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인생 100세 시대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죽어서도 학생의 신분을 떨쳐버릴 수 없다. 제사상에 오르는 지방(紙榜)엔 벼슬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아무개)은 “현고 학생부군 아무개 신위(顯考 學生府君 아무개 神位)”로 자신의 평생 직업인 학생 신분을 여전히 유지한다. 

이처럼 우리는 이미 운명적으로 평생학습의 대상자로 태어났다. 죽을 때까지 배움의 끝을 이루지 못하고 삶을 마무리하니 죽어서도 학생 신분을 소환당하는 것이다. 그러니 생전에 제대로 잘 배워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서 한국인은 과거나 지금이나 교육열이 남다른 것으로 세상에 정평이 난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잘 배우는 것일까? 배움에는 하나의 원리가 작동된다. 그것은 홀로 배움의 주체가 아니라 집단으로 학습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예컨대 유대인들의 하브루타 학습법이나 옛날 우리의 서당식 집단학습법처럼 말이다. 그래서 학습에서도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원리가 적용된다. 여기서 함께 가기 위해선 집단의 힘, 즉 집단지성(集團知性)이 필수적이다. 결국 교육에는 집단지성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집단지성은 하버드대 교수이자 곤충학자인 윌리엄 모턴 윌러(William Morton Wheeler)가 1910년 발간한 《Ants: Their Structure, Development, and Behavior》에서 개미의 사회적 행동을 관찰하면서 처음으로 설명을 했다. 

개미들이 집단을 이루어 협업을 했을 때, 공동체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효율적인 집단 관리를 시도할 때,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켜 큰 힘을 발휘하게 되며, 이를 집단의 힘, 다수의 능력, 즉 집단지성이라 불렀던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호주의 작가이자 TV 방송인인 Peter Russel(1984)은 개인보다 높은 사회의 지능과 정보통신을 활용한 지적 네크워크를 강조하기 위해 집단지성의 개념으로 ‘Global Brain’이라고 정의했다. 

이후 집단지성은 협업의 시대를 상징하는 용어로 고착되면서 결국 개인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공동의 목적 속에서 서로 개방하고 공유하며 주체적인 참여와 협력을 통해 창출되는 긍정적인 시너지를 의미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집단지성은 현실 속의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자. 2020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학교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 방역이 의무화된 가운데 ‘감염병 대책 위원회(코로나 대응 Task Force Team)’의 활동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엔 보건교사를 비롯해 예체능 담당부장, 학생부장, 교육과정부장, 1,2,3학년 학년부장, 교무부장, 교감, 교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갑작스럽게 상급기관의 지침이나 코로나19와 관련해서 갑작스럽게 학생 지도와 교육활동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 수시로 모여 의견을 나누고 협의를 한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 혼자 고독하게 결정하기보다 다수의 지혜를 모아 최선의 결단을 내림으로써 만족스런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그래서 구성원 모두는 불안과 우려를 불식하고 현장에서 구할 수 있는 최대의 결과로 인해 가뜩이나 우울하고 불안한 시국을 다소나마 안도감으로 대처하는 순간을 맞고 있다. 

이렇게 하여 학교 방역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고난의 가시밭길을 원만하게 대처해 오는지 모른다. 이것이 학교 집단지성의 한 가지 사례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충분히 빛을 발휘하고 있다. 

코로나19는 학교 교육에 요구한다. 변화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을 말이다. 하지만 가장 보수적인 집단 중의 하나가 학교라는 사실은 그동안 변화에 둔감했던 교육 현장의 사정을 변명하기에 최적이다. 

이는 교육의 특성상 과거의 역사나 지식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학교가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새로운 대응 전략을 끊임없이 구안해 내고 있다. 그래서 학교 교육을 혁신하는 기제(mechanism)로써 집단지성의 개념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학교 공동체의 교수학습 방법 및 교수설계의 원리를 더 없이 숙고할 때이다. 

이것이 최근엔 다양한 온라인 수업의 정착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혼자서 가면 빨리 갈 수 있을지 몰라도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당국이 함께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코로나 시대를 대응해 나가는 지혜로운 원리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코로나19로 인해서 학교 교육이 보다 변화하고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절박감이 필연적이다. 시급한 우리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집단지성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작동되어야 할까? 

‘We are smarter than me’라는 의식으로 집단지성의 개방⋅공유⋅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이는 역사적으로 20세기 소통의 철학자라 불리는 독일의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1929~ )가 주장한 공적 토론이 자유롭게 이루어짐으로써 ‘더 나은 논증의 힘’으로 참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보장된다고 본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나’와 ‘집단’ 간의 관계에 대한 해석과 의미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가 수행하는 것처럼 학교 교육의 혁신을 위해서도 학교 교육과 관련된 우리의 경험과 정보, 지식을 개방하고 공유하며, 참여할 수 있는 공론의 장(場)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학교는 ‘나’보다는 ‘우리’라는 개념적⋅방법론적 접근으로 모두를 위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세울 수 있다. 이는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여 코로나 방역에 실패한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유럽 국가들과 ‘개인’ 동선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서로의 불편을 감수하고 배려하는 아시아적 가치를 기반으로 방역을 실시한 한국을 비롯한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등과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실이 말해 주고 있다. 

특히 K-방역의 이름으로 한국이 취한 정책은 결국 공동체의 안전을 우선하는 실용적인 생각과 가치관의 전환이 필요함을 서방 국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뒤늦게 유럽의 일부 국가들도 이를 인정하고 우리를 따라서 정책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이것은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숙고할 문제다.

학교에서의 집단지성은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 사회는 지금보다 더 복잡하고 복합적인 역량을 요구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 교육은 개별적인 성향과 특성을 기반으로 학생의 잠재적 능력을 집단적 관점에서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해 조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은 학생에게 경험과 지식에 대한 개방과 공감, 공유 활동을 강조하고 자발적인 참여의 자세를 요구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학생은 학교에서 다루는 문제에 대해 개인적⋅사회적 의미를 찾게 되고 협력하여 모두에게 공유된 의미를 인식하게 됨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혁신을 위한 방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학교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집단지성의 작동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2차, 3차로 개인과 사회의 혁신이 뒤따르게 된다. 우리는 이를 대구⋅경북의 방역 사례를 통해 충분히 입증했다. 누군가가 시키지도 않은 자발적인 기부금을 운동 스타, 연예인, 기업인, 일반인이 함께 냈고 전국의 의사, 간호사들은 자원봉사를 나섰다. 

이렇게 우리는 개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봉사 공동체를 구성하고 모두가 어려움을 분담했던 것처럼 앞으로 학교 교육의 혁신에 대해서도 모든 교육공동체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와 참여로 똑같은 공감과 실천을 이루길 기대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와 타인이 소통하고 개방하고 공유하는 지성의 연대로 학교 교육은 혁신될 것이라 믿는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