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 학교 비상 교육과정 운영 필수이수 시수 자율성 확대
학습동기‧학습관리 기능 강화 '원격교육 플랫폼' 지원 시급

&nbsp;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 강동구 한산초등학교를 방문해 등교 수업을 재개한 학교의 등교수업 진행 상황을 살폈다. 또 긴급돌봄 교실과 원격수업지원실도 둘러봤다.2020.09.21.(사진=교육부)<br>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 강동구 한산초등학교를 방문해 등교 수업을 재개한 학교의 등교수업 진행 상황을 살폈다. 또 긴급돌봄 교실과 원격수업지원실도 둘러봤다.2020.09.21.(사진=교육부)

[에듀인뉴스] 최근 학교 부근을 지나다 보면 스산한 운동장 구석구석에 핀 잡초만이 가장 눈에 띈다. 학교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던 학생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삭막한 사막처럼 느껴진다는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저절로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빌 게이츠나 전문가들의 예언처럼 내년 말쯤이나 코로나가 상황이 진정된다면 그 사이에 학교는 어떻게 변해져 있을까? 그리고 학생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다시 등교하게 될 지 염려와 함께 궁금해진다. 

최근 인천 초등학생 형제 ‘라면 화재’ 등으로 돌봄 지원 시스템 미비, 일방향 위주의 원격수업에 따른 학력저하 및 교육격차 문제, 비정서적 환경에 따른 우울감 등의 코로나 블루 현상으로 매우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행히도 교육당국과 지역사회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 학습플랫폼 개발 및 지원, 대학생이나 학습 정서 전문가 참여 프로그램 운영, 돌봄 강화를 위한 마을학교 운영 등의 대책을 신속하게 제시하고 있다. 

한편 최근 서울시교육감은 기초학력 저하 예방과 돌봄 기능 강화 등을 위해 초 1과 중 1 학생들은 매일 등교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 건의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방역차원에서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교육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한 학생들을 위한 선택은 무엇일까?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집중하는 시간이 짧으며 자율학습 능력도 떨어지는데 원격수업에 의존하다보니 학교생활과 학습의 기초적인 능력을 길러야 하는 결정적 시기를 놓치는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1학기에 이어 2학기까지 거의 한 학년을 대면이 아닌 방식 위주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은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1950년대 한국전쟁 중 피난처에서 실시한 천막교실과 연계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쟁 중이라 당장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은 더욱 열악했을 텐데 무슨 생각으로 천막교실을 열었을까?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어떤 경우도 중단할 수 없고, 교육적으로 결정적 시기를 놓치면 앞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하지 않았을까? 

이처럼 한국전쟁 중 실시한 천막교실처럼 코로나 상황에서도 지역과 단위학교가 비상 교육과정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첨단 에듀테크와 연계한 원격교육 플랫폼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현실적인 문제는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에 학생 지도와 학급·학교 경영 등 다양한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과 학교가 코로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몇 가지 제시 하고자 한다.

첫째, 코로나 상황에서 원격수업의 효율성을 제고해 학습 성과를 높이기 위해 지역이나 학교가 교육과정 운영 시 집중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교과목별 필수이수 시수에 대한 자율성을 확대하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교육당국의 신속한 대처로 수업일수나 수업시수, 평가 영역은 축소되어 있으나 교과목별 필수이수시수는 그대로 있어 원격수업 운영 시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IMF 때 국가가 비상경제를 운영하였듯이 코로나 상황과 같은 비상시국에는 교과목별 필수이수시수를 감축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비상 교육과정 운영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교육과정 성취기준 도달에 꼭 필요한 주요 교과 위주로 운영하고 현실적으로 지도하기 어려운 예체능 교과는 필수 내용만 선택적으로 지도할 수 있다. 

또 1주일에 1회 등교하는 날 하루를 5~6교시 수업을 하다보면 학생들이 모두 힘들어하기 때문에 4교시만 대면 수업으로 하고 나머지는 원격수업으로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단위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주당 20차시(1일 4차시) 수준으로 필수이수시수를 조정해 주요교과를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렇게 조정이 가능하면 선생님들의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활성화될 수 있고, 학생들도 일부 학습에 집중할 수 있어서 기초학력 저하 등의 문제는 크게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이에 따른 교육과정 상 미비한 점은 코로나가 정상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점차적으로 확대하거나 보충하면 원만하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번 기회에 비상 시 또는 특수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학습동기 유발이나 학습관리 기능이 강화된 원격교육 플랫폼을 교육당국이 개발해 일선 학교에 보급해 주어야 한다. 

원래 원격교육 또는 원격수업(Distance education, Remote learning)은 물리적 거리나 시간 등의 제한을 극복하여 학습하기 위해 인터넷, 방송, 통신, 우편 등과 같은 원격 커뮤니케이션(distance communication) 매체를 통해 진행하는 교육방식이며,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개별적이며 자율적인 학습이 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전통적인 교육방식인 대면방식(face to face)과는 비교된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로 상황에서 운영하고 있는 원격수업은 코로나 방역 체제 안에서 원격교육 매체를 활용해 전통방식의 주5일 수업체제 그대로 온라인에 옮겨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학기는 준비와 경험 부족 등으로 콘텐츠나 과제 제시 위주의 일방향 수업을 진행하여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선생님들이 온라인 수업을 운영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학생 참여 촉진 32.0%, 콘텐츠 개발․자료 제작 19.7%,, 수업 상호 작용 17.6% 가 나타났다는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최근 발표 자료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급작스럽게 처음으로 원격수업을 실시하게 된 선생님들의 입장에서는 온라인학습에서 학생들의 학습동기 유발이나 학습관리에 대한 부분이 매우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2학기부터 기초학력 저하 등을 예방하기 위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확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선생님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왜냐하면 현 체제 속에서 매시간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하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민간업체에서 개발한 플랫폼들도 과부하 현상 등으로 중단되는 사태가 종종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학급당 20~3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더라도 강의를 하면서 동시에 학생들의 학습관리까지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들의 여건 미비로 가능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유튜브 캡처

존 카우치와 제이슨 타운는 자신이 저술한 「Rewiring Education(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에서 종이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전자교과서에 단순히 옮길 경우 학습효과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자교과서에 쌍방향 소통 기술 등 학습동기를 일으키는 기술을 적용하면 학습 성과가 높아져 그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원격교육 플랫폼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거나 콘텐츠 위주 수업을 하더라도 학습동기를 유발하고 학습관리가 용이한 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 

초등학교의 경우 담임선생님이 거의 모든 교과를 지도하기 때문에 원격교육 플랫폼에 학습동기 유발이 가능한 쌍방향 기술 등과 학생들의 학습과정이나 결과, 학습태도를 체크하여 자동으로 피드백하는 학습관리기능(LMS)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 현장도 처음으로 접하게 된 원격수업에 따른 기초학력 저하나 교육격차, 돌봄 지원 약화 등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운영과 관련해 집중과 선택이 가능하도록 지역이나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도록 관련 규정이나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 

동시에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에 발맞추어 에듀테크를 활용한 첨단 원격교육 플랫폼을 개발․보급하여 원격수업의 질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과거 국난극복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하나가 되어 이해하고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재광 서울시교육청학생교육원 글로벌문화‧언어체험교육원 분원장
최재광 서울시교육청학생교육원 글로벌문화‧언어체험교육원 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