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캡처)

[에듀인뉴스] 대한민국은 가히 사교육 공화국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2019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에서 사교육비로 지출한 금액은 21조 5000억 이었음을 교육통계는 밝히고 있다. 이토록 사교육이 성행하는 가운데 학원이든 가정 과외든 사교육과 관련된 허상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교육을 시켜야만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가? 돈이 많은 사람들은 과외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반면에 가난한 사람들은 그러하지 못하니 실력 향상이 힘들고 그 결과 ‘가난과 부가 세습된다’는 주장이 과연 맞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이는 극소수에게 일어난 사교육의 성과를 지나치게 부풀린 상술이며 교육과 지식이 무엇이고 실력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임을 밝히고자 한다. 

오늘날 학교는 정규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학원으로 달려가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어려서부터 학원으로 내몰린 아이들은 당연히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등교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다. 학교에서 면학실을 마련하여 자기주도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해도 거의 빠지기가 일쑤다. 

그 원인은 바로 학원 수강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면학실의 출석부는 불참을 지정하는 날이 고정되어 있다. 대개는 주 5일 중에 2~3번은 빠지게 된다. 그러나 사교육을 통한 지식은 본인의 대학입학 성공과 사회에서의 출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왜냐면 과외는 인간의 생각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시험을 좀 더 잘 보기 위한 기술을 배우는 것에만 국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 학습을 방해하며 시험 후에 곧바로 학습의 기억을 날려버리는 주입식 공부이며 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본인의 출세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다만 학부모는 그것을 모르고 조급해 할 뿐이다. 

유대인의 교육에 관한 사례는 우리의 부러움을 마구 흡입하기에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호흡자체를 가파르게 만든다. 이천 년을 이어온 유대인 교육법은 우리나라의 입시 위주의 교육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번번이 언급되지만 현실에서는 토양이 매우 다른 인재 육성법으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ebs 캡처)

유대인은 세계인구의 0.2%에 불과하고 또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숫자이지만 세계 노벨상 수상자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유대인 교육의 본질은 『탈무드』와 『토라』를 바탕으로 어려서부터 형성된 신앙 교육에 기반 한다. 

특히 유대인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대화와 토론식 ‘하브루타’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친다는 점이다. 성적이 행복 순이 된 우리의 입시 위주의 교육현실에 일침을 가하는 유대인 교육의 오래된 비밀은 그들이 채택한 교육방식에서 연유한다. 

탈무드에 “가난한 어린아이들에게 배워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속성을 살펴보자. 부자 아이는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싶을 때 부모에게 사달라고 조르면 되지만 가난한 아이는 돈이 없어 그 장난감을 대체할 다른 장난감을 찾는다. 그래서 가난한 아이들이 더 창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대인이 뛰어난 창의력으로 노벨상을 휩쓰는 것은 돈이 많고 과외를 많이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돈이 없고 보호해줄 나라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돈 자체는 세습이 될지 몰라도 돈이 없어 가난이 대물림 된다는 논리는 성립이 되지 않는다. 단지 패배주의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주장하는 허설일 뿐이다. 

지금의 대한민국 교육은 대학 입시에 모든 것이 맞춰진 시스템 안에서 교육이란 명목으로 학생에게 겁을 주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1994년 수능이 탄생한 이후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교육은 과거보다 좀 좋아졌을까? 이에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가 어렵다. 

수능 시험 이후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 세상에서 운명을 달리한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도 얼마나 우리 교육이 치열한 성적에 의한 경쟁교육인지를 증거하고 있다. 

오늘날 각종 매체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프로그램들이 등장하여 오히려 교묘하게 학생과 학부모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도우미를 자처하지만 사실은 불안감에 휩싸인 학생과 학부모를 두려움에 빠뜨리는 전략으로 공교육을 망가뜨리고 사교육을 부추기는 학부모의 등골 브레이커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학생, 학부모에게 문제 해결사를 자처하지만 이것은 단지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공포 마케팅 전략으로 학원과 입시 컨설팅 업체에 막대한 경제적 이윤을 가져다주는 고단수의 상술인 것이다. 

(사진=mbc 캡처)

실례를 들어 보자. 한때 파일럿 방송에서 아이 셋에게 총 34가지 학원 및 과외 수업을 시키는 모습으로 논란이 됐던 배우 임호 부부를 비롯, 초등학교 입학 전 선행 교육을 어디까지 해야 하나 고민하는 배우 김정화 부부, 도서벽지에 살며 입시 정보의 부족 때문에 힘들어하는 고2 학생과 그 부모 등 교육 솔루션 프로그램 <공부가 머니?>에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하고 있는 공부 및 교육 방식이 옳은지, 그리고 지금처럼 하다간 낙오하지 않을지 두려움에 시달린다. 

어린아이들에게 수많은 사교육을 시키는 임호 부부의 방식이 상식적으로 과하다고 인식하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김정화의 경우처럼, 선행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아이가 학교 가서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이웃 학부모의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도 어려운 일이다. 

공부의 목적이 내적 성취가 아닌 경쟁에서의 성과에 맞춰진 사회에서, 공부의 동기 역시 성취의 즐거움이 아닌 낙오에 대한 두려움에 잠식될 수밖에 없다. <공부가 머니?>는 개탄하듯 ‘대한민국 사교육비 19.5조 원’이라고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지만, 경쟁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은 끝이 없는 경쟁으로 이어질 뿐이다. 실제로 사교육 메카 서울 대치동에서의 선행 학습은 갈수록 진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교육방식이 맞는 건지 걱정하는 학생·학부모에게 교육비를 줄이고 학업 효율을 높여주겠다는 선의도 있지만 결국 제시하는 방법은 사교육 전문가들이 내놓는 솔루션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나아가 학생, 학부모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부추기는 공포마케팅 전략으로 치유보다는 ‘더 나은’ 사교육·컨설팅 받기를 권할 뿐이다. 한국의 입시 중심적 교육의 구조에 적극적으로 기생하는 프로그램임을 인식해야 한다. 

<공부가 머니?> 같은 프로그램은 결국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뒤틀린 사상의 주범이기도 하다. 공부를 강제하기 위해 겁박이 필요했던 게 아니라, 겁박하기 위해 공부를 시켰다는 것이다. 

즉, 공부만 보고 달리느라 시야가 좁아진 게 아니라, 앞으로만 달리도록 공부로 시야를 가렸다는 것이다. 

모두가 공부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결국 공부는 성공과 실패의 맥거핀 효과(Macguffin effect: 공포영화의 대가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 영화에서 처음으로 유래된 말로  작품의 줄거리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관객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묶어두는 구성상의 장치, 즉 일종의 속임수, 트릭, 미끼를 나타내는 말)를 드러낼 뿐이다. 

그러니 <공부가 머니?>라는 제목은 이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매커니즘의 맥락에서 더할 수 없이 가증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학부모의 과잉 관심이 아이 교육에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불안감을 자극하면서도, 그 과잉 관심의 근원인 입시 경쟁에서 승리하는 법을 조언함으로써 결국 사교육과 불안, 과잉 학습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닌 ‘더 나은’ 사교육과 컨설턴트로의 이행을 유발하는 각종 교육 솔루션 프로그램은 득보다 실이 큰 일종의 악의 축과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사교육은 진정한 교육이 될 수 없다. 한국적인 교육 풍토에서 기생하는 특이한 유형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다만 이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우리의 교육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만이 우선적인 해결책이다. 사교육 없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미래 시대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까?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