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털어놓는 고민에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하면 좋을까?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를 이끄는 대표이자 '그림책 한 권의 힘'의 저자인 이현아 교사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해주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 감정, 관계, 자존감 등 삶의 문제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의 숨을 쉬도록 숨구멍을 틔워준다. <에듀인 뉴스>는 <이현아의 그림책 상담소>를 통해 이현아 교사로부터 아이들과 마음이 통(通)하는 그림책을 추천받고 그림책으로 진행 가능한 수업 팁을 전한다.

책 '울지마, 동물들아!' 표지.(오은정 저, 토토북, 2020)
그림책 '울지마, 동물들아!' 표지.(오은정 저, 토토북, 2020)

[에듀인뉴스] “선생님, 우리가 버린 마스크 때문에 동물들이 고통받는 걸 보니까 너무 끔찍해요.”

코로나 19로 지구 생태계 전체가 아프다. 온라인 수업으로 환경문제를 다루면서 탄식했다.

프랑스의 한 환경보호단체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버려진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이 마치 해파리처럼 바다를 떠다닌다. 마스크 끈이 다리에 엉겨 파닥거리는 갈매기는 도저히 쳐다볼 자신이 없어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절박한 심정으로 환경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요즘이다.

죽어가는 동물들에게 사과와 참회의 마음을 전하는 그림책이 있다. 최근에 출간된 <울지 마, 동물들아!>이다.

그림책을 넘기는 내내 가장 가슴에 남은 것은 바로 동물의 ‘눈동자’다. 그림 속 동물의 눈동자는 이제 막 붓을 뗀 수채화처럼 젖어있다. 촉촉한 그 눈동자에는 비통함이 담겨있다.

작가의 섬세한 붓은 공작새의 눈동자, 물개의 수염 한 올, 코끼리의 주름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생생하게 살려냈다.

그림책을 보면서 퍼포먼스 하나가 떠올랐다. 지난 8월 20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창작집단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가 진행한 퍼포먼스다. 30여 명의 동물권 운동가와 예술가들이 모여서 ‘절멸-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이라는 주제로 릴레이 퍼포먼스를 펼쳤다.

‘질병X’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감염병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감염병을 예측하면서 사용한 용어다.

퍼포먼스 참여자들은 동물의 모습으로 분장하고 나와서 인간을 향해 다음과 같은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 8월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절멸-질병X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은' 씨리얼 영상 캡처.(출처=https://blog.naver.com/ohneulbam/222078590620)
지난 8월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절멸-질병X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은' 씨리얼 영상 캡처.(출처=https://blog.naver.com/ohneulbam/222078590620)

“나 이슬아는 오늘 돼지로서 말한다. 나는 태어나 꼬리가 잘리고 이빨이 뽑히고 생식기가 잘린다. 나는 갇힌 채 먹기만 하며 빨리 자란다. 뒤돌아볼 수조차 없는 감옥 같은 공간에서 수없이 주사를 맞으며 자라 당신들에게 온갖 방식으로 먹힌다.”


박쥐에서부터 시작해서 뱀과 양, 너구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이 퍼포먼스를 통해 절규를 쏟아낸다.

쓸개 때문에 태어나 쓸개 때문에 죽는 곰은 분노하고, 겨울이 사라져가는 와중에도 깃털이 뽑히는 오리는 인간의 잔인함에 할 말을 잃는다.

동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정립하지 않으면 모두 함께 공멸하겠구나.’

아픈 동물들을 바라보며 가슴 아파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퍼포먼스를 소개했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을 통해 ‘지구 생물들의 시국선언’ 활동을 진행했다.

먼저 그림책을 읽고 신문 기사와 뉴스를 찾아보면서 다양한 환경문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중에서 특히 마음에 닿는 문제를 하나 선택하고, 지구 생물의 입장에서 인간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써서 선포했다.


“나 김주원(가명)은 오늘 거북이로서 말한다. 나는 인간들이 버린 비닐봉지를 먹고 죽었다. 나는 죽었는데 내 뱃속에 들어간 비닐봉지는 썩지도 않고 아직 그대로 살아있다. 내가 죽고, 너희 인간들이 다 죽어도 이 비닐봉지는 여기 남을 것이다.”


“나 이시내(가명)는 오늘 건물 뒤에 서 있는 나무로서 말한다. 나는 오늘도 뜨거운 에어컨 실외기 바람 앞에 서 있었다. 너희 인간들이 방 안에서 에어컨 켜놓고 시원하게 누워있을 때, 나는 뜨거운 실외기 바람 때문에 누렇게 타들어 간다.”


아이들은 동물과 식물에서부터 공기와 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문제를 언급했다. 어제 저녁에 먹었던 후라이드 치킨에서부터 지구온난화로 점점 몸집이 불어나는 바닷물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은 지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의 입장을 헤아리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했다.

어쩌면 코로나19 팬더믹은 시작일지 모른다.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도 이 땅에서 예측할 수 없는 질병과 기후 위기를 안고 살아갈 것이다. 아이들에게 생명 감수성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이제 그림책 <울지 마, 동물들아!>의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갈 차례다.

작가는 그림책 전체를 관통하며 열 마리의 동물에게 사과하고 꽃을 헌정한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면 동물에게 건넨 열 송이의 꽃을 건강한 땅에 다시 심는다. 그 땅을 바라보면서 나도 이렇게 선포한다.


“나 이현아는 오늘 땅으로서 말한다. 나를 토대로 생명이 순환한다. 그러니 썩지 않는 쓰레기로 나를 함부로 뒤덮지 말라. 내가 건강하게 숨을 쉬어야 싹이 트고,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이 자라 뿌리내린다. 부디 땅이 가진 생명력과 회복력을 해치지 말라.”


▶현아샘의 그림책 수업 tip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지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의 입장에 공감하면서 생명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그림책 질문 활동입니다.

1. 그림책과 신문 기사, 뉴스를 통해 다양한 환경문제에 대해 살펴보세요. 그 중에서 특히 내가 공감하는 문제가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2. 내가 입장을 대변해주고 싶은 생물은 무엇인가요? 지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한 가지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생물의 입장에서 인간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써서 선포해보세요.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