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후조의 우리 교육 더 낫게 만들기] 교육기본제도의 불일치 해소③

[에듀인뉴스] 교육은 희망이고 꿈을 키우는 일이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온갖 교육 혁신안이 등장했음에도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학자, 기업인, 일반인, 실업자 등 각자 처지에 따라 교육문제를 보는 눈이 다르다. <에듀인뉴스>는 창간 5주년 기획으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만나 무엇을 주고받는가를 탐구하고, 국가의 거시적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의 미시적 교실 수업을 아울러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홍후조 교수(교육과정학자)의 입을 빌어 ▲교육 기본제도 ▲교원 양성과 운용 ▲이공계 인력 양성 ▲교과서 문제 ▲진학계 고교 문제 ▲온라인 수업 ▲국민형성교육 등 분야 별로 문제의식(배경), 현황과 문제점, 원인과 이유, 개선 방향(가치 추구), 구체적 방안, 후속지원책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계획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 홍보 리플릿 표지 일부.(사진=교육부)
2015 개정 교육과정 홍보 리플릿 표지 일부.(사진=교육부)

현실과 문제 - 교육 기본 제도 간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다


[에듀인뉴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만나서 주고받는 교육과정과 그 환경에서 구현된다.

우리나라의 교육에서 학생 수용의 학제는 초-중-고 6-3-3제이고, 교사 양성 운용은 초-중등 6-6제이며, 교육과정제는 공통-선택의 9-3제이다. 교육의 기본 제도 간 불일치는 학생 수 급감시대의 소규모학교 통합운영에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그 대안으로 유아교육 3년과 초등 저학년 3년제를 합친 6년제 기초(마을)학교와, 초등 고학년 3년과 중학 3년을 합친 기본학교를 법 개정을 통해 도입함으로써, 기초학교는 작아도 유지되고, 기본학교는 규모가 커져서 통폐합을 면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3-6-3학제에 더해 학생 수가 적은 곳에서는 6-6학제 등도 아울러 허용하자는 것이었다.

학생 수는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 있다. 교사 자격제도나 수급상황도 변경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기준으로 작동하는 교육과정문서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의 교육종합계획서이자 교육문제시정서로서 교육과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교육활동의 기준은 교육과정 문서에서 나온다. 교육과정을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으나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라고 해두자.

교육과정은 교육현장에서 교육활동이 펼쳐질 때 이리해도 되고 저리해도 되겠으나 이렇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효과적이라고 알려주는 기준이고 잣대이다.

축구에서 규칙이나 골대를 움직이면 경기가 안 되듯이 교육과정도 기준으로서 굳건해야 교육활동이 안정적이고 질 높게 펼쳐질 수 있다.

교육과정기준은 보통 문서로 만든 책자로 발간하여 학교에 보급된다. 이를 바탕으로 교과서를 만들고 학교의 일과를 짜며, 교원 연수 등도 진행된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기준은 교육부 등에서 심의 결정하는 중앙집권적인 성격을 띤다. 그러나 실제로 수업활동에 쓸 교과서는 대부분 민간에서 만든 검인정이어서 중앙집권적 성격은 약화하고, 교실에서는 교과서가 교육활동의 기준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계획한 문서로서 교육과정기준은 법률과 유사하여 모든 교육활동의 기준이 된다.

교육과정기준은 학생의 입학-재학-졸업의 경로를 지정해준다. 특히 학생 수가 급감하거나 학생의 이동이 심한 경우 교육과정기준은 더욱 중요한 잣대가 된다.

앞서 논한 유아,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중학교, 고교 각 3년을 위한 교육과정은, 현재로서는 유치원의 누리과정 3년 따로, 초등 저·중·고 학년 각 2년, 중학과 고교 각 3년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는 교사자격제 및 학제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만3세에 시작하는 유치원 누리과정부터 중학교까지 12년은 기초기본 교육으로 공통에 필수가 대부분이다. 반면 고교 3년은 대학 전공과 사회 직업에 따라 학생 각자가 선택해 이수하도록 되어 있어, 결국 교육의 기본제도 간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다.

국가교육과정기준 문서는 학교 전체와 교과 등을 모두 아우르는 ‘총론’과 각 교과 등을 종류별·학년(군)별로 규율하는 ‘각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준 문서는 대체로 ①교육의 방향과 목표 ②교과나 창의적 체험활동의 종류나 시간 배당의 각론 구성 ③교육적 실천을 위한 지침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또한 각론을 이루는 세 가지인 각 교과, 여러 교과들의 통합교과, 창의적 체험활동은 종류별·학년(군)별로 교육과정기준이 따로 만들어져 교육부에서 고시한다.

교육과정기준 총론과 각론이 학교교육활동의 모본이자 청사진인 셈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대안의 탐색과 실천 - 연차별·순차별 개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교육과정기준은 중앙집권적으로 결정되어 대체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부에 의해 개정되어 왔다. 그 결과, 교육에 정치적 색채가 진하게 묻어나게 되어 교육적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득실이 우선된다.

우파정권은 국민형성교육을 소홀히 해온데 반해, 좌파정권은 교육의 정치화를 통해 좌파 일꾼을 기르고 그들이 혁명진지를 구축하도록 하는데 더 열정을 쏟기에, 교육과정기준 문서 개정과 교과서 내용 개편에 관심이 아주 지대하다.

또한 지금처럼 교육부, 교육청 등이 교육과정기준을 제쳐두고 각종 공문으로 교육현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전교조의 지지를 받는 교육감들이 추진하는 근현대사, 민주시민, 인권, 성인지감수성 교육 등에서 두드러진다.

자유 뺀 민주주의, 촛불, 김정은과 회담 등 당대사를 역사인 냥 정권홍보물로 타락시킨 국사교과서 등을 만든 문재인정부도 국가교육회의를 운용하고 있고 국가교육위원회를 법정 기구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교육이 백년대계로서 제구실을 하려면 정권의 호오를 넘어서, 교육선진국에서처럼 적어도 10년을 내다보는 혹은 10년은 유효한 교육과정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필요할 때 아무 때나 교육과정기준을 ‘수시’로 개정할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 장기적으로 예측가능하게 10년 주기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교육과정기준 개정을 살펴보면 시간에 쫓겨 1~2년 안에 총론과 각론, 모든 학교급, 모든 교과를 한꺼번에 다 개정해왔다.

정부나 출연 연구소들이 수많은 패널 데이터를 운용하면서도, 빅 데이터나 데이터 사이언스 시대에 맞지 않게, 학생들의 장기적인 교육과정적 요구, 특히 진로별 학습요구의 변화를 찾아내는 교육과정용 패널 데이터 하나 구축해두지 않고 있다.

학생의 교육적 요구도 모르면서 ‘학생중심 교육과정’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양두구육(羊頭狗肉) 아닌가?

필자는 교육과정 개정의 과학적 근거를 갖출 것을 그 영역과 항목을 제시하면서 꾸준히 요청해왔다. 과학적 근거가 취약하니 교육과정기준의 부적절성은 더 커졌고, 보편타당성이나 미래지향성은 취약했다.

먼저 교육과정기준을 만드는 근거로서 학생들의 요구사정(needs assessment)을 과학적·체계적으로 구축할 일이다. 그러려면 학생의 교육과정적 요구와 그 변화를 찾아내는 패널 데이터 구축은 빠를수록 좋다.

또한 유, 초저, 초고, 중, 진학고, 직업고를 고려해서 차근차근 연차별로 개정하고, 교과군(인문사회계·이공계·예체계 교과, 통합교과)과 창체를 순차별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1~2년이 아니라 4~5년에 걸쳐 개정하고, 개정 후 4~5년은 적용하고 그 결과를 보고 연차별 순차별로 개정해 가야 한다.

교육과정기준 문서가 교육의 기본제도상의 기준이 되려면 따로 분리되어 있는 유치원 누리과정과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이 이어져서 일관된 계열성과 통일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취학전 교육의 공교육화로 안정적인 돌봄(보육)이 가능해져 젊은 맞벌이 부부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의 기초 기본 교육과 고교 이후의 진로별 교육에 대한 구별이 더 분명해야할 것이고, 그 사이에 현재 중1의 자유학기제가 아니라 중3과 고1에서 진로를 탐색하는 기간과 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교육은 못하는 것을 억지로 시키는 약점보완형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학생의 소질과 적성, 장점과 강점을 찾아 ‘각자 제 갈 길을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이 자신에게 가장 편하고 즐겁게, 하고 싶은 공부와 일을 찾아주는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고교 이후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진로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기준의 도입이 절실하다.

기초 기본 교육은 지역, 성, 계층, 언어, 인종, 심지어 국적 등 ‘어떠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교육복지로 균등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고, 그것을 넘어서는 심화, 특수, 전문, 직업 교육은 ‘차별 아닌 차이에 따라 알맞게’ 학생의 소질과 적성, 진로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기준을 만들어야할 것이다.

학생들의 발달과 사회적 요구를 고려하면 학생들의 교과 공부는, 유치원에서 시작할 때에는 사람의 일생의 기초가 되는 ‘건강한 생활과 즐거운 생활’에서 시작하여, 말귀를 알아듣고 ‘바른 생활’이 잡히면, 이후 ‘슬기로운 생활’로 나아간다.

학교 공부는 슬기를 키우는 일이므로, 인문사회계 슬기와 자연과학기술계 슬기를 점차 강화해나갈 일이다.

르네상스, 과학혁명, 산업혁명을 거쳐 오면서 교육선진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문과형 공부보다 이과형 공부의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다. 즉 ‘국영수’가 아니라 ‘국영수과’가 주요교과를 차지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제안하면,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은 놀이나 활동 위주로 기초 공부를 하되, 각각 담임연임제를 통해 학습도구가 되는 언어와 수를 잘 터득하도록 깨우쳐주어야할 것이다.

이후 초등 고학년과 중학교에서는 기본적인 교과(국어, 수학, 과학, 기술, 영어, 사회, 예술, 체육)의 핵심 개념과 원리를 통합적으로 생활을 겨냥해서(education for life) 가르치도록 교육과정기준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중학교는 교과중심의 준고교(junior high school)보다 사춘기 학생의 정체성 확립을 돕는 중학교다운(middle school) 교육과정을 만들어 주고 중학교육을 제대로 전공한 교사들이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고교의 경우 진학계 고교는 대학전공에 대비한 바탕학습에, 직업계 고교는 사회의 직업직무 수행의 바탕이 되는 진로별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지도록 교육과정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 한 학기 단위로 분절된 수많은 과목을 피상적으로 배우도록 만들어둔 교육과정으로는 진로별 교육이 결코 될 수 없다. 고교 교육과정은 과목, 교과, 과정, 계열을 모두 진로에 따라 만들 때 효과적이다.

진학계 고교 교육과정은 문이과 양분이나 국영수 편중의 획일성에서 벗어나 각자 진로에 맞는 공부를 하여, 360도 방향으로 각인의 강점과 장점을 살리도록 설계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고교부터는 현재처럼 평준화라는 미명 아래 획일화되어 불필요하게 남과 비교 경쟁하는 공부를 그만 두게 하고, 자기만의 남다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진로별 교육과정기준을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학생의 발달과 성장에 맞추어 유아, 초저, 초고, 중, 고교의 각 3년의 학제를 이어주고, 학년군과 교과를 넘나들이 하는 교사를 양성해 수급하며, 교육과정기준을 기초 탄탄형-기본 튼튼형-진로 든든형으로 적절하게 만들어둘 때, 우리나라 공교육은 학생수 급감과 학교 통폐합 등의 위기를 이겨낼 힘을 갖게 되고 질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의 기본제도가 서로 삐걱거리지 않도록 법부터 개정하고, 교육과정기준을 연차별·순차별로 제대로 개정해보자.

참고문헌 : 임유나(2014), 국가교육과정기준 총론의 형식과 내용 연구, 박사학위논문, 고려대학교 대학원.

홍후조(2010), 국가교육과정기준의 연구 개발에서 학습자 집단의 요구분석을 위한 영역과 항목 설정 연구, 교육과정연구 28(2), 47-70.


◆ 글 싣는 순서

Ⅰ. 교육의 기본제도 1. 어긋남으로써 빚어진 문제들/ 2. 학제(학생수용)/ 3. 학교급 나누기/ 4. 교육과정 /5. 출생률 제고와 주택 문제/ 6.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

Ⅱ. 교원 양성과 운용 1. 전공 교육과정, 자격과 2중 전공/ 2. 교단교사 직급다층화/ 3. 교감발탁제, 교장 발탁제/ 4. 교육감 직선제, 중단위 교육행정기관

Ⅲ. 이공계 인력 양성 1. 수학, 과학, 기술공학 분야의 특징/ 2. 교원의 문이과 배분, 교대, 사대(사/과)/ 3. 첨단과학기술을 제 때에 가르치는 미래pilot학교/ 4. 수포자 구제문제/ 5. 국민기초학력과 충실화/ 6. 절대평가와 IB DP교사들의 시험 출제와 채점 능력

Ⅳ. 교과서 문제 1. 교과서가 필요없는 교과에서 예산 낭비/ 2. 판수를 거듭하는 교과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3. 성교육교재와 발달 추동/ 4. 한국판 탈무드 개발 보급

Ⅴ. 진학계 고교 문제 1. 자사고와 특목고(집값 폭등)/ 2. 평준화와 비평준화/ 3. 국영수 편중과 진로별 교육과정/ 4. 교육기회 제공에서 학교간 역할분담

Ⅵ. 온라인 수업 1. 온-오프간의 분리와 협력(교육과정 조정)/ 2. 온라인 교육전용기기 개발 보급/ 3. 온라인 수업에서 효과 제고(중위층 몰락 대책, 수업시간 조정)

Ⅶ. 국민형성교육 1. 헌법을 제대로 가르치기/ 2. 한국근현대사 재인식/ 3. 국제관계와 국제정세 알기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