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털어놓는 고민에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하면 좋을까?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를 이끄는 대표이자 '그림책 한 권의 힘'의 저자인 이현아 교사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해주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 감정, 관계, 자존감 등 삶의 문제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의 숨을 쉬도록 숨구멍을 틔워준다. <에듀인 뉴스>는 <이현아의 그림책 상담소>를 통해 이현아 교사로부터 아이들과 마음이 통(通)하는 그림책을 추천받고 그림책으로 진행 가능한 수업 팁을 전한다.

[에듀인뉴스] “선생님, 코로나 블루(우울) 좀 싹 날려 보낼 그림책 없을까요?”

코로나 19로 아이도 어른도 마음이 움츠러드는 요즘이다. 집에만 있으니 몸과 마음은 찌뿌둥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에 변화가 생긴 탓에 우울감과 무기력이 엄습한다.

이럴 때 코로나블루를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그림책은 없을까? 마음에 힘이 필요할 때 주문처럼 외칠 수 있는 그림책 두 권을 소개한다.

먼저 첫 번째 그림책을 펼치면서 이렇게 외쳐보자.

“이까짓 거!”

그림책 '이까짓 거' 표지.(박현주 글/ 그림, 이야기꽃, 2019)
그림책 '이까짓 거!' 표지.(박현주 글/ 그림, 이야기꽃, 2019)

그림책 <이까짓 거!> 면지를 펼치면 한 아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교실 창밖을 내다본다.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오는데, 우산도 없고 마중 올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우산을 같이 쓰고 가는데 아이는 현관 앞에 우두커니 서서 하늘만 쳐다본다.

“마중 올 사람 없니? 같이 갈래?”

꽃무늬 우산을 들고서 딸을 마중 나온 아저씨가 같이 가자고 권하지만, 아이는 괜히 거짓말을 한다.

“아, 아뇨…. 엄마 오실 거예요!”

모두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학교 현관 앞에 아이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때 친구 준호가 가방을 번쩍 들어서 머리 위에 이고 달리면서 이렇게 말을 건넨다.

“넌 안 가냐?”

준호의 말에 아이도 덩달아 가방으로 비를 막고서 달리기 시작한다. 두 아이는 경주하듯 나란히 편의점까지, 분식집까지 열심히 달린다. 그러다 피아노학원에 도착하자 준호는 학원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아이는 다시 학원 현관 앞에 덩그러니 혼자 남았다. 바깥에 비는 장대비처럼 더욱 거세지는데, 아이는 뭔가 결심했다는 듯 가방을 들쳐 메고 빗속으로 뛰어든다.

이제 더 이상 내리는 비를 피하거나 어깨를 움츠리지 않고, 온 몸으로 물줄기를 받아들이면서 당당하게 달린다. 이번에도 지나가던 한 어른이 아이에게 말을 건넨다.

“얘, 우산 없니? 같이 갈래?”

“괜찮아요!”

다음 장면을 넘기니 ‘이번에 정말이다’라는 문장과 함께 온 세상이 노랗게 빛난다.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힘차게 달리는 아이의 표정이 굳세고 야무지다.

‘마중 올 사람 없어도 괜찮아. 같이 달리던 친구랑 헤어지고 다시 혼자가 되어도 괜찮아. 비가 오면 온 몸으로 흠뻑 맞으면서 달려주겠어. 이까짓 거!’

팔과 다리를 힘차게 내뻗으며 달리는 아이의 모습에서 환한 에너지와 뚝심이 느껴진다. 이 장면에 멈추어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얘들아, 이 장면처럼 ‘어떡하지?’ 고민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이까짓 거, 별 거 아니네!’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 있을까?”

“합기도 대회에서 백덤블링할 때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에잇, 뭐 이까짓 거!’하고 용감하게 해봤더니 성공했어요!”

“온라인 줌 수업이어요.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는데 매일 하다보니까 그래도 좀 적응됐어요. 온라인수업 너 접수했다! 이까짓 거!”

아이들이 조잘조잘 씩씩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면, 이제 두 번째 그림책을 힘껏 펼치면서 이렇게 외쳐보자.

“까불지 마!”

그림책 '까불지 마!' 표지.(강무홍 글, 조원희 그림, 논장, 2015)
그림책 '까불지 마!' 표지.(강무홍 글, 조원희 그림, 논장, 2015)

그림책 <까불지 마>를 펼치면 속표지에 한 아이가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로 울면서 집에 들어온다. 엄마는 자꾸만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아이가 안타깝고 답답한 나머지 가슴을 탕탕 치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 바보야, 그럴 땐 ‘까불지 마’하고 소리쳐야지.”

아이는 결심한 듯 눈물을 닦고 눈을 크게 뜬 다음, 앞집 개 멍구를 향해 더듬더듬 외친다.

“까아... 까불지 마아!”

어떨 결에 용기내서 겨우 입을 뗐는데 이 멍구 녀석,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가는 것이 아닌가! 오, 성공이다! 이때부터 아이는 힘과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목이 터지도록 소리치기 시작한다.

“까불지 마!”

자, 지금껏 친구들에게 한 마디도 못하고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던 그 소심한 아이는 잊어주시라. ‘까불지 마!’ 하나로 이제 아이의 어깨는 하늘까지 솟아올랐으니까!

자신감으로 무장한 아이는 집에 돌아와서도 잔소리하는 엄마에게 당당히 외친다.

“까불지 마!”

이때 과연 엄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이들과 함께 책 속에서 직접 확인해보시라!

코로나블루로 우울감과 무기력이 엄습할 때, 주문처럼 외치는 두 문장 ‘이까짓 거!’ 그리고 ‘까불지 마!’ 잊지 말고 꼭 써먹어 보시라! 마지막으로 여러분과 이렇게 크게 한 번 외치면서 힘을 내고 싶다.

“야, 코로나 너! 이제 우리랑 거리두기 하자. 이까짓 거, 우리는 힘을 합쳐서 잘 이겨낼 거야. 진짜 너, 더 이상 까불지 마!”

▶현아샘의 그림책 수업 tip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그림책 제목을 통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에너지를 전해 받을 수 있는 그림책 수업 활동입니다.

1. ‘어떡하지?’ 고민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이까짓 거, 별 거 아니네!’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 있나요? 경험을 토대로 발표해봅니다.

2. 지금 이 순간 ‘까불지 마!’라고 외치고 과감하게 물리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일상 속에서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던 다양한 경험을 떠올려서 나누어봅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