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교실 속 평화놀이'와 '교실놀이백과'를 읽고

[에듀인뉴스] ‘거침없이 교육’은 ‘나’의 입장에서 본 ‘교육’을 ‘거침없이’ 쓸 예정이다. 글은 자기중심적이고 편파적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글 중에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편파적이지 않은 글이 얼마나 될까? 객관적인 척 포장할 뿐이다. 차라리 나의 편파성을 공개하고,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다. 하지만 그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 잘 될까 모르겠다. 다루는 내용은, 교육과 관련된 거라면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비판적 시각에서 쓴 교육 제도, 교육 정책, 교육 담론, 교실 이야기 등에 나의 편파성을 실어 나르리라.

[에듀인뉴스] 비판을 한다는 건 불편한 일이다. 그 대상이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내 글을 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지금 글은, 더더욱 불편하다. 한국 사회는 비판에 인색하며, 비판보다는 비난에 더 친숙하고, 특히 실명 비판의 문화에 취약하므로.

책 '교실 속 평화놀이' 표지.(허승환, 이보라 글, 김차명 그림, 테크빌교육(즐거운학교), 2016)
책 '교실 속 평화놀이' 표지.(허승환, 이보라 글, 김차명 그림, 테크빌교육(즐거운학교), 2016)

이보라 선생님과 함께, 허승환 선생님이 쓰신 책 중에 <교실 속 평화놀이>(즐거운 학교, 2016)가 있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은, ‘교실’과 ‘평화’와 ‘놀이’가 함께 한다.

교실에서 할 수 있는 놀이가 소개되어 있지만, 그 놀이는 평화와 관련이 있다. ‘통일’과 같은, 큰 주제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놀이도 소개돼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 생활 속의 왕따, 폭력으로부터 멀어지는 데 도움이 되는, 평화 감수성을 키워주는 놀이가 대부분이다.

평소 허승환 선생님의 강의와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역시나 많은 것들을 얻고 느꼈다.

걸리는 부분은 갑자기 나타났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차이를 익히는 놀이를 소개한 후, 끝맺음을 하는 68쪽의 말이다.

“다만, 우리는 인권의 침해는 허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른 문화를 바라보아야 하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최근 IS의 테러로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나라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IS는 이슬람 교파들 중 수니파 다음으로 많은 교파이며 ‘추종자’, ‘분파’라는 의미입니다. IS의 목적은 이슬람국가 건설입니다. 즉, 이슬람교 외의 다른 종교를 모두 없애려는 것입니다. 다른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맹목적인 믿음이 그들을 잘못된 길로 끌고 가고 있는 것입니다.”

178쪽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 모두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은 평화로운 마음 갖기의 기본입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있는 일부 이슬람 국가의 경우는 자신들의 생각만 옳다는 생각 아래,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다른 종교를 가진다고 해도, 같은 생각을 갖지 않아도 그 모습이 모두 다르더라도,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다’라는 마음이 바탕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틀린 말은 없다. 모두 옳은 말이다. 문제는 ‘균형성’과, ‘과장’이다.

나는 IS를 두둔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들은, 그 이전에 나왔던 이슬람 무장단체들과 비교해서도,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그들에게 동정적 시선을 일말이라도 갖는 것은 사치다.

그러나 ‘평화’와 ‘이슬람 테러’를 이야기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를 빼놓는 것은, 그 균형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이슬람 국가에 저지른 살인이 더 많을까, IS를 비롯한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서방에 저지른 살인이 더 많을까. 그리고 그 악순환의 고리에 조금 더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누구일까.

과장의 측면에서도 얘기해보자. ‘IS는 이슬람 교파들 중 수니파 다음으로 많은 교파’라는 말만 보면, 이슬람교인 대부분이 IS에 속하거나 동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일단 사실부터 잘못됐다. IS와 수니파가 별도로 분리된 교파를 이루는 게 아니다. IS는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중 하나다.

그렇다면 실제 이슬람 세계에서 IS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실제 이슬람 세계에서 IS의 지지율은 1%를 밑돌고, 주류 무슬림 등 국제사회는 IS의 반인륜적 범죄에 치를 떤다고 한다. IS가, 이슬람 사회의 주류가 절대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의 범죄’만 이야기하는 것이 편향됐듯, ‘IS의 범죄’만 이야기하는 것도 편향됐으며, 이 경우 어느 한쪽만 언급하는 것은 전혀 ‘평화’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 '교실놀이백과' 표지.(서준호 저, 지식프레임, 2014)
책 '교실놀이백과' 표지.(서준호 저, 지식프레임, 2014)

서준호 선생님의 책 <교실놀이백과>(지식프레임, 2014)에는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239개의 놀이가 빼곡히,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기존에 있던 놀이, 다른 선생님들이 만든 놀이, 서준호 선생님이 직접 만든 놀이가 거의 총망라 돼 있다고 보면 된다.

그중에서 ‘미스코리아처럼’은 놀이 설명을 읽어보니 서준호 선생님이 직접 만드신 놀이다.

놀이는 간단하다. 팀을 나눠, 한 명씩 머리에 책을 얹어 ‘미스코리아처럼’ 걷고 반환점을 돌아오는 놀이이다. 이때, 책을 떨어뜨리면 안 되며, 떨어뜨렸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집중력을 기를 수 있고, 무조건 빨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알게 해주는, 좋은 놀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놀이 제목에 ‘미스코리아’라는 말이 들어감에 있다. 여성의 몸을 규격화하고 상품화하는 데 일조했던 ‘미스코리아’라는, 이 성차별적 함의를 듬뿍 담고 있는 용어를, 굳이 이런 좋은 놀이에 넣어야 할까.

김성효 선생님(현 장학사. 선생님으로서의 정체성을 더 강조하고 싶어, 그냥 내 맘대로 선생님으로 부르련다)의 <학급경영 멘토링>(행복한 미래, 2013)은, 행복한 학급을 만들기 위한 김성효 선생님의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녹아 들어가 있다.

행복한 학급을 만들기 위한 멘토링 책으로 당연히 손색이 없다. 그래서 더더욱 어울리지 않았다,

이 책 프롤로그의 제목이. ‘이젠 선생님도 CEO의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니.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김성효 선생님이 그랬듯, 기업과 학급은 다르다. 기업의 일차적 목적은 이윤이고 돈이며, 학급의 목적은 아이, 교사, 학부모가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다.

기업의 그러한 목적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에 맞는 제 역할은 각기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CEO의 경영 마인드’는 기업가에게 필요한 것이지, 선생님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소한 꼬투리고 트집이다. 또, 고작 나 따위가 이토록 뛰어나고 대단한,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선생님들을 비판할 깜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리고 나의 꼬투리에 일말의 합리성이 있다 해도, 그것은 책 전체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사소한 트집에 흠이 나기엔, 책들이 너무 좋다. 그러나 우리가 좀 더 근사해지기 위해서는, 때로 사소해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사소함이, 나의 사소한 꼬투리가, 겁 없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곽노근 경기 파주 적암초등학교 교사. "파주 깊은 산골 적암초에서 근무하고 있고,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좇아 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잘 되지 않음을 느낀다. 삶과 계급과 교육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
곽노근 경기 파주 적암초등학교 교사. "파주 깊은 산골 적암초에서 근무하고 있고,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좇아 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잘 되지 않음을 느낀다. 삶과 계급과 교육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