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현장] "아프면 안 된다"...59학급 영양교사의 하루
[에듀인 현장] "아프면 안 된다"...59학급 영양교사의 하루
  • 조민정 파주 산내초 영양교사
  • 승인 2020.10.29 10:08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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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30분, 59학급, 1843명 그리고 11억원..."과대학교 행복 교육급식을 위해 나아갈 길"
조민정 파주 산내초등학교 영양교사
조민정 파주 산내초등학교 영양교사

[에듀인뉴스] 7시 30분, 59학급, 1843명 그리고 11억….

나의 출근시간, 우리학교 학급 수, 급식 인원 수 그리고 영양교사 혼자서 집행해야 하는 1년 예산규모다.

초등학생 1679명, 교직원 100명, 유치원 64명을 합쳐 총 1843명에게 매일 학교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급식실 좌석 수 760석, 매일 3회전의 급식이 진행된다.

우리 학교는 59학급이다. 43학급 이상의 큰 학교는 그 특성을 고려하여 교감 선생님도 2명, 보건교사도 2명이지만 영양교사는 1명뿐이다.

아침 7시 40분에 검수를 시작, 9시30분이 되서야 마무리 된다. 11시 30분에 유치원 급식시간 식생활 지도를 시작으로 3회전 급식이 마무리 되는 시간은 2시 30분이다.

매일 3시간씩 12명의 조리실무사들을 지도하며, 1843명의 급식을 진행하는 내내 마음속으로 ‘오늘도 무사히’를 간절히 기도하며 무척 긴장해있고, 매일매일 계속되는 업무로 인해 얻는 것은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로 인한 만성 방광염이다.

검수시간은 2배, 배식시간은 3배, 급식기기 사용 빈도 수도 다른 학교와 비교해보면 2~3배 이다 보니 고장이 잦다.

업무시간 8시간을 기준으로 수업이라도 있는 날이면 매일 해야 하는 급식관련 행정업무처리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야근을 해야 하고, 야근을 할 수 없는 날이면 퇴근 후 집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제대로 점심 먹을 시간이 거의 없다. 매일 1843명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최선의 영양급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나를 위한 점심시간은 5분 정도나 될까?

3시간 정도 전교생에게 급식 및 식생활 지도를 하기 위해 쓰러지지 않으려고 억지로 밀어 넣어 최소한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정도다.

조리실무사도 12명이나 되다 보니 조리실무사 인력 관련 업무도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 대체인력을 구하는 일은 영양교사의 중요업무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교육청 대체인력풀 명단을 보고 일일이 전화를 돌려 대체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나마 교육청 대체인력풀에서 일할 수 있는 분을 구하면 아주 행운이다. 하지만 대부분 인력풀에서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이 학교 저 학교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사람을 구해야 할 때가 많고, 한 명의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급식이 끝나고 조리실무사를 비롯하여 학교의 모든 교직원들이 퇴근을 하지만, 내가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날은 1년 중에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미지=온라인 커뮤니티)
(이미지=온라인 커뮤니티)

혼자서 11억에 가까운 예산을 계획하고, 품의하고, 발주하고, 검수하고 또 정산까지….

11억 정도면 웬만한 학교의 1년 예산일 것이다. 그리고 그 예산은 교직원 전체가 나누어 처리하지만, 급식에 대한 업무는 학교에 1명뿐인 영양교사가 혼자 다 처리해야 한다.

59학급의 영양교사는 나 혼자이기 때문에 한 학기 영양·식생활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벅찰 수 밖에 없다. 영양수업의 경우에도 특성상 실습과 연계한 수업이 많다 보니 수업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급식인원이 2000명 가까이 되다 보니 급식에 대한 민원, 알레르기 및 아토피, 장염 등으로 개인 영양상담 등 관리해야 하는 학생 및 학부모, 교직원도 많다.

2019년 기준 전교생의 5%인 87명에 대해서 식품알레르기 관리를 했다. 올해는 6.6%로 증가하였고 비염 학생까지 합하면 11%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식품알레르기 관리가 필요한 학생들 중에는 유아와 1~2학년 초등학생들이 많다. 보리쌀을 먹으면 두드러기 반응이 난다고 관리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식생활은 가정과 연계한 교육이 매우 필수적이고 중요하므로 식품 알레르기 학생과 학부모와의 상담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87명에 대해서 일일이 영양상담을 진행하고, 학교급식을 맞춤형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1명뿐인 영양교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46학급에서 근무하는 후배 영양교사가 “급식이 무사히 마무리 되는 것을 보고, 오후에 급식 행정업무를 시작, 매일 9시가 넘을 때까지 야근을 했다. 하루는 너무 졸려 잠깐 쉬려고 눈을 감았는데 일어나 보니 다음날 아침이 되어 있어 너무 무서웠다”고 나에게 하소연 했던 일이 생각난다.

30년차 교육경력의 나도 59학급을 혼자 감당하기가 어려운데, 저경력자 영양교사들은 정말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나는 학생들을 보면서 없던 힘을 내 급식 업무와 영양·식생활 교육을 진행한다.

영양·식생활 교육은 급식을 통한 식생활 교육, 아이들과 직접 만나 수업하는 영양수업, 영양상담을 통한 편식교정, 학부모 연수, 교직원 연수를 통해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하는 실천 교육이다. 영양교사에게 매우 중요한 업무일 뿐더러 조리실무사, 교직원, 학부모에게도 건강급식의 필요성을 교육하고 공감시켜야 한다.

59학급, 매일 1843명에게 급식을 제공하며 가슴 졸이며 생활하지만, 지금의 나의 희생으로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우리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다.

코로나19로 “아프면 쉬세요!”라고 하지만, 영양교사는 절대로 아프면 안 된다. 학교에 1명뿐인 영양교사가 아프면 학교급식의 공백을 채워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매일 2000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영양교사는 책임감과 의무감에 하루하루 가슴을 졸인다.

조민정 파주 산내초 영양교사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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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현 2020-11-24 21:06:01
매일 따뜻한 밥을 편하게 먹으면서 영양사님과 조리종사원분들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애쓰시고 계시는지 몰랐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급식실에서 여러가지 더 신경쓰실게 많으실텐데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일하시니 정말 든든합니다. 많이 힘드실텐데 여러분들의 노고를 걱정하고 감사해하는 많은 학생들이 있으니 더욱 힘내시길 바랍니다.

김상진 2020-11-04 18:39:10
영양교사 여러분. 고생하시죠 너무나 인정하고요. 실제로 제가모르는 부분에서 더 고생하시는 점들이 있다는것까지 이해합니다. 그런데 왜 여러분이 교사인가요? 학생들의 수업을 제대로 하나요? 상담을 하나요? 아이들 하교지도를 하나요? 일반 선생님들 업무를 분담하시기나 하나요1 학부모 민원처리를 하나요? 오해하지말고 잘들으세오 여러분이 고생을 안한다가 아닙니다. 고생 분명히 하고 계시죠. 그런데 여러분이 교사여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요. 학교에서 급식영역에서 일한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교사라면 조리하시는분들은 조리교사고 행정실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행정교사인가요? 같은 교사로서 대접을 받고 싶으면 교사들의 영역으로 들어오시고 일을 하세요. 그다음에 정당한 대우를 말씀하시길 바래요

학부모 2020-10-30 19:45:46
급식소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영양선생님들의 고충이 정말 많구나를 느꼈습니다. 저는 네식구 밥차리는것도 힘든데..매일 2000명 급식을 책임지고 있다니.. 영양선생님들 정말 힘드세요. 큰 회사 단체급식은 영양사가 2~3명은 되던데..혼자 2000명 급식운영은 살인적입니다.
영양선생님들도 학교에 2명씩은 있어야 한다고 봐요.
우리 딸 학교는 교실배식과 식당배식을 동시에 하는데..영양선생님이 홍길동도 아니고 대단하더군요. 에고 정말 고생하십니다. 힘내세요.

학교영양사 2020-10-30 10:28:56
저희 영양사들 그냥 먹고싶은거 넣는게 아니고요. 학교기준상 지켜야하는 영양량(칼로리,단백질,탄수화물,지방,칼슘)과 비율, 예산금액, 메뉴조화, 색감, 조리시간, 조리법중복, 식재중복 온갖걸 고민하고 구성한 다음 예산에 맞게 한번 더 조절하고 기호도 한번 더 살피고 그렇게 메뉴짜고요. 여러명의 입에 안맞을까 3명이상 수도없이 검식하고 계량조리하고 염도,온도 측정해서 제공하는거에요. 그냥 뚝딱 나오는게 아니라요. 심지어 식품을 그냥 구입하는게 아니라 한달 뒤 금액 예상해서 시장조사가 반영한걸로 입찰보고요. 직접 해보신 일이 아니면 어느일도 우습게 여기시면 안되는거 왜 모르실까요.

초임영양사 2020-10-30 10:23:08
코로나19로 중단된 급식이 시작하는 시기에 학교에서 처음 일하게된 초임영양사입니다. 신규프로그램에 아무것도 없는 레시피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급식을 준비했구요. 한끼니인 급식 준비하면서 왜 야근을 많이하냐는 성화에 코로나19로 변동되는동안 다시 작업하면서 틀어지는 품의와 단량을 맞추느라 일이 많다는 말한마디 못하고 초과근무수당 없이 야근을 밥먹듯이 했습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방문한 학부모모니터링에 다수의 기호에 온갖말씀을 들으며 반영하고 수정하는 저입니다만, 영양사한테 함부러 전년도 영양사가 더 맛있었네, 그 메뉴 그대로 쓰면 안되녜 이런 말도안되는 욕좀 당연하게 하시는게 무례하다는 건 좀 아시면 좋겠어요. 색감,중복,조리시간,조리방법,메뉴구성의조화,기호도,트렌드 온갖걸 고민해온게 참 기운빠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