2학기 전면 온라인을 선포하던가, 아니면 적어도 2개월 단위로라도 끊어서 정해주기 바란다. 그래야 제대로 된 수업 계획과 준비가 가능하다. 

1학기 온라인 개학때도 6월 8일 이전에 비해 이후의 온라인 수업자료의 질이 훨씬 높아졌고, 실시간 온라인 수업에 대한 교사들의 적응력도 높아졌다. 그 까닭은 6월 8일 이전에는 교육당국이 벌써 4월 30일경부터 언제든지 등교개학 할 것처럼 일정을 흔들었지만, 6월 8일 이후에는  방학때까지 적어도 2/3는 온라인 수업이라고 일정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2개월간 온라인 수업을 결정했는데, 중간에 기적적으로 코로나19가 물러나면서 정상화가 될 수도 있다. 그럼 남은 기간이 아까울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미련, 이런 미련 다 미리 생각하다보면 가장 미련한 결과만 남는다. 더구나 코로나19는 2주 연속 확진자가 0이었던 나라에서도 다시 확산될 정도로 끈질기다. 

물론 등교수업일수가 줄어들면 정보통신 기기에 익숙하지 않거나, 인프라가 갖추어지 않은 학생들, 혹은 가정에서의 보살핌, 관리가 부족한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불이익을 겪고, 이것이 학력격차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일이지, 학력격차 해소와 감염방지라는 목표를 두손에 들고 우물쭈물해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일단 학교는 안정적으로 비교적 장기간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일정을 확정시켜 주고, 여기서 어려움을 겪을 학생들은 따로 기구, 시설, 전담요원 등을 마련하여 관리해야 할 것이다.

교육 뉴딜 아닌가? 뉴딜 정책의 핵심은 기자재 판매가 아니라 고용 창출이다. 

권재원 서울 마장중 선생님/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사진=지성배 기자)
권재원 서울 마장중 선생님/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사진=지성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