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코로나19가 교육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를 꼽고자 한다면 온·오프라인 수업을 섞어 진행하는 이른바 ‘블렌디드 수업’의 확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수업 방식이 전면 온라인에서 일부 등교 등으로 변화하면서 이러한 수업 방식은 자연스럽게 교육현장에 녹아들게 되었지만 갑작스런 변화에 모두가 우왕좌왕이었다. 온라인 원격 수업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실제 수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에 역사의 발자국을 내어 간 교사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에듀인뉴스>는 <비상교육>과 함께 ‘블렌디드를 만나다’를 기획, 올해 현장에서 진행된 블렌디드 수업을 돌아보며 과목별 블렌디드 수업 방향과 함께 활용 가능한 수업 콘텐츠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돌아서 회상해보면 익숙하지 않음에 어려움을 느낀 것 같아요. 한 학기가 지나니 온라인 수업 차시를 선정하거나 자료를 만드는 것이 편해진 느낌이에요. 온오프라인 수업 연결에도 노하우가 생겼고요. 블렌디드 수업도 하나의 수업 형태일 뿐 너무 두려워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A 교사

“학생들도 새로운 기기 사용에 호기심을 갖고 익숙해져 정보화 사회라는 시대적 흐름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B 교사


(사진=에듀인뉴스 DB)

“쉽지 않은 도전과제다. 도전이다. 챙겨주어야 할 숙제다. 어려움이다.”


교사들은 특히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 연결성 고민, 학생 개개인 지도 어려움, 개개인 피드백 시간 축소, 저작권, 사이버폭력, 초상권, 출결 등 다양한 문제가 새로 나타났다”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고 어떻게 할지 몰라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수업 영상 제작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것과 함께 학생들의 수업 집중력 하락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나타났다.

지난 9월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가 실시한 ‘1학기 원격교육 경험인식 조사’에 따르면 중고생 32.61%는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흥미로운 수업 자료 제공’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20.43%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 기능 개선, 18.5%는 교사·친구와의 상호작용 확대를 요구했다.

같은 조사의 교사 응답자 중 79%는 원격수업으로 인해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하면서 주원인으로 학생 간 자기주도 학습능력 차이를 꼽았다. 블렌디드 러닝은 학생 개인의 자발성을 크게 요구하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자료=한국교육학술정보원)
(자료=한국교육학술정보원)

강점 많은 블렌디드 수업 “맘 놓고 활용할 수업 콘텐츠가 필요해요”


그럼에도 블렌디드 수업은 가진 장점이 뚜렷하다.

김현섭 수업디자인연구소장은 “학교 공간을 탈피해서 가정 등 다양한 공간에서 학습할 수 있고, 시간대도 학생이 선택하여 학습할 수 있으며 온라인상으로 원거리 학생들과의 협력학습도 가능하다”며 “특히 대학과목 선이수 과목제(AP)나 재수강, 보충 수업 등에 유용하고, 작은 학교·시골 학교의 보충 과정, 홈스쿨링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막상 수업을 구성하고 직접 실행하는 교사들은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했다. 바로 저작권, 초상권 문제와 특히 영상을 제작함에 있어 다양한 학습자료를 활용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저작권법 위반으로 항의를 받았다는 글들을 교사 커뮤니티에서 자주 목격하게 된다.

한 교사는 “온라인 수업 자료에는 학생들이 계속 접근할 수 있고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학생들이 자료를 무단으로 배포할 수 있는 가능성도 늘어났으며, 교사의 경우 자신이 만든 자료로 인해 저작권 문제가 걸릴 가능성도 늘어났다”고 저작권 관련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학부모들 중에는 화면 속 교사의 얼굴을 캡쳐하여 다른 학부모에게 전송하기도 해 초상권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히려 이런 돌발 이슈는 교사들이 시야와 생각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온라인 수업 툴에 대한 필요성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또 다른 교사는 “지금 활용하는 글씨체가 법적으로 저촉되지는 않는지, 이미지는 어느 범위까지 활용 가능한지 찾아보는 버릇이 생겼다”며 “오히려 저작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교과서는 블렌디드 수업의 가장 기초적 자료이자 참고자료 또는 표준이라고도 표현했다.

비상교육이 운영하는 비바샘에서는 온라인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담겨 있으며 특히 온라인 수업 사례집을 통해 교사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사진=비바샘 캡처)
비상교육이 운영하는 비바샘에서는 온라인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담겨 있으며 특히 온라인 수업 사례집을 통해 교사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사진=비바샘 캡처)

아쉬움이 있다면 활용 가능 수업 콘텐츠의 부족이었다.

온라인 수업 초기에는 수업 콘텐츠 제작에 관심 있고 재능 있는 교사들이 모여 플랫폼을 만들어 다른 교사들이 사용할 수 있게 공유해주는 등 혁신적인 수업 자료 품앗이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교과서 출판사들도 이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교과서 내의 콘텐츠가 풍부해지는 게 저작권 걱정 없이 교사가 온라인 수업 자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과서가 다양한 수업 예시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참고자료 중 하나의 역할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러면서도 “블렌디드 수업에 좋은 활동 중 하나는 과학 분야 가상 실험실 활동”이라며 “지겹다고 느끼는 우리 아이들이 애초 갖고 있는 인터넷 등 새로운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AR/VR을 활용하는 교과서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교과서 출판사에게 거는 현장의 기대가 크다는 것으로 그들이 해야 할 역할이 있음을 분명히 한다.

비상교육은 비바샘을 통해 AR 기술이 도입된 과학 가상실험실을 운용, 오프라인 실험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사진=비바샘 과학 가상실험실 캡처)
비상교육은 비바샘을 통해 AR 기술이 도입된 과학 가상실험실을 운용, 오프라인 실험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사진=비바샘 과학 가상실험실 캡처)

교과 기반 콘텐츠 디지털화, 교사 활용 플랫폼 개선...“비상교육이 더 교사 곁으로 가겠습니다”


교사들은 블렌디드 수업에서도 기준은 교과서라고 말한다.

한 교사는 “교과서가 하나의 가이드, 표준, 성취기준을 제시해주는 것 같다”며 “그 차시에서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학급 내용과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과서가 보충, 심화란을 더 풍부하게 제공하면 좋겠다”며 “다양한 학습활동을 학생들에게 제시하여 선택학습이 가능하도록 교과서가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표적 교과서 출판사인 비상교육 역시 교사들의 바람을 읽고 그에 맞춰 교과서를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교과서 콘텐츠의 디지털화에 집중한다고 말한다.

공아름 비상교육 교과서 기획 팀장은 “교사들은 각종 디지털 학습자료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특히 학생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핵심만을 담아낸 보충 개념 영상 등을 원하는 것으로 안다”며 “비상교과서는 교과 기반 콘텐츠 디지털화와 함께 온라인 수업 환경에 맞는 다양한 도구와 기능들의 접목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상 역시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맞게 자체 개발한 개념 영상 등을 탑재하여 저작권 문제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투자하고 있다며 설문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의 UI, UX의 편의성을 높이고, 교사들의 다양한 수업 활동을 정리하여 비바샘에 담아내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