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박태신 경기 수원 명인초등학교 교사.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 부대표
박태신 경기 수원 명인초등학교 교사.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 부대표

선생님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언제나 아이들 이야기다. 그리고 늘 ㅇㅇ이가 등장한다. 이어 ㅇㅇ이의 학교생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 뒤로 한숨과 탄식이 이어진다.

우리 교실의 ㅇㅇ, △△, □□도 그랬다. 교실에서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과 시도를 해 보았다.

그 순간의 효과는 있었지만, 상담자로서 나의 능력 부족을 느낄 뿐 지속력이 없었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꿈꾼 것은 아니지만 공들인 시간에 비해 효과는 미비했다.

교실 속 상황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학생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어떤 상황 때문에 늘 하던 행동을 한 학생들은 “잘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한다. 또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다가 돌변하는 학생들은 “참아 보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며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은 이게 옳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쏟아 놓는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감정대로 행동하는 학생에게 다음과 같이 자신이 감정을 객관적으로 탐색해보는 활동을 진행했다.

먼저 자신의 감정을 색깔로 표현하게 하였다. 이때 단색으로 표현하도록 하고 학생에 따라 색종이를 활용하기도 한다. 펜의 종류에 따라 질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펜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ㅇㅇ이는 왜 이 색깔을 골랐니?”, “빨간색이 너의 화나는 감정을 표현했다면 반대되는 색깔은 무엇이 있을까?”, “왜 그 색깔을 골랐는지 설명해 줄 수 있니?”

(사진=박태신 교사)
(사진=박태신 교사)

감정을 색깔로 표현한 다음에는 감정을 사물과 연결 지어 생각해보도록 안내한다. 이때는 학생이 질문에 대해 바로 떠오르는 것을 표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여러 번 생각해보고 표현하도록 해야 사고가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어렸을 때 커피포트를 만진 적이 있는데 만진 것 중에 가장 뜨거웠어요. 제가 화가 날 때는 머리에는 연기가 나는 것 같고 몸은 뜨거워져요.”

화가 난 상황에는 감정이 먼저 앞선다. 그 감정은 모든 상황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감정을 조절되어야 해결점이 보인다.

비주얼씽킹으로 시각화를 하면 자신의 감정으로 생겨났던 과거의 상황을 떠올릴 수 있다. 또 어떻게 행동하면 좋은 결말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도 기억해 낼 수 있다.

“말을 안 걸었으면 좋겠어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요. 잠시 시간을 가질 공간이 필요해요” 등 주변이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 이야기를 나누고 대화를 통해 본인의 행동에 대한 해결점을 찾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주전자를 표시한 학생의 경우 자신의 신체와 감정이 조절이 안 된다는 것을 찾아냈다.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화가 가라앉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친구들에게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번의 연습을 진행했다.

다음은 학생이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고의 순서를 연습한 것이다.

화가 났다 →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했던 나의 상황을 떠올린다 → 내게 필요한 부분을 기억해 낸다 → 깊이 호흡하며 어떻게 행동하는지 떠올린다 → 상대방에게 말로 이야기하거나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했던 그림을 보여준다.(학급 회의 또는 교과 발표 등의 공유를 통해 학급 친구들과 공유한다.)

이렇게 비주얼씽킹 상담은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떠올리고 인식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 해동이 수정 보완되며 학생 스스로 해결할 힘을 기르는데 밑바탕이 된다.

비주얼씽킹은 단순하게 그림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시각적인 것을 바탕으로 사고를 확장하는 것이다.

교사는 질문을 통해 학생이 사고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학생은 자신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누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된다.

다음은 반복적인 슬픔의 감정을 느끼는 학생의 상담 사례이다.

먼저 감정에 맞는 색을 가진 물건을 주변에서 찾도록 유도하고 질문을 했다.

“이건 무슨 색이니?”

“보라색이요.”

혹시 탁함(채도)에 관련해서 의도를 가지고 고른 것인지 색에만 집중했는지 한 번 더 물어보았기도 하면서 색을 고른 이유에 대해서 자기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다음 감정과 관련된 사물을 표현하도록 안내했다.

(사진=박태신 교사)
(사진=박태신 교사)

“이번에는 보라색과 관련된 감정을 기억에 담고 그와 관련 있는 물건을 떠올리려고 해. 예를 들어 즐겁다는 표현할 때 한 친구는 치즈 케이크를 그려 주었어. 또 도넛처럼 보이는 이 그림은 바닷가에 튜브를 그리고 신남을 보여주었어. 너는 어떠니?”

학생은 아이스크림을 표현하였고 손을 내미는 비주얼씽킹을 표현하였다. 단어는 ‘슬프다’라고 표현하지만, 각자가 가질 수 있는 슬픔은 다양하다. 또 해소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이 학생의 경우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보다 다른 사람이 손을 내밀어 관심을 표현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이렇듯 비주얼씽킹은 단어로는 알 수 없는 학생들의 욕구를 명확하게 표현해 준다.

그런데 비주얼씽킹으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유독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하거나 표현에 자신감이 없는 학생들도 존재한다.

그럴 때는 그림 그리는 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그림은 표현의 방법일 뿐이다. 생각을 꺼내고 깊이 있게 사고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이때는 교실에 있는 다양한 물건, 사진(그림) 카드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다.

아래 상담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원하지만, 이 방법을 몰라 주변만 맴도는 학생의 사례이다.

우선, 책상에 여러 장의 이미지를 펼쳐 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늘 선생님은 여기 이 사진처럼 힘든 하루였어. 너무 답답해. ㅇㅇ아, 너는 오늘 어땠니? 선생님이랑 같이 사진 하나 찾아볼까?”

이렇게 안내했던 학생은 바닥에 낙서하는 친구의 사진을 골랐다. 답변을 예상할 수는 있었지만, 의미를 학생에게 물어보았다. 만약 교사가 답변이 예상된다고 해서 말해 버리면 학생은 다시 말하지 않는다.

쉼이 필요하다. 학생이 먼저 설명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학생이 말을 시작하면 경청을 하고 사진 안에서도 직접적인 단서만을 이야기하기보다 사진 속 주변 모습을 설명하며 학생 스스로 고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사진=박태신 교사)
(사진=박태신 교사)

“여기 이 선처럼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놀고 싶어요.”

운동장에 나가서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했을 때 학생은 운동장 선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럼 친구들과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고민해 볼까? 눈으로 볼 수 있게 표현해 보자. 다양하게 표현할수록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방법 생겨. 만약 친구가 싫다고 거절하면 그 방법을 바꾸거나 다른 방법을 골라 다시 도전하면 돼.”

(사진=박태신 교사)
(사진=박태신 교사)

이 학생은 친구들을 꽃이라 표현하며 자신이 그 꽃밭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생각을 거듭해 만들어 낸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나비가 되어 날아가기로 했고 날개를 만들어 도전하기로 했다. 나비 날개의 내용은 학생이 직접 실천 후 가능한 방법을 찾는 과정으로 진행하고 시각화해서 표현하였다.

한때 아이들의 행동이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억지로 끼워 맞추는 노력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강하게 하는 것이 답이라 생각했고 눈앞에 보이는 효과는 좋았다.

내 앞에서는 문제 행동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함을 가졌던 시기였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개선되지 않은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변화시키며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해서 함께 해결하는 것이 행복한 교실이 아닐까?

이렇게 시작된 비주얼씽킹을 활용한 상담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고 행동 변화를 위한 의지를 키우는데 초점을 두었다.

존중과 배려가 단어로만 존재하는 교실이 아닌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학생 스스로 깨달고 행동하는 교실을 꿈꾸며 시작했던 비주얼씽킹 상담을 시작했다.

비주얼씽킹 상담을 통해 학생들은 더디지만 자신을 알아가고 실수하지만 스스로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