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문해력과 수해력 등에서 기초학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전라남도교육청은 올해 전국 처음으로 정규 교사로 편성된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시행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이 초등 저학년에게 치명적인 학습 격차를 불러오고 있다는 경험적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전남교육청은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로 인해 기초학력 상승의 효과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기초학력 전담교사들의 수업기를 공유해, 전남교육청의 기초학력 전담교사제의 실제 운영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왕인이의 진단 검사 결과

[에듀인뉴스] 코로나19로 인해 등교 개학이 늦어지는 바람에 왕인이(가명)와의 첫 만남은 6월초에 이루어졌다. 자음 10개, 모음 3개 정도의 이름을 말할 수 있고 자신의 이름만 쓸 수 있는 상태였다. 

중간에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가정학습으로 1주일 정도 학교에 나오지 않기도 해서 겨우 20회차 정도 지도하고 나서 1학기말 진단 검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그런데 결과가 참으로 놀라웠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천천히 한 단계씩 진행하고 있음에도 자모 이름을 이중모음을 제외하고는 거의 인식하고 있었으며, 단어도 아직 배우지 않은 받침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읽어내고 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단어 받아쓰기에서 나타났다. 소리를 듣고 모음의 모양을 떠올려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적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장 기본적인 자모 이름조차 모르는 아이였기에 수준 평정 그림책도 0수준을 벗어나니 어려움을 호소했던 아이였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글자를 소리로 읽어내고, 들은 소리를 글자로 쓸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모두 깨치는 한글]이라는 실행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 기초가 전혀 없는 왕인이에게 가장 효과적일 것 같아 그대로 적용해보았고 지금도 실행 연수는 진행 중이다.

4명의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각자의 수준에 맞춰 적용하여 지도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왕인이가 가장 흥미 있어 하며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사진=박형남 교사)

가장 중요한 것은 소리찾기이다. 기본 모음[아, 어, 오, 우, 으 ,이, 애(에)] 7개의 소리를 익히고, 대표 자음(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9개의 소리를 익힌다. 

첫소리를 듣고 닿소리의 시작점을 놓치지 않고 모음의 순서를 지켜 7개의 소리를 끝까지 내는 연습을 다양한 방법으로 반복하였다. 그리고 된소리와 거센소리도 자음 가족 찾기라는 방법으로 진행하니 쉽고 재미있게 배우고 잘 기억하였다. 

여기까지 진행한 상태에서 1학기말 검사를 실시한 것이다. 왕인이의 검사 결과를 통해 모음의 소리를 정확히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이중모음 소리 찾기를 익히고, 낱말과 문장을 이용해서 소리를 찾아가며 글 읽기를 막 시작하였다. 처음엔 모르는 글자가 나오면 “몰라요” 라고 말하던 아이였는데 글자를 보고 멈칫거리면 “소리를 찾아봐” 하면 재빨리 소리 찾기를 하여 낱말과 문장을 읽어내고 있다.

참으로 신기하고 대견한 모습이다.

처음 왕인이를 진단하고 나서 과연 얼마나 오래 지도해야 자기 주도적 글 읽기가 가능할까 걱정부터 앞섰는데, 벌써 글자를 소리로 바꾸어 읽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왕인이와의 만남을 기다리게 되었다.

아직도 형 외에는 가족 이름을 쓸 수 없는 왕인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곤충 책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2학기 개별화 수업에서 수준 평정 그림책의 수준을 올려가며(현재 1수준) 낱자의 소리 찾기로 해독하고, 그 의미까지도 온전히 이해하는 성장을 보여주리라 기대해본다. 

개별화 수업 시간에 읽고 싶다며 가져온 어벤져스 책도 함께 읽으며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

박형남 영암초 교사
박형남 영암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