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털어놓는 고민에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하면 좋을까?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를 이끄는 대표이자 '그림책 한 권의 힘'의 저자인 이현아 교사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해주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 감정, 관계, 자존감 등 삶의 문제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의 숨을 쉬도록 숨구멍을 틔워준다. <에듀인 뉴스>는 <이현아의 그림책 상담소>를 통해 이현아 교사로부터 아이들과 마음이 통(通)하는 그림책을 추천받고 그림책으로 진행 가능한 수업 팁을 전한다.

[에듀인뉴스] “선생님, 저는 가슴이 뻥 뚫려버린 것 같아요.”

어느 날, 마음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다.

답답한 어느 날 핸드폰에 저장된 수백 개의 이름 중에서 전화할 만 한 이름 하나를 찾아내지 못할 때, 쌀쌀한 출근길에 무표정한 사람들 틈에 끼어서 아무런 재미도 감흥도 없이 아침을 맞이할 때.

그림책 '마음여행' 표지.(김유강 저, 오올, 2020)
그림책 '마음여행' 표지.(김유강 저, 오올, 2020)

그림책 <마음여행>의 주인공도 마음을 잃어버렸다. 특별한 날에 엄청난 일을 겪은 건 아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본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가슴이 간지럽더니 동그란 조각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얼른 마음조각을 주워서 뻥 뚫린 가슴에 끼워 넣으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이미 마음은 동그란 공처럼 데굴데굴 굴러가고 말았다.

그 날부터 주인공은 이른바 ‘3無증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마음을 잃어버린 여러분이라면 반드시 공감할만한 증상이다.


첫 번째 증상, 갖고 싶은 것이 없어져 버렸다.

두 번째 증상, 하고 싶은 것도 없어져 버렸다.

세 번째 증상, 되고 싶은 것도 없어져 버렸다.


그림책을 함께 읽은 아이와 어른 독자들이 이구동성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이다.

“이거 딱 제 이야기인데요?”

“지금 제가 이런 상태인 거 어떻게 아셨죠?”

이렇게 가슴이 뻥 뚫려버린 채 ‘3無증상’이 나타날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림책의 주인공은 한동안 어두운 방에 웅크린 채 누워있었다. 그러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어느 날, 등산 모자에 배낭까지 야무지게 메고서 이렇게 결심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마음을 찾을 거야!”

그때부터 주인공은 마음여행을 시작한다. 비를 쫄딱 맞기도 하고 타들어가는 햇볕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건 견딜 수 있었다.

가장 힘든 것은 바로 끝도 없이 밀려오는 외로움이었다. 더 이상 혼자서는 못하겠다고 포기하려 했을 때, 이윽고 마음언덕에 도착했다. 그곳에 주인을 잃은 마음조각들이 수 만개 넘게 모여서 하나의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과연 주인공은 마음을 찾았을까? 어렵지 않게 금방 찾았다. 내 마음이라는 게 신기하게도 나만 알 수 있는 묘한 끌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뿔싸! 뻥 뚫린 가슴에 마음조각을 끼워 넣었는데도 아귀가 딱 맞지 않고 헐거운 것이 아닌가! 그동안 마음이 말라서 쪼그라들어버린 걸까? 주인공은 덩그러니 비어버린 가슴을 붙잡고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마음이 쪼그라져 있잖아. 너무 늦게 왔나봐.”

그림책을 함께 읽던 독자들도 안타까운 마음에 함께 주저앉아 탄식하고 있을 때, 펑펑 울고 있는 주인공에게 이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게 슬퍼하지 않아도 돼. 마음이 작아진 게 아니니까. 네 마음자리가 커진 거야.”

마음이 쪼그라든 게 아니라 주인공의 마음자리가 커진 것이었다. 두려움을 지날 때 조금씩, 고단함을 지날 때 조금씩 마음자리가 점점 넓어지더니 이전에 잃어버린 마음조각을 끼워 넣고도 공간이 남을 만큼 커졌다. 새로운 씨앗을 심어도 될 만큼 넉넉한 공간이 생긴 것이다.

어느 날 문득 마음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면, ‘3無증상’에 시달리고 있는지 돌아보자.

잃어버린 마음조각을 찾아나서는 것도 좋지만 이번엔 간질간질 넓어져가는 내 마음자리에 새로운 씨앗을 심어주면 어떨까. 어쩌면 내 가슴은 새로운 씨앗을 품고 싶어서 일부러 마음조각을 떨어뜨려낸 것일지도 모른다.

누가 아는가. 보다 넓어진 마음자리에 새싹이 돋아나면 이전에 내가 몰랐던 신선한 것들을 하고 싶어지게 될지. 뜻밖에 되고 싶은 것을 찾아서 새로운 꿈을 품게 될지.

▶현아샘의 그림책 수업 tip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잃어버린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림책 질문입니다.

1. 어느 날 문득 마음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나요?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외로웠던 경험이 있다면 나눠봅니다.

2.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질 때 내 마음자리에 심을 수 있는 새로운 씨앗은 무엇이 있을까요? 신선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새싹을 찾아 이야기해봅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