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후조의 우리 교육 더 낫게 만들기] 교육기본제도의 불일치 해소②

[에듀인뉴스] 교육은 희망이고 꿈을 키우는 일이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온갖 교육 혁신안이 등장했음에도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학자, 기업인, 일반인, 실업자 등 각자 처지에 따라 교육문제를 보는 눈이 다르다. <에듀인뉴스>는 창간 5주년 기획으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만나 무엇을 주고받는가를 탐구하고, 국가의 거시적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의 미시적 교실 수업을 아울러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홍후조 교수(교육과정학자)의 입을 빌어 ▲교육 기본제도 ▲교원 양성과 운용 ▲이공계 인력 양성 ▲교과서 문제 ▲진학계 고교 문제 ▲온라인 수업 ▲국민형성교육 등 분야 별로 문제의식(배경), 현황과 문제점, 원인과 이유, 개선 방향(가치 추구), 구체적 방안, 후속지원책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계획이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문제의 제기 – 유·초·중(3-6-3) 분점된 교원 양성, 학생 수 급감에도 교사 간 협력 어려운 이유


[에듀인뉴스] 교육의 핵심은 교사와 학생이 만나서 주고받는 교육과정이다. 교사-교육과정-학생의 상호작용이 원활해야 교육은 잘 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우리나라에서 학생 수용의 학제는 6-3-3제이고, 교사 양성 운용은 6-6제이고, 교육과정제는 9-3제여서, 이들 간 부정교합이 학생 수 급감 시대에 소규모학교 통합운영에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하였다.

그 대안으로 유아교육 3년과 초등 저학년 3년제를 합친 6년제 기초(마을)학교와, 초등 고학년 3년과 중학 3년을 합친 기본학교를 법 개정을 통해 도입함으로써, 기초학교는 작아도 유지되고, 기본학교는 규모가 커져서 통폐합을 면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3-6-3제에 더하여 학생 수가 적은 곳에서는 6-6제를 아울러 허용하자는 것이 핵심 제안이었다.

교육의 기본제도들이 융통성을 갖고 학생 수 급감에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교육과정 운영의 주체인 교사의 양성과정과 자격제도 그리고 운용이나 수급에서도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는 유아교사 자격, 초등교사 자격, 중등교사 자격이 총12년을 각각 3년, 6년, 3년으로 분점한 형국이다. 이런 분리가 소규모학교의 통합운영에서 유초중등 교사 간 협력이 어려운 주요 이유다.

이를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문제를 논해보자.

우리나라의 유아교사 양성인 유아교육과, 초등교사 양성인 교대, 중등교사 양성인 사범대 등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대체로 교과지식 중심적이다.

유아교사 양성과정도 분과된 교과교육의 비중이 높고, 초등에서도 심화과정(20학점 전후로 일종의 복수전공, 제2전공)은 교과 하나에 집중한다. 중등교사 양성도 고교 2~3학년에서 분리된 과목만 가르칠 것처럼 길러지고 있다.

가령 화학교육과는 화학과와 다름없이 화학만 잔뜩 배운다. 이렇게 길러진 과학교사들은 중학교에서 통합된 과학을 가르쳐야 한다. 이 경우 그들은 화학 위주로 가르치거나 여타의 물리,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에는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또 교과위주의 교원양성은 사춘기 등 돌봄이 더욱 필요한 학생이 소홀히 취급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교과를 가지고(수단으로, 도구로, 통하여) 학생을 기른다’는 것은 구호로 남는다.

같은 학년군이라도 저학년일수록 교과지식전달보다 학생 돌봄과 챙김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 점에서 교과지식위주의 교원양성과정은 학생에 대한 비중과 인접 과목들에 대한 통합적 교수학습능력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

학생 수 급감시대에 필요한 교사양성은 무엇보다 그 양성과 자격제도에서 현재와 다른 대안을 절실히 요구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대안의 모색 – 교사양성과 자격제도를 학생 기준으로!


교사에게 복수 혹은 이중 전공이 요구된다는 것은 따져보면 두 가지 측면이다.

하나는 학생의 학년군에 따라 종적으로 담당할 범위를 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접 가르칠 교과가 통합 혹은 분화되었을 때 이를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교수 범위를 말한다.

담당할 학년과 가르칠 교과의 범위가 넓을수록 더 많은 수학과 수련기간이 요구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교사양성과정의 수학기간을 늘리자는 얘기도 들린다.

먼저 종적으로 교사가 담당할 학교급, 학년군, 학제에 대응하는 융통성 있는 교사양성과 자격제도에 대해 대안을 모색해보자.

이런 학년군 대응은 ‘학생을 기준’으로 교사양성과 자격제도를 모색하는 것이다.

여기서 제안하는 대안은, 가령 중학교 교사는 중학교 교사 3년만 아니라 아래로는 초등 고학년 3년을 가르칠 준비를 하거나, 위로는 고교 3년을 담당할 준비를 제2전공으로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초등 고학년을 중심으로 제1전공을 하면 초등 저학년 3년이나 중학교 3년을 가르칠 수 있는 전공을 제2전공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유아 3년, 초저 3년, 초고 3년, 중학 3년, 고교 3년 등 3년씩을 제1전공으로 할 경우, 아래 위 혹은 옆을 제2전공으로 하는 것이다.

이처럼 3년씩의 학년군을 나누는 것은 그만큼 발달이 급격히 일어나는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더 세밀한 맞춤형 교원양성과정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처럼 교원양성과정이 운영되면 초등 저학년 교사나 중학교 교사는 양성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대안으로 제시한 바를 구현하면 소홀히 되는 초등 저학년과 중학교 교육이 더욱 충실해질 수 있을 것이다.

유아교사의 경우 옆으로 어린이집이나, 위로 초등 저학년을 제2전공으로 하면 된다.

고교교사의 경우 진학고를 제1전공으로 할 경우 옆으로 직업고를 제2전공으로 하거나, 그 역으로 준비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현재 진학고 보통교과를 중심으로 교육되는 고교 교사들이 직업계 학교에서 교과교육을 더 충실히 실행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는 것이다.

다음 표는 이를 나타낸 것이다.

(표=교사양성과정에서 제2전공의 범위와 종류)
(표=교사양성과정에서 제2전공의 범위와 종류)

다음으로 횡적으로 담당할 교과를 복수 혹은 제2전공으로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대학생들은 입학전공과 함께 복수로 제2전공을 이수하게 된다. 졸업에 필요한 140학점 중 교양과 교직 이수학점을 제외하고 최소한 40학점의 두 개의 전공을 이수할 수 있다.

가령 화학교육과는 화학교육만 아니라 중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통합과학을 제2전공으로 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학점의 배분은 중학교 3년과 고교 1학년의 총4년 치의 통합과학을 지도할 수 있는데 4의 비중을 둔다면, 고교 2~3학년에서 화학만 가르치는데 2의 비중을 두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교사는 앞에서 말한 고교를 제1전공으로 하면서 중학교를 제2전공으로 실질적 내용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과학이나 사회처럼 하위과목이 복잡하게 분화되어 있더라도 국어, 수학, 영어 교사들처럼 ‘교과’를 온전히 통합적으로 가르칠 수 있어야 함을 말한다. 이래야 예비교사들은 앞서 말한 현재의 고교 2-3학년만 가르칠 것처럼 협소하게 공부하는 데서 벗어날 수 있다.

만약 어떤 예비교사가 특정 학년군에서만 가르치겠다는 ‘신념’이 확고하다면, 그는 그 여력으로 교과 안팎에서 복수전공을 해야 할 것이다.

가령 고교에서 국어만 가르치겠다면 그는 진학고에서 진로에 따라 국어를 변용해서 가르치는 능력과 함께 직업고에서 직무수행능력과 관계된 국어도 변용해서 가르칠 능력을 길러야할 것이다.

진로별로 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인문사회계라고 하여도 진로가 인문, 사회, 국제, 경상 등에 따라 국어를 적절히 변용하여 다르게 가르치는 것을 말하고, 문과와 달리 이공계 국어, 예술계 국어, 체육계 국어, 직업계 국어로 변용해서 가르칠 수 있는 능력과 자세를 의미한다.

즉 진로에 따라 가르칠 범위, 수준, 분량, 심도, 순서를 다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초등교사의 경우에도 저학년에서 건강한 생활, 즐거운 생활을 기초로 하고, 점차 바른 생활이 잡히면 더 나아가 슬기로운 생활을 모색하게 된다.

통합교과에 더하여 국어, 외국어, 산수(수학은 아직 아니다!) 등의 도구과목을 가르친다.

이를 고려하면 저학년에서 교과의 통합에 대해 대응하거나 고학년에서 교과가 분화됨에 따라 보다 교과전담교사에게 일부 교과를 맡기게 된다.

현재처럼 지나치게 분화된 교과를 심화전공으로 할 경우 이것은 중학교를 제2전공으로 할 경우에 적용하면 적절하다.

다만 초등 저학년과 고학년을 나누어서 초등교사만으로 할 경우 심화전공은 현재의 교과별보다 고교식으로 인문사회계, 이공계, 예술계, 체육계 교과를 광영역(broad field)으로 복수 내지 심화전공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본다.

아니면 교과전담교과만 심화에 남기는 것도 방법이다. 중등교사가 초등학교를 돕는 것은 현재 체육, 예술, 영어 등 교과전담교과부터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대안의 실천 – 복수자격교사 우대 정책을 도입하자


앞에서 우리는 학년군을 넘나들이하거나 교과와 교과내 하위과목을 넘나들이 할 수 있는 복수 자격 가진 교사를 길러내야 학교간 협력 운영도 되고, 소규모 학교가 운영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현재 소규모학교의 교육의 질을 고민하는 교육감들은 유아교육과, 교대, 사대 등에 3년 예고제로 하여, 현재보다 더 구체적인 복수자격교사를 갖춘 이를 우대 임용할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즉 학년군별 복수자격과 통합과 분화된 교과영역의 복수자격을 세밀히 요구해야 한다.

교육청 산하 교원연수원에서 그럭저럭 꾸려가겠다고 하면 백년하청이다. 교육부나 국회에서도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학생 수 급감에 따라 학교수 가 급감하는 것에 떠밀려가지 않으려면, 법 개정을 통해 주도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교사양성과 자격제 개선을 통해 학생, 교사, 교육과정간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공교육의 질이 좋아질 것이다.

참고문헌 : 홍후조(2019) “유·초·중등 교사양성 ‘전공’ 교육과정의 성찰과 과제,” 박남기 외, 한국 교사교육-성찰과 미래 방향, 학지사, 307-357.


◆ 글 싣는 순서

Ⅰ. 교육의 기본제도 1. 어긋남으로써 빚어진 문제들/ 2. 학제(학생수용)/ 3. 학교급 나누기/ 4. 교육과정 /5. 출생률 제고와 주택 문제/ 6.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

Ⅱ. 교원 양성과 운용 1. 전공 교육과정, 자격과 2중 전공/ 2. 교단교사 직급다층화/ 3. 교감발탁제, 교장 발탁제/ 4. 교육감 직선제, 중단위 교육행정기관

Ⅲ. 이공계 인력 양성 1. 수학, 과학, 기술공학 분야의 특징/ 2. 교원의 문이과 배분, 교대, 사대(사/과)/ 3. 첨단과학기술을 제 때에 가르치는 미래pilot학교/ 4. 수포자 구제문제/ 5. 국민기초학력과 충실화/ 6. 절대평가와 IB DP교사들의 시험 출제와 채점 능력

Ⅳ. 교과서 문제 1. 교과서가 필요없는 교과에서 예산 낭비/ 2. 판수를 거듭하는 교과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3. 성교육교재와 발달 추동/ 4. 한국판 탈무드 개발 보급

Ⅴ. 진학계 고교 문제 1. 자사고와 특목고(집값 폭등)/ 2. 평준화와 비평준화/ 3. 국영수 편중과 진로별 교육과정/ 4. 교육기회 제공에서 학교간 역할분담

Ⅵ. 온라인 수업 1. 온-오프간의 분리와 협력(교육과정 조정)/ 2. 온라인 교육전용기기 개발 보급/ 3. 온라인 수업에서 효과 제고(중위층 몰락 대책, 수업시간 조정)

Ⅶ. 국민형성교육 1. 헌법을 제대로 가르치기/ 2. 한국근현대사 재인식/ 3. 국제관계와 국제정세 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