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에서의 교육에 대한 생각과 고민 나누기

[에듀인뉴스] 수업은 교사의 본업이고 생명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이 답변에는 개인의 교육에 관한 철학과 경험 그리고 연령대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예컨대 각각의 교사마다 열정, 관심, 노력, 집중력, 요약‧정리 능력, 기획력, 실행력, 유머 감각, 소통, 학생과의 관계, 경청, 반복, 명확한 목소리, 외모, 판서 능력, 정보 이용력... 등등 수없이 떠올릴 것이다. 

이는 수업에서 어떤 목적, 과정, 성과, 평가 등을 중요시하는가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왜냐면 교사 자신이 역점을 두고 행하는 것에 따라 주요 사항으로 부각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필자는 교사에게 있어 독서야말로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필자는 강산이 세 번 바뀌고도 한참을 지나서까지 멋진 수업을 꿈꾸며 이를 준비하기 위해 살아왔다. 실제로 매시간 수업을 할 때마다 또는 수업을 준비할 때마다 마치 캔버스 앞에 선 화가, 피아노 앞에 앉은 연주가, 무대 위에 선 성악가, 수많은 관객 앞에 선 배우처럼 예술작품을 창작하거나 연출하는 것으로 상상하고 몰입하고자 집중해 왔다. 

또 최근엔 혼불을 바쳐 집필하는 작가라는 생각으로 입장을 전환하기도 하였다. 평범한 능력의 소유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렇게 상상 속에서나마 노력으로 진력(進力)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 모두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바로 열정과 헌신, 전문적 역량, 그리고 사명감을 기본으로 하는 예술인의 삶이라는 것이다.

왜 이런 생각에 잠겼을까? 그것은 평소에 그들이 작품 창작에 몰두하여 활동하는 모습이 필자에겐 환상적일 만큼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다소 과장이 있는 것 같이 들리지만 교사 또한 예술가와 같은 입장이란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추호도 다르지 않다. 이것은 교육자로 평생을 살아가는 자존감에서 연유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수업은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러기에 교사는 수업에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바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또한 그렇게 되기까지 교사로서 끊임없는 자각과 성찰을 요구한다. 

그래서 교사에겐 소크라테스의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가르침이 평생의 안내자이자 등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교사가 수업의 전문가가 되는 데는 바로 독서의 힘이 지대하다. 결국 독서는 필자에게도 수업의 최우선 요소였고 그 속에서 수많은 수업용 PPT 자료와 수업의 콘텐츠를 쌓아 나갔다. 이는 마치 오늘의 자신을 만든 8할은 독서였다는 빌 게이츠의 고백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소견은 수업 전문가인 본교 김백희 수석교사의 교사에게 주는 수업에 대한 Tip 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에 필자는 본교 교사를 대상으로 수석교사가 제작한 연수 자료를 소개하고자 한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교사에게 재난이다 

지난해 어떤 선생님이 수업을 공개했습니다. 장학사들과 인근 학교 선생님들까지 수업에 참관했습니다. 수업에 들어왔던 분들은 수업 후 토의 시간에 무슨 의견이라도 말하려고 메모를 하려 했지만 수업에 몰입하느라 아무것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학생들과 함께 숨소리를 죽여 가며 수업에 빠져들었습니다. 수업은 그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수업 후에 이웃 학교에서 온 한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선생님, 수업 정말 잘 보았고 많이 배웠습니다.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커다란 감화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 준비에 몇 시간이나 투자를 하셨는지요? 아마 한 시간으로는 안 되겠지요?”

수업 공개하신 선생님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아닙니다. 이 수업 준비에 직접 들인 시간은 15분밖에 안 됩니다.” 질문을 했던 선생님이 좀 난감한 표정을 짓자 역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을 이어 갔습니다. “이 수업을 위해 직접 투자한 시간은 15분이지만, 사실 나는 매일 이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모든 수업을 매일, 늘 준비합니다.”

러시아의 교육사상가 V.A. 수호믈린스키(1918-1970)의 책, 「선생님께 드리는 100가지 제안」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교사는 수업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독서라고 말합니다. 날마다 책을 읽으면서 한평생 책과 사귀어야 좋은 교사가 되고, 진실한 의미에서 수업 준비가 된다는 것입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하루도 멎지 않고 흘러서 사상의 바다로 들어간다. 독서는 내일의 수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교사의 내면적 필요와 향학열에서 나온다. 만일 당신이 한가한 시간을 더욱 많이 가지고 싶다면, 또 질리도록 단조롭게 교과서에만 파묻혀 수업 준비를 하지 않으려면 인문사회학 서적을 읽어야 한다. 당신이 가르치는 학문 영역에서 교과서에 담긴 지식은 일차적인 것이 돼야 한다. 당신이 학생에게 가르치는 교과서의 기초 지식은 당신의 학문 지식이라는 큰 바다 속에 있는 작은 물방울이 돼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수업 준비로 몇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진정 보석과 같은 말입니다. 그의 이런 충고가 가슴에 금세 와 닿는 선생님이라면 평소 독서량이 상당하신 분일지도 모릅니다. “교과서라는 물방울은 세월이 한 해씩 지나감에 따라 교사라는 큰 바다 속에서 더욱 작아질 것이다.” 그가 마치 명언 제조기처럼 여겨집니다. 수호믈린스키는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교사에게 재난이다.”

이 말에서 선생님은 무엇을 느끼십니까? 어떤 의미로 와 닿습니까? 대부분의 우리 선생님들은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그것이 교사의 잘못은 아닐진대 어째서 그것이 ‘재난’일까요. 왜 그것이 ‘불행한 사건이나 사고’일까요.

“독서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것은, 교사에게는 불행한 사건이다. 왜냐하면 그는 ‘수업 기술자’ 또는 ‘교과서 해설자’에 머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저에게는 그렇게 읽힙니다. 그렇습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전문가 이전에 배우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배우는 전문가가 되지 않고선 결코 가르치는 전문가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는 수업 잘하는 교사에 대한 우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옛날 방식으로 그의 그림자를 밟지 않을 정도는 아니어도 합당한 사회적 존경을 받아야 한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교육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요즘에 더욱 그렇다. 혹자는 좋은 수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대응할 것이다. 

물론 좋은 수업의 기준은 애매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다양한 상황에 따라 그에 적합한 수업이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수업의 기준은 매번 달라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은 존재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학생 중심의 수업이어야 하고 학생은 그 수업을 통해서 배움이 왕성하게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잠자는 학생이 많은 교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유야 어쨌든 그들을 포함한 학생 모두는 우리의 미래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 움직이며 생기가 넘치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가의 정책은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하듯이 교사는 현재의 교육 제도 아래서 잠자는 학생을 한 명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어떻게 수업을 하느냐의 교사의 태도와 역량에 달려 있다. 

국가에 바람직한 정책을 제안하고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 가도록 건전한 비판을 하면서 그 이면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한다’는 교육자의 자세가 지금의 우리 교육이 겪고 있는 난제를 극복하고 보다 좋은 수업을 만들어 가는 가장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