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https://blog.naver.com/sd_academy/222072289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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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학교는 고3을 제외하고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3마저 굳이 꼭 등교해야하냐며 많은 걱정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학교에 외부인들이 들락날락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다음달 3일부터 12일간 고등학교에 몇명이 될지 예상할 수 없는 외부인들이 들어온다. 재수 및 N수생 학생들이다.

이유가 뭘까? 수능원서접수 때문이다.

아침 담임교사와의 조례부터 모든 수업이 끝나고 하교할 때까지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가능한 시기다. 교사들의 연수는 물론, 가정통신문까지 온라인으로 배부하고 회수하고 있는 시점이다. 심지어 올해 대학 면접도 비대면으로 시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결코 온라인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수능 원서접수다.

시험 원서접수는 다 그럴까? 그렇지 않다.

수능을 제외한 대부분의 원서는 온라인으로 접수가 가능하다. 토익, 토플, 한국사, 공무원, 교사임용시험, 대학입학원서 등 다 온라인으로 받는다.

그런데 수능은 아니다. 수능 원서접수만의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일까? 실제 수능 원서접수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자. 

교사는 우선 교육청에서 배부받은 예비응시원서(연습지)를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학생은 이 연습지에 자신이 신청한 과목에 맞게 하나하나 작성한다. 주민등록번호, 집주소, 환불받을 계좌번호 등등 하나하나 입력한다. 

이렇게 체크된 예비응시원서를 교사가 보고 다시 하나하나 입력한다. 이것을 학생들이 다시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니 교사나 학생 모두 최대한 잘 보는 수 밖에 없다. 교사는 이렇게 작성된 원서를 출력하여 사진을 원서에 붙이고 위에 테이핑하고, 압인 찍고 직인 받아서 찍고 이런 단순 작업을 반복한다.

학생은 가져온 원서비(현금)를 교사에게 낸다. 신청과목에 따라 원서비가 다르다. 참고로 원서비는 현금납부가 원칙이다.

수학여행비도 스쿨뱅킹으로 내고, 교복비도 스쿨뱅킹으로 낸다. 그러나 원서비는 현금납부다. 이미 평가원에 현금납부의 원시성에 대해 교육청들이 수차례 지적했지만 평가원에서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답할 뿐이다. 개발되었다는 소식은 요원하다.

이렇게 걷어진 원서를 가지고 교육청에 다시 인편제출하러 간다. 교육청에서는 제출된 원서를 다시 확인하고 사진이 이상하다거나, 직인에 문제가 있거나 등을 이유로 반려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학교 수능 원서접수의 현황이다. 보다시피 특별한 것이 없다. 

이에 대한 지적들이 매년 나오는데 달라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올해는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의문이 든다. 오프라인 접수가 불가능한 상황은 없는 것일까? 예를 들어 혹시라도 코로나 의심증세 혹은 확진자가 될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가? 

규정에 따르면 '장애인, 수형자, 군복무자, 입원 중인 환자, 해외거주자(해외 여행자 제외) 외는 대리접수 불가능하며 본인 확인을 위해 수험생 본인이 직접 접수'해야 한다.

올해에 한해서는 코로나 자가격리자와 확진자도 격리통지서를 제출할 경우 직계가족이 대리 접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만일 혹시라도 상황이 심각해져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어 전면원격수업이 진행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무조건 직접 접수를 해야만 한다. 현재 수능에 대한 '온라인' 접수 방법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학교가 폐쇄되거나, 온 가족이 다 코로나로 격리가 되야하는 상황이라면? 그런 가정은 하지 말자. 오프라인으로 접수는 계속된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수능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온라인 접수시에 대리시험이라든지 제대로 된 신원확인의 어려움이라든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또 원서접수 자체를 처음 해보는 학생들을 위해서 교사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매년 수능 원서접수를 교사가 누락했다거나, 선택과목을 바꿨는데 반영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문제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언론에 나오지 않을 뿐 학교에서 수능 원서접수에 대한 자질구레한 민원들도 엄청나다. 

그동안 우리는 이런 민원들을 받으면서도 학교는 늘 컨택과 오프라인의 공간이므로 당연히 원서접수도 이렇게 해왔다.

그러나 이제 앞으로의 시대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에듀테크를 이용해서 교사의 역할도 일정 부분 대체하고, 그린 스마트학교로 학교에 각종 기계들이 들어온다고 한다. 학교수업은 온라인으로 옮겨지는게 가능하고, 블렌디드 수업도 앞으로 이루어질거란다.

그런데 수능 원서만 아니라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교육부가, 혹은 교육과정평가원이 해야되는 일은 이런 부분이 아닐까? 코로나 시국이라 시험지도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지 못하게 하는 와중에 왜 원서는 손에서 손으로 제출해야만 하는걸까?

애석하게도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뿐이다. 9월 3일 전에 코로나가 진정세를 보여 3단계로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