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속 게임에 몰입하는 아이들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평택에서 초등교사 생활을 20년째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는 삼덕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행복을 찾는 여행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교사, 2019년 교육부와 조선일보사가 선정한 올해의 스승이기도 하다.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평택에서 초등교사 생활을 20년째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는 삼덕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행복을 찾는 여행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교사, 2019년 교육부와 조선일보사가 선정한 올해의 스승이기도 하다.

[에듀인뉴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 중학생 어머님의 일기장을 엿보고자 한다.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나도 모르게 초저녁부터 잠이 들었다.

잠시 눈을 떠보니 아직 새벽 2시.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거실에 나와 보니 아들방에서 불빛이 새어나온다. 아들이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조용히 아들 방에 노크를 해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무슨 일인가 싶어 살짝 문을 열어보니 아들은 헤드셋을 쓰고 한참 게임에 몰입중이다. 

온라인수업기간 낮과 밤이 바뀌어 버린 아들. 크게 혼내고 싶지만. 야심한 밤 큰소리를 낼 수는 없기에 ”00야! 그만 자라!“라는 말과 함께 다시 안방으로 돌아와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아들걱정에 잠이 오지 않는다.”


늦은 밤 아들들의 방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공부를 하는 것인지 게임을 하는 것인지 문을 열어보지는 않았다.(사진=안달교사)

최근 온라인수업이 계속되면서 우리 친구들의 생활리듬이 불규칙적으로 변해가는 동시에 늦은밤 혹은 새벽까지 게임을 즐기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걱정하는 학부모님들의 상담요청이 많다.
 
저녁부터 시작한 온라인게임을 새벽까지 즐기고 난 후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아들을 온라인수업시간에 맞추어 겨우겨우 깨워놓으면, 한참 학습활동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낮 시간에는 몽롱한 상태에서, 설렁설렁 온라인수업을 진행(중간중간 낮잠도...)하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에는 부모님과의 대화시간도 없이 공부를 좀 하는 척 하더니 어느순간 온라인게임에 접속한 후, 새벽까지 온라인게임 즐기기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3학년 아들을 둔 필자도 학부모님들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의 경우가 더욱 심각(?)한데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헤드셋을 통해 친구들과 소통하며 행복해하기에 무작정 게임을 못하게 하거나 꾸중을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다.  

모바일게임 “모바일배틀그라운드”에서 게임을 시작하기 전 대기하는 모습. 평소 교실에서는 소극적이며 조용한 학생도 게임 속에서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자유롭게 춤을 추고 있다.(사진=안달 교사)
모바일게임 “모바일배틀그라운드”에서 게임을 시작하기 전 대기하는 모습. 평소 교실에서는 소극적이며 조용한 학생도 게임 속에서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자유롭게 춤을 추고 있다.(사진=안달 교사)

우리 아이들은 왜 게임을 좋아하고 빠지게 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오랜시간 관찰해 온 교사로서 그 이유를 살펴보자면, 첫 번째 우리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발달과업을 완수하고 난 후에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나 성취감을 경험할 기회가 매우 적다. 

특히 학업을 통하여 자아성찰 및 자기개발을 얻을 수 있도록 강요받기 때문에 거의 모든 친구들이 자아성찰 및 자기개발의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공부와 성적으로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학생들이 과연 우리 주위에 몇 명이나 있을까?

우리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쾌감 중 하나는 어떤 과업을 달성한 후 그것에서 얻어지는 성취욕,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자기만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아이, 우리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발달과업이라고 해야 “성적향상”이 전부인데 우리 아이들이 “성적향상”으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면 좋겠다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욕심이다.

오히려 성취감보다는 좌절감을 맛보는 학생들이 더 많지 않을까?

두 번째로 게임은 대한민국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활동이며, 게임활동과 행동에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에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부분의 게임은 게임유저의 선택에 따라 승,패 혹은 성장과 멈춤이 결정되며 이러한 책임은 온전히 선택을 한 게임유저의 몫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은 어느정도 성장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우리 친구들은 게임활동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간섭없이 자신의 뜻대로 선택하고 참여하며 그 결과를 즉각적으로 피드백 받아 결국에는 성장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세 번째로 게임은 문화생활을 위해 필요한 시간, 돈, 공간, 친구 등의 고민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우리 친구들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바쁘며, 항상 시간에 쫒기게 된다. 특히 시간의 제약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더욱 심화된다.

온라인 수업, 학원, 과외 등의 과제를 대충이라도 해결하고 나면 밤 9시를 훌쩍 넘기게 된다.또한 용돈은 항상 부족하며 제대로 된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매우 어렵고, 바쁘게 생활하는 친구들과 함께 모여 자신들만의 활동을 하기에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너무나 많다.

이 세 가지 이유를 토대로 우리 친구들이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를 정리해보자면, 우리 친구들이 정서적으로 만족감, 성취감과 자아성찰, 자기개발의 경험을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주위에서 찾아볼 수 없으며, 찾았다 하여도 그 활동을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도움 없이 우리 친구들 스스로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또  시간, 공간, 돈, 친구 등의 고민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 여가생활은 게임이 거의 유일하다. (위의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또 다른 활동은 “학업”이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게임” 말고 “학업”에 몰입하도록 안내 혹은 강요하고 있지만 과연 “학업”이 우리 친구들의 만족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까? 게임처럼 조금만 노력하면 레벨이 쑥쑥 올라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아이들은 학원, 과외, 과제 등이 대부분 마무리되는 오후 9시이후가 되면 돈, 시간,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상에 친구들끼리 모여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 친구들이 게임을 좋아하고 몰입하는 이유를 알고 나면 우리 친구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부모이자 선생님으로서 안쓰럽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무런 이해와 대화 없이 우리 친구들의 게임활동을 비난하고 꾸중하는 어른이 되기보다는 우리 친구들이 왜? 게임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혹은 몰입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게임을 대신할 수 있는, 스스로 도전하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활동을 소개하고 안내하는 어른이 되었으면 한다.(그렇지 못하다면 좀더 재미있고 건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아이들이 끼리끼리 모여, 마음놓고 자신들의 생각과 끼를 뽐낼 수 있는 오프라인 플랫폼이 넘쳐났으면 한다. (사진=안달 교사)

우리 친구들에게 온라인 게임보다 더 큰 즐거움과 기쁨을 줄 수 있는 활동, 우리 친구들의 특성과 흥미에 따라 그에 알맞은 맞춤형 활동을 안내할 수 있는 부모님, 선생님이 되었으면 하며, 시간, 공간, 돈의 걱정없이 우리 아이들이 끼리끼리 모여, 마음놓고 자신들의 생각과 끼를 뽐낼 수 있는 오프라인 플랫폼이 넘쳐났으면 한다. 

우리 어른들은 우리의 소중한 친구들이 즐겁게 성장하며 자신의 끼를 발산할수 있는 활동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렇게 생활하지 못했지만 우리 아이들의 청소년기는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물론 우리친구들도 어느 정도 부모님과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