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학교도서관은 '교육과정과 통합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수학습센터'다.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중심으로 수많은 자료와의 '만남'을 제공해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경험들을 엮어 읽고, 쓰고, 말하는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활동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여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책과 미디어정보에 접근·분석·평가·창조 능력은 더욱 중요한 핵심적인 생활 역량이 되었다. <에듀인뉴스>는 <전국사서교사모임>과 함께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강은영 경기 광명 충현초등학교 사서교사
강은영 경기 광명 충현초등학교 사서교사

[에듀인뉴스] 뉴스 리터러시의 의미는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한 마디로 뉴스를 비판적으로 읽고(소비) 재생산, 유통하는 등의 활동에 필요한 밑거름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뉴스 수업에서 얻게 해 주고 싶은 것은 사실 별거 아니었다.

뉴스를 대할 때(읽거나 볼 때, 또는 접할 때)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지 않고 ‘뭐야, 이거 진짜야? 누가 썼지?’ 이런 질문을 하게 하는 것이었다.

뉴스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를 알고, 무엇을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는지도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뉴스 기사를 차근차근 살피고, 맛을 음미하듯 곱씹으며 ‘좋은 정보, 가치 있는 정보’에 대해 판단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 뉴스는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도 하는데,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해 주고 싶었다. 자꾸 생각하고,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게 수업의 목표였다.

불과 3~40년 전만 해도 뉴스는 관심 있는 일부 나이 때, 또는 특정 계층의 사람들만 향유하는 문화였다. 뉴스를 접하는 매체도 텔레비전과 신문이 다였다. 그런데 이제는 누구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좋든 싫든 뉴스를 보고, 듣고, 접하게 되었다.

뉴스에 통 관심이 없어 전혀 안 보고 살 것 같은 아이들도 뉴스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환경과 모두가 더욱 밀접해졌다.

상황이 바뀐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이 뉴스 리터러시 수업이다.

19년 뉴스 리터러시 수업 광경.(사진=강은영 사서교사)
19년 뉴스 리터러시 수업 광경.(사진=강은영 사서교사)

19년에 시작한 5학년 대상 뉴스 리터러시 수업은 학교도서관에서 4시간 모두 모둠 활동을 하는 방식이었다.

사서 교사가 만든 활동지를 가지고 학생들은 다양한 뉴스를 보며 알게 된 점을 정리하고, 그것을 모둠 친구들과 끊임없이 나눈다.

우리 모둠원들이 함께 볼 뉴스를 정하고, 각자 정리하고, 생각을 나누고, 가치 평가 그래프를 그린다.

교사는 단지 아이들이 엉뚱한 길로 가지 않게, 아주 가끔 옷소매를 잡아끄는 것만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야 하고, 활동지를 잘 만들어야 한다.

20년 1차시 뉴스 리터러시 수업 영상 자료 슬라이드 일부.(사진=강은영 사서교사)
20년 1차시 뉴스 리터러시 수업 영상 자료 슬라이드 일부.(사진=강은영 사서교사)

올해는 뉴스 리터러시 수업 두 번째 해이다. 첫해에는 어쩔 수 없이 부족하고 어설프다. 그러면서 수정해야 할 점, 보완해야 할 점을 찾는다. 그리고 다음 해 수업에 적용한다.

그렇게 야심차게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졌다.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에 오게 되었지만,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게 되었다. 막막했다. 내 수업은 어쩌나. 이렇게 좋은 수업을 아이들과 할 수 없는 건가.

생각을 유연하게 하기로 했다. 5학년 부장님과 여러 번 만나고, 시간 조율하면서 준비했다. 4시간 중 두 시간은 온라인 수업, 나머지 두 시간은 교실 수업으로 하기로 결정!

이제 나는 수업 영상 제작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수업 영상을 만들어 5학년에 전달했다.

첫 시간은 뉴스 리터러시 수업 안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으로 학습하게 했다.

뉴스의 정의와 가치 평가 기준 등 기초적인 내용을 담은 영상 수업을 보고 수업에 대한 기대감을 e학습터 과제 게시판에 댓글로 달게 하였다.

두 번째 시간은 교실 수업인데, 아이들과 함께 볼 뉴스 3개를 정해서 가지고 갔다. 두 개의 텔레비전 뉴스로 코로나19 관련 뉴스, 미국의 플로이드 사건 관련 뉴스, 나머지 하나는 신문 기사로 환경 관련 뉴스였다.

모든 활동은 개인적으로 해야 했다. 방식은 작년과 같게 뉴스 제목을 기록하고 뉴스를 본 뒤(또는 읽은 뒤), 각자 어떤 뉴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1순위 뉴스 정하기. 마지막으로 뉴스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비유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짧은 글 짓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 쓰기. 온라인 수업으로 이루어지는 다음 차시에 대해 안내를 하고 교실 수업 끝.

3차시 뉴스 리터러시 수업 영상 자료 슬라이드 일부.(사진=강은영 사서교사)
3차시 뉴스 리터러시 수업 영상 자료 슬라이드 일부.(사진=강은영 사서교사)

세 번째 시간은 온라인 수업이다.

이번 시간에는 뉴스의 가치 평가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뤘다. 교실 수업 때 함께 보았던 텔레비전 뉴스의 링크 주소를 걸어 주어, 뉴스를 다시 본 뒤 교사가 가치 평가 하는 것과 그래프 그리는 것을 보여 주었다.

마지막, 네 번째 교실 수업.

학생들이 볼 뉴스를 하나 골라 B4사이즈로 인쇄하여 뉴스 전문을 함께 읽어보았다. 이미 온라인 수업을 통해 뉴스의 가치 평가 방법과 가치 평가 그래프 그리는 법을 배운 상태에서 직접 평가하고 그래프를 그리는 방식이다.

마스크를 쓰고, 서로 말하는 것마저 금지된 상황에도 아이들을 수업에 무척 열의를 보이며 참여했다. 뉴스 평가에 대해 어려워하는 기색을 보이면 부연 설명을 덧붙이면서 아이들을 도왔다.

학생 대부분 가치 평가 그래프 그리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고, 하나의 뉴스에 대한 아이들의 평가는 정말 제각각이었다. 이 점은 그래프를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예이다.

수업 끝에 아이들의 소감을 기록하게 하였다. 내심 작년 게시물을 보고 모둠 활동을 기대하고 있었던 아이들의 아쉬워하는 소감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마지막 교실 수업 시간 직전에 “뉴스 수업, 오늘이 끝이에요? 이제 안 하는 거예요?” 하는 고마운 아이도 있었다.

뉴스 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소감은 ‘전에는 뉴스에 관심이 없었는데 수업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뉴스를 평가하는 것이 어렵지만 재미있었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또 ‘다른 뉴스에 대해서도 평가하고 싶다’는 아이도 있었다. 제일 아쉬운 게 시간이다.

뉴스에 대해 두세 시간 수업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싶지만, 나와 수업을 했던 누군가는 관심을 갖고 뉴스를 찾아보고, 평가해 볼 수도 있다.

수업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아이가 1년에 한 명, 아니 교직 생활 평생 한 명이라도 나는 그것을 위해 쉼 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나를 교직의 길로 이끄신 내 스승님께서 그리하셨던 것처럼.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사실일까? 의견이나 광고는 아닐까? 일단 의심하고 꼼꼼하게 평가하며 뉴스를 대하게 해야 한다.

이것을 누가 하겠는가. 나는 사서 교사가 답이라 말한다. 사서 교사는 교과서 없이, 성취 기준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수업할 수 있는 교사이기 때문에 이런 수업이 가능하다.

뉴스 리터러시 수업을 어느 교과, 어느 단원에 적용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너무 깊게 하지 않아도 되니까 시도할 수 있다.

단순히 수업 시간에 뉴스를 활용하여 성취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 자체를 다루고, 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시간을 주는 것에 목표를 두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았다.

시간만 주어지면 더 다뤄보고 싶은 아쉬움만 빼면 이렇게 재미있는 수업이 또 있을까 싶다.

#'사서교사의 수업노트'는 10회를 끝으로 마감합니다. 그간 애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