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TV국민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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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전세계 코로나 전쟁 와중에, 지금 이 순간 국경을 사이에 두고 진짜 전쟁이 벌어지는 곳도 있다.(다행히 두 나라는 10일 정전에 합의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선 캅카즈 산맥에 자리한 러시아·터키·이란 사이에 있는 두 국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이다.

우리에겐 멀게 느껴지는 나라들이라서 여론의 관심이 크진 않지만, 여론과 별개로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전쟁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전무하다. 말 그대로 '강건너 불구경' 중인데, 이런 대응은 다음에 소개할 ‘이 나라’의 대응과 차이가 크다.

‘이 나라'는, 개전 초기인 10월 1일 양측 모두가 교전을 즉시 중단하고 평화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같은 투르크족이라는 이유로 아제르바이잔의 전쟁을 지원하는 터키에게는 전쟁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더 나아가 전쟁 당사자 2개국에, 터키까지 포함한 3개국과 만나 중재할 의사가 있다고까지 발표했다.

미국쯤 되어 보일 것 같은 ’이 나라‘는, 심지어 세계의 외교군사 질서를 좌지우지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도 아닌, 무려 ’일본‘이다.

전쟁 당사국과의 거리감이나, 상호 교류관계 같은 것으로 따지면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발 빠르고 기민하게 대처하는 일본과 달리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잠잠하다. 필자는 자존심이 상한다.

일본처럼 하길 바라지도 않는다. 누구 편을 들 수 없는 곤란한 입장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 정도 외교부 성명은 쓸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안전하기를 바라고, 전쟁을 통해 인권 유린이 없기를 기원하며, 당사국들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촉구한다”는 아주 원론적인 입장 말이다.

우리는 작년 강제징용 문제로 불거진 한일 외교 갈등 속에서 전 국민적으로 ‘가지[사지] 않습니다’라며 극일(克日)을 다짐하는 운동이 벌어진 바 있다. 대통령은 “다시는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나름의 의의가 없진 않다.

허나 그것만큼이나 극일하는 데 중요한 것이 있다면,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일본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K-팝이라든가 시쳇말로 ’국뽕‘ 차오르는 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지표로든 세계에서 20위권 안에 드는 국가라면, 세계 평화를 위해 얼마만큼 기여했느냐 역시 한국의 위상을 세계인들 사이에서 확립하는 데 영향을 줄 것이다.

일본은 2차대전의 패전국임에도, 2차대전의 주요 승전국이 가진 지위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려왔다. 세계 평화를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한다는 명분과 함께 말이다. 대한민국은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사죄가 충분하지 않은 것 등을 이유로 일본이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해 왔다.

그치만 이번 전쟁에 대한 대응만 놓고 보면, 다른 나라들 입장에서는 한국보다 일본이 훨씬 더 세계 평화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일변도의 외교정책에서 벗어나고,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도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확립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다. 신남방정책이나 신북방정책 같은 것들이다. 그렇다면 이번 전쟁에도 우리의 주체적인 외교 역량을 선보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종전선언을 지지해 달라고 전 세계에 호소하기도 했다. 그치만 우리가 이렇게 요청할 수 있으려면 그만큼 어디선가의 호소에도 응답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쉬운 것이다.

대한민국은 전쟁으로 나라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전세계가 구출해 준 역사가 있다.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되었다. 경제성장에 걸맞게, 서슬퍼런 정치권력을 탄핵하는 것도 가능한 민주정치 발전의 역사도 갖고 있다.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가 있는 일본과 달리 국제적 원죄(原罪)도 없다. K-팝과 같은 문화의 힘으로 많은 세계인들로부터 선망을 받고 있다.

그런 나라라면 폭력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세계 곳곳에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와 큰 관계없어 보이는 분쟁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가 성실하게 전한 평화의 메시지는 다시 우리 한반도의 평화로 돌아올 것이다.

정국진 전 국회 비서관/ 전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
정국진 전 국회 비서관/ 전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