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칼럼] 억압과 분출의 인과관계, 영화 '여고괴담'의 교훈
[전재학 칼럼] 억압과 분출의 인과관계, 영화 '여고괴담'의 교훈
  •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 승인 2020.10.31 08: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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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일찍이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은 직업적 가면인 페르소나(persona)가 너무 두텁다 보면, 가면 아래에 있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억압을 받게 되는데 이런 부분을 ‘인격의 그림자(personal shadow)’라고 했다. 우리의 본성은 남들에게 개의치 않고 함부로 행동하고 싶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싶으며, 남들의 작은 실수에도 화를 내고 보복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특히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고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는 페르소나가 강한 사람은 내면에 감추어진 감정이 고개를 들 때마다 그런 감정을 숨기고 싶어 하고 억압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억압이 되풀이 되면 ‘인격의 그림자’는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감당할 수 없는 어둠을 남들에게 투사해 버린다. 이것이 바로 희생양을 만들어 버리는 이유다. 

과거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과 비행, 잘못 등 자신들의 그림자를 두 가지 방법으로 모두 희생양에 투사했다. 하나는 종교 의식에 염소를 희생양으로 삼아 죽인 다음에 염소가 흘린 피로써 신전을 정화시켰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신들의 모든 잘못과 비행, 죄를 염소의 머리에 대고 고백의식을 통해 외쳤다. 그리곤 이 염소를 모든 죄를 떠안은 채 사막으로 돌려보내고 결국은 사막을 떠돌다 죽게 하였다. 이렇게 희생양을 신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사회를 치유하는 수단으로 삼아 자신들의 그림자를 벗어나고자 하였다. 고대 역사는 이런 희생양 의식을 통해 인간 내면의 악을 투사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희생양 의식이 사라지면서 희생양은 동물에서 사람으로 대체되었다. 어떤 개인이나 또는 소수 집단이 나머지 사람들의 죄를 덜어주고, 책임을 벗게 해주고,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단적인 사례로 15세기에서 시작되어 16~17세기에 걸쳐 유럽에서 유행하던 마녀사냥이 그렇다. 또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나 미국에서의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인 매카시즘 등으로 변질되어 지속되기도 했다. 이것이 최근에는 온라인 등에서 벌어지는 집단의 개인을 향한 무차별 인신공격으로 변질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억압된 감정이 인격의 그림자가 되어 눈덩이처럼 점점 커지면서 파괴적이고 폭력적으로 탈바꿈을 하게 된다. 공포영화가 바로 그것을 적나라하게 반영하여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공포영화를 두려움 때문에 피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두려운 대상을 정복하고자 하는 욕구와 맞물려 즐기기도 한다. 또한 공포영화는 현대사회의 답답함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하기도 한다.

이것은 인간은 뇌의 좌측이 지배적인 이성적인 사고만으로는 살 수 없으며 소외된 뇌의 우반구의 기능을 자극하여 일탈되고 환상적이며 논리에 부적합한 사고나 행동에 빠지기도 하는 이유다.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귀신을 통해서 사람들은 내면의 억압된 분노와 공격성의 그림자를 해소하는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영화 <여고괴담>은 청소년들의 집단적인 인격의 그림자가 등장하는 이야기다. 9년 전 여고를 졸업한 허은영은 교사가 되어 모교에 부임한다. 어느 날 아침에 학생들의 미움을 받던 3학년 3반 담임교사 ‘늙은 여우’가 목이 매달린 채 주검으로 발견된다. 

고3 때 은영의 담임이기도 했던 늙은 여우는 죽기 직전에 은영에게 전화를 걸어 “진주가 계속 학교를 다니고 있어”라는 이상한 말을 남긴다. 진주는 9년 전 담임의 차별과 또래들의 괴롭힘으로 미술실에 갇혀 목숨을 잃은 학생이다. 

영화에서는 항상 전교 1등을 하지만 미친개 선생에게 추행을 당하는 소영, 일찍 등교해서 공부만 하는 인간미 없는 만년 2등 정숙, 다른 아이들에게 자신의 감정마저 표현하지 못하는 소심한 재이, 공부보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지오라는 네 명의 여학생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은영은 우여곡절 끝에 귀신이 된 진주와 마주치고 진주가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까닭이 밝혀진다. 결국 진주가 과거에 늙은 여우에 의해 무당 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할 때 합세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선생이라는 직업을 진주는 그토록 싫어하기 때문이다. 

은영의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와 절친인 지오가 그만 돌아가라는 설득에 진주의 혼령은 그만 조용히 학교를 떠난다. 

주인공 은영이 모교에 교사로 부임한 것은 지난날 자신이 무기력하게 선생님의 협박에 굴복해서 친구를 따돌려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을 씻기 위한 무의식에서 비롯되었다. 그녀는 교사라는 역할을 통해서 과거 자신의 친구였던 진주처럼 교사에 의해서 학생이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을 막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진주에게 속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과거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자율학습과 성적으로 차별 대우를 받는 학생들, 성적으로 학생들을 분류하는 교사들, 그리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다수의 학생들의 모습은 과거 그대로였다. 

교사의 한마디에 친구가 적으로 바뀌고, 적으로 인식하도록 강요하는 경쟁논리가 지배하는 학교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정글일 뿐이다. 또한 아이들에게 폭언과 구타를 일삼고 성희롱하는 손버릇까지 지닌 교사도 건재하다. 

은영의 눈에 비친 학교는 부조리한 교사들이 건재한 모습이고 거기에서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기도 한다. 교실 벽에 부착된 신사임당의 초상화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사회가 요구하는 여학생에 대한 페르소나는 바로 신사임당의 현모양처이다. 여기엔 항상 윗사람에게 순종하고 얌전히 공부만 하라는 묵시적인 강요가 학생들을 억압해 왔던 것이다. 

과거 은영이 교사에게서 느낀 분노감은 여전히 자신이 교사가 돼서도 억압되어 있던 기억의 저편에서 다시금 소환당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교사들의 불의를 묵인하게 되는 과거의 상황과 다시 맞닥뜨리게 된다. 그래서 진주라는 귀신은 은영이 부임하고부터 더욱 잔인해지는 것이다. 사실 진주의 혼령은 은영이 부임하기 전까지는 조용히 학교만 다니고 있었다. 

진주의 혼령은 지금 치열한 경쟁과 억압 속에서 학교를 다니는 모든 청소년의 그림자라 할 수 있다.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을 견뎌야 하고 성적으로 차별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또 학교는 항상 학생들을 통제하고 훈육하며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가진 창의성과 개성은 통제되고 평준화된다. 이러한 아이들의 억압된 분노는 집단적인 그림자가 되어 여학교에 떠돌고 있는 귀신이야기로 둔갑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분신인 귀신을 통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권위를 부리는 자들에게 복수를 가할 수 있다. 

교사는 청소년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제도교육의 얼굴이다. 하지만 교사도 제도교육의 피해자가 된다. 교사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입시제도,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지나치게 간섭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우리사회의 학부모들로 인해 의욕을 잃고 각자 개개인의 뛰어난 수준을 발휘하지도 못한다. 

이제 우리 교육은 교실에서 떠도는 억압 받는 청소년인 ‘여학생 귀신’을 만드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매년 4만명이 넘게 학교 밖 아이들이 배출되고 있다. 그들은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돌고 있다. 그들의 정신을 맑고 건강하게 해줄 수는 없는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행복하게 배움을 즐기고 여유롭게 생각하면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제도적인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와 집에서 쫓겨나와 폭주족으로, 약물중독으로, 또는 청소년 매춘으로 자신의 무능함을 잊도록 만드는 국가적인 비극을 이제는 종식시켜야 한다. 이제는 영화의 교훈이 유령처럼 교육계를 배회하고 있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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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20-11-16 08:28:33
너무나 탁월한 분석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