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박효희 고덕중 국어 교사
박효희 서울 고덕중 국어 교사

[에듀인뉴스] 3년 전 신규발령을 받고, 바로 교육현장에 발을 들여놓은 직후 가장 큰 수업의 난제는 ‘학생 참여형 활동 수업’이었다.

‘내가 학창시절 받아보지 못했던, 그리고 줄곧 이론으로만 접했던 교육방식을 아무런 가이드라인 없이 직접, 바로 해보라니?’

그러던 중 비주얼씽킹 수업 관련 연수를 듣게 되었고, 그림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 하지도 않던 내가 연수 내내 그림책과 비주얼씽킹 활동에 푹 빠져 자발적으로 재미있게 참여하는 모습에서 드디어 학생 중심의 참여형 활동 수업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 영역 중 학습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의 도달을 지향하면서도 학생의 흥미를 유발하는 수업방법이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이 바로 문법으로서의 ‘품사’에 대한 학습이었다.

그래서 비바샘 비주얼씽킹 수업 자료 사례에서 보았던 ‘품사를 활용한 내면초상화 비주얼씽킹’을 활용하여 국어 9품사에 대한 학습 과정에 비주얼씽킹 활동을 접목하는 수업을 구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호민애 선생님께 컨설팅장학을 받기로 했다.

컨설팅장학을 받기 위해 준비했던 비주얼씽킹 활동 수업의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컨설팅 장학 받기 전>

[학습의 단계]

➊ 국어 9품사의 개념과 특징 학습_[6차시]

➋ 품사별 단어 카드를 활용하여 자신을 표현하는 품사별 단어 떠올리기_[1차시]

➌ 품사를 활용한 내면초상화 비주얼씽킹_[1차시-★컨설팅장학실시]

- 2단계 활동 바탕,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3가지 단어 선정하기

-선정한 품사별 단어 3가지를 조합해 자신을 표현하는 문구(제목) 만들기

-문구에 근거하여 내면초상화 비주얼씽킹 표현하기

-3가지 단어를 넣어 간략히 소개글 쓰기

-발표 및 공유

➍ 품사 학습정리 – 품사 보드게임_[1차시]

준비한 수업계획에 따라 컨설팅장학을 실시하고 나자 학생들은 모두 진이 빠졌다. ➌단계의 학습을 1차시에 모두 활동하겠다는 과한 의욕에 학습의 주체가 되어야 할 학생들이 활동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과부하에 걸리고만 것이다.

품사별 단어를 연결해 만든 문구는 참신하고 기발해 듣기만 해도 재미있어야 하는데 ‘문구를 위한’ 단어를 선정해버린 학생들로 인해 교사 역시 수업이 만족스럽지 못함은 매한가지였다.

➋단계의 학습활동에서 학습지를 통해 자신을 나타내는 단어를 충분히 고민하고 저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을 담아 다양한 품사별 단어로 19개의 칸을 채워 넣었기에 낯선 단어들이 서로 연결되는 참신한 문구를 기대했다.

하지만 내면초상화를 위해 학생들이 선택한 단어는 ‘자연스러운’ 연결이 가능한 단어들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단어들로는 문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으니 학습지에 적지 않은 새로운 단어를 활용해 어떻게든 문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이 활동을 수행하기 전 활동을 안내하며 완성된 내면초상화 비주얼씽킹 예시 자료를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이 그것을 그대로 따라할 수도 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또 ‘품사’에 대한 학습을 하고 있다는 목적의식 없이 단순히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참여형 활동수업‘인 “비주얼씽킹”을 수업에 적용하겠다는 마음이 앞선 것이 문제였다.

(왼쪽부터) 자신이 ‘농구를 좋아한다’는 특징을 표현하고 싶어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동사 ‘좋아하다’를 활용해 문구를 만든 것과 ‘열심히 공부하는’과 같이 단어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 부사 ‘열심히’를 선택한 후 간략한 소개 글을 그 내용에 끼워 맞춘 것이다.(사진=박효희 교사)
(왼쪽부터) 자신이 ‘농구를 좋아한다’는 특징을 표현하고 싶어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동사 ‘좋아하다’를 활용해 문구를 만든 것과 ‘열심히 공부하는’과 같이 단어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 부사 ‘열심히’를 선택한 후 간략한 소개 글을 그 내용에 끼워 맞춘 것이다.(사진=박효희 교사)

컨설팅장학 위원으로부터 ‘품사’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 비주얼씽킹 활동을 하는 ‘목적’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받았다.

또 그 목적과 관련해 학습목표 도달을 위한 비주얼씽킹 활동 수업이 되기 위해 1차시 동안 이루어진 수업내용을 세분화하여 각 활동에 대한 교사의 충분한 안내와 도움이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리고 이를 반영해 ➌단계 활동에 대한 수업을 재구성하였다.

비주얼씽킹 내면초상화-품사별 단어 3가지로 나를 표현하는 제목 만들기.(사진=박효희 교사)
비주얼씽킹 내면초상화-품사별 단어 3가지로 나를 표현하는 제목 만들기.(사진=박효희 교사)

<컨설팅 장학 받은 후>

- 과정을 세분화하며 학습 활동을 추가하였다.

➌ 품사를 활용한 내면초상화 비주얼씽킹

➌-1_[1차시]

1) 2번 활동 바탕,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단어 3개 선정하기

- 본인/친구들이 하나씩 선택

(체언은 본인이 선택하고 용언은 오른쪽 친구가, 수식언은 왼쪽 친구가 선택함)

- ‘명사’의 단어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안내함

2) 선정한 품사별 단어 3가지를 조합해 자신을 표현하는 문구 만들기

3) 자신의 문구를 소개하고, 친구의 소개 문구에 쓰인 단어의 품사 분석하기

↳ 익명으로 문구만을 소개한 뒤, 누구일지 맞혀보는 퀴즈 형식으로 진행함

➌-2_[1차시]

1) 자신을 표현하는 문구의 각 품사별 단어를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지 아이디어 떠올리기

2) 품사를 활용한 내면초상화 비주얼씽킹 표현하기

3) 3가지 단어를 넣어 간략히 소개 글 쓰기

➌-3_[1차시]

1) 발표 및 공유

컨설팅 장학을 받은 후 한 시간 안에 촉박하게 이뤄졌던 ➌단계 활동내용을 3시간의 활동으로 세분화하였다. 각 단계에서 학생들이 품사에 대한 앎에 근거하여 비주얼씽킹 활동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안내하는 과정을 추가하니, 과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학생들 역시 자신들이 품사의 개념과 특성에 대해 이해한 내용을 적용하여 비주얼씽킹 활동을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였다.

단어를 선정하여 문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각각의 개별적인 품사별 단어가 하나의 어구로 연결되는 원리를 파악해 품사 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고, 다른 친구의 문구에 쓰인 품사를 분석해 낼 수 있었다.

또 비주얼씽킹 활동이 단순히 재밌는 그림이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각 품사별 단어를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명사가 대상으로서 그림 그려지고 동사나 형용사는 대상의 동작과 상태로, 부사는 대상의 동작이나 상태를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형태로 그려진다는 것을 스스로 발견해냄으로써 각 품사의 기능과 특징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학생들이 비주얼씽킹 결과물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도 대상을 표현하는 개별적 단어들의 참신한 연결로 인한 흥미로움에 모두가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다.

자신을 표현하는 문구가 창의적으로 표현되어 학생들끼리 작품을 공유할 때에도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난 작품.(사진=박효희 교사)
자신을 표현하는 문구가 창의적으로 표현되어 학생들끼리 작품을 공유할 때에도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난 작품.(사진=박효희 교사)

비주얼씽킹으로 교과 수업을 진행하며 주의해야 할 점은 비주얼씽킹 활동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주얼씽킹 활동을 수업에 적용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어떠한 배움을 이루려고 하는지, 그 수업목표를 잊어서는 안 된다.

비주얼씽킹 활동을 통해 도달하려는 뚜렷한 수업목표의 방향성을 잃지 않을 때, 교사와 학생 모두가 즐거운 수업을 통해 진정한 배움을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