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문해력과 수해력 등에서 기초학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전라남도교육청은 올해 전국 처음으로 정규 교사로 편성된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시행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이 초등 저학년에게 치명적인 학습 격차를 불러오고 있다는 경험적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전남교육청은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로 인해 기초학력 상승의 효과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기초학력 전담교사들의 수업기를 공유해, 전남교육청의 기초학력 전담교사제의 실제 운영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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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각 지도(점카드, 10칸카드, 바둑돌로 양감기르기, 도미노카드)

[에듀인뉴스] 처음 만난 우진이(가명)는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교실에 있는 물건들을 보면서 “이게 뭐에요?”, “이건 언제 사용해요?” 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다른 세 명의 아이들이 말을 별로 하지 않아서인지 처음부터 호감이 갔다. 

“우리 첫 시간이니까 자기소개를 해 보도록 할까? 선생님 나이는 (학습지에 43이라고 써 주고) 이렇게 쓰는데 혹시 읽을 수 있을까?” “사십삼 살이에요.” “우진이 나이는 몇 살이니?” “......” (대답하지 못함.) “1학년 때 몇 살이었어?” “......” (교사가 손가락을 8개 펼치면서) “이게 얼마일까?” “8이에요.” “그럼 몇 살이라고 할까?” “......”(대답하지 못함. ) “8 이니까 여덟 살이야. 그럼 2학년 때는 몇 살 일까?” 

학교에 오기 전의 아이들도 자기 나이 정도는 대답 할 줄 아는데 우진이는 나이를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알지 못했다. 손가락으로 8을 보여주고 1개를 더하면 얼마가 될지 여러 번 설명을 해 주자 간신히 9라고 대답했고 이것을 아홉 살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일곱, 여덟, 아홉 이라는 수사가 어려운 용어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나이도 모른다는 것은 조금 걱정되는 상황이기는 했다. 

자기소개 학습지를 써 보면서 한글 해득 상황을 파악해 보고 한글 또박또박 검사를 실시해 본 결과 역시나 우진이는 한글 미해득 상황이었다. 복잡한 모음과 무의미한 자모 낱말, 복잡한 받침 낱말이 미도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글 수사를 읽는 것은 우진이에게는 큰 과제였던 것 같다. 

첫 진단 검사 항목은 아이들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10이하의 수 세기를 실시해 보았다. 바둑돌 9개를 주고 세어보게 하니 하나씩 세어서 아홉 개라고 대답했다. 그 다음 공깃돌 8개를 주고 세어보게 했더니 여덟 개 라고는 대답하는데 숫자 8로는 나타내지 못했다. 

우진이는 수량, 수사, 숫자와의 연결이 전혀 이루어져 있지 못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른 영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수감각, 수세기, 덧셈과 뺄셈, 자릿값 등 모든 영역에서 미도달로 나타났다. 

이런 우진이 상황을 봤을 때 우선 우진이의 가장 시급한 목표는 수감각을 길러 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수감각을 어느 정도 기르게 되면 수세기, 덧셈과 뺄셈, 자릿값 순서로 지도해 나가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우진이는 주 5일 동안 함께 만나 학습을 해 나가기로 했다. 매우 다행스러운 점은 우진이의 현재 담임선생님이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셔서 우진이의 상황을 누구 보다 잘 알고 계셨고, 학습클리닉 선생님과 연계하여 한글지도도 함께 해 나가기로 결정되었다는 점이었다. 

수세기 지도(공깃돌, 수판 이용)
수세기 지도(공깃돌, 수판 이용)

수가 느껴져요! (수 감각 지도) 


수 감각 지도를 위해 가장 먼저 활동한 내용은 점 카드로 직산 연습하기였다. 점 카드는 기준수 5를 익히기에도 좋고 아이들의 수감각을 길러줄 수 있는 아주 좋은 교구다.

처음엔 1~10까지 점카드 중에  모양의 8점 카드의 직산이 가장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학습을 거듭할수록 점을 묶어서 보는 능력 및 4+4=8이라는 것까지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초시계로 본인의 직산능력을 측정해 보기 시작하자 직산은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1~10까지 직산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된 후 11~20까지 직산도 실시하였는데 이것은 기준수 10을 학습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초가 되어 주었다. 

또 기준수 10에 대한 감각을 길러주기 위해 많이 활용한 교구는 10칸 카드이다. 10칸 카드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수판을 인식시키고 기준 수 5와 10을 익힐 수 있었다. 20까지의 10칸 카드를 보면서는 10만들어 더하기라는 덧셈 전략의 기초도 다질 수 있었다. 

이러한 직산 훈련과 함께 점카드와 숫자카드를 연결시키기, 바둑알로 양감 기르기, 연결블록으로 수감각 기르기, 손가락 직산으로 수사 익히기 활동을 해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 감각이 형성되는 게 느껴졌다.  


전략적으로 수를 셀 수 있어요!


우진이의 수감각이 어느 정도 형성 된 듯해서 수세기를 함께 도입해 보기로 했다. 도미노 패턴 카드 만들기를 통해 짝수, 홀수를 익히고 공깃돌로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2씩 묶어세기를 익히게 해 주었다. 

2씩 묶어 세면서 뛰어 세기를 하다 보니 우찬이의 수 세기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수를 셀 때 하나씩 세려고만 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2개씩, 5개씩 세기 시작했다. 묶어 세기가 되니 자연스럽게 뛰어 세기도 함께 학습이 되었다. 

이제 더 큰 수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판단되어 수판에 칩을 놓으면서 100까지 수를 세어보는 활동을 실시하였다. 이 활동을 통해 10은 열, 20은 스물, 30은 서른, ~ 90은 아흔이라는 수사를 익히고 더불어 10씩 커지는 수라는 것까지 함께 지도할 수 있었다. 

10묶음 수사는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한 부분으로 순서대로 수를 세면서는 잘 대답을 하지만 숫자를 보고 바로 수사를 대답하는 것을 가장 힘들어했다. 수업의 시작을 직산 훈련과 수사 익히기로 시작을 해서 인지 6월25일엔 우진이가 수사를 완벽하게 외우게 되어서 둘이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기뻐하였다. 

우진이가 처음으로 집에서 수사를 공부했다고 해서 더욱 기분이 좋았던 날이다. 학습에 무기력하고 집중하지 못하던 우진이가 집에서도 공부를 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기라 판단되어 1~100까지 수 중에서 특정한 수를 정해 앞으로 세기, 거꾸로 세기, 건너뛰기 놀이 등을 연습하면서 자연스럽게 1 큰 수, 1작은 수, 3 큰수, 3 작은 수까지 수세기를 해 보았다. 

이 활동은 덧셈과 뺄셈의 기초가 되는 활동으로 3+4를 계산할 때도 손가락을 펼쳐서 계산하던 우진이가 점점 머릿셈을 하게 되는데 큰 역할을 해 주었다. 한글 수사를 어려워하던 우진이가 마흔아홉 다음에 오는 수 3개를 말해 보라고 하니 쉰, 쉰 하나, 쉰 둘이라고 바로 대답을 했고, 일흔일곱 다음이 일흔 여덟, 일흔 아홉, 여든이라는 대답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3개씩 묶어 세기, 4개씩 묶어 세기, 8개씩 묶어 세기, 5개씩 묶어 세기, 10개씩 묶어 세기를 해 보고 10개씩 묶어 세기가 수세기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게 되었다. 

묶어세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를 더해가면서 뛰어세기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10칸 카드와 수판을 이용한 학습을 많이 실시해서인지 자릿값을 지도해 주지 않았음에도 36에서 3이 나타내는 값이 30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덧셈 한걸음~


수세기에서 앞으로 세기가 능숙해졌기 때문에 1 큰 수, 4 큰 수가 덧셈이라는 것을 지도하면서 자연스럽게 덧셈지도에 들어갔다. 먼저 바둑돌을 이용해 첨가, 합병에 관련된 덧셈감각을 형성시켜 주었다. 

그리고 레켄렉(20알 주판)을 이용해 3+4, 4+3이 같은 덧셈을 해 보면서 숫자의 자리가 바뀌어도 값이 똑같다는 덧셈의 교환법칙까지 익히게 되었다. 2+9, 9+2 라는 문제를 통해 이어세기를 할 때 큰 수부터 이어 세는 것이 더 효율적임을 인식시켜 주었다. 

큰 수부터 이어세기가 익숙해지고 6+8이라는 문제 상황을 제시해 주었더니 큰 수부터 세어서도 계산이 힘들다는 표현을 했다. 이때 자연스럽게 수판을 이용한 10만들어 더하기를 연결시켜 나갔다. 

처음엔 수판에 그림을 그리면서 10을 만들어 덧셈을 하더니 점점 수판이 없이도 머릿속으로 10을 만들어 더하기를 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 다음에 지도해 준 전략이 바로 두 배수 전략이었다. 

먼저 손가락으로 두 배수를 익히게 해 준 후 점 카드와 손가락 카드, 숫자카드를 활용한 게임을 통해 두 배수를 기억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자 수업의 정리 단계에서는 9+9=18이라는 것을 바로 계산 할 수 있을 만큼 능숙해졌다. 

2배수를 응용한 문제는 처음엔 잘 이해를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번 7월 진단검사를 해 보니 3+4를 그냥 7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3+3=6 이어서 6에 1을 더해 7이 되었다는 두 배수 응용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아직 우진이에게는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 더 큰 수의 덧셈도 익혀야 하고 아직 뺄셈 지도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자릿값, 곱셈까지 학습하기 위해서는 아마 2학기까지 수업을 진행해 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연산의 유창성을 위해 다양한 문제를 제시해 주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까지 길러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7월 재 진단검사 결과 4월 진단검사에서 덧셈 8문항 중 3문항을 간신히 해결하던 우진이가 5개를 완벽하게 해결하고, 아직 학습하지 않은 뺄셈도 7문항 중 5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37회의 수업으로 이러한 결과를 보인 우진이라면 앞으로는 더 유의미한 성장을 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된다. 

이훈경 광양마로초 수해력전담교사.JPG
이훈경 광양마로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