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동반휴직으로 미국에서 1년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학교생활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커다란 쉼표 같은 시간이다. 숨 가쁘게 달리다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다. 쏟아지듯 부여되는 일들에 묻혀 살다보면 무엇 때문에 애 쓰고 있는지도 잊는다. 그래서 가끔은 한 발 떨어져 보는 것이 필요하다. 거리를 두고 보면 놓쳤던 것이 보이기도 하고, 다른 각도의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미국에서의 시간이 그런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교사는 가장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직업군이다. 학교로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이 더 선명하게 보일까? 한국 공교육 현장을 벗어나 타지에 서면,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직접 삶으로 미국 문화를 경험하며 ‘차이’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그 생각을 확장 시키는 과정을 공유하고 싶다.

[에듀인뉴스]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교육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공교육 교사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미국에 있다 보니 이곳에서는 공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학기엔 한국도 미국도 교육계는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우왕좌왕하며 혼란에 빠졌지만,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온라인교육에 적응해 가고 있는 추세다. 

처음 미국에 올 때만 해도 발도르프 학교를 비롯한 몇 개의 학교를 탐방할 계획이 있었지만, 이 역시 무산되면서 아쉬움이 컸다. 대신 다른 나라에서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주변의 지인들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지인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여전히 재택근무가 이어지다 보니 집에 모든 가족이 함께 머문다. 재택근무로 인해 회의가 더 잦아진 아버지는 쉴 틈이 없다. 

저학년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도우면서 집안일을 해야 하는 어머니는 그 어느 때 보다 바쁘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부모지만, 최근 나눈 대화에서는 교사인 내가 각성하게 되는 말씀을 해 주셨다.

갑작스러운 변화 속에서 혼란스러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수업을 할 때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은 취학 전 학교인 프리스쿨(preschool)에 와서 학습하기도 한다. 칸막이 속에서 헤드셋을 끼고 개인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수업을 받는다. 6살 아들도 현재 코로나도 몇 달간 문을 닫았던 프리스쿨을 다니고 있다.(사진=이다정 교사)

1학기 수업은 걸어놓은 링크가 깨지거나 의사전달이 안 되는 경우 같은 실수가 잦았고 한국보다 제대로 수업이 진행되지 못한 채 학기가 끝났지만, 지금은 꽤 탄탄하게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시스템적인 부분들이 보완이 되면서 담임교사는 학생들과 더 소통하며 원활하게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부모는 온라인이기에 그러한 교사의 열정을 옆에서 지켜보게 된다고 한다. (일종의 공개수업과도 같은 느낌이라고)

줌으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에선 성취도에 따라 속도 차이가 나는 학생들을 위해 교사가 수준차이를 계산하여 아이들에게 각각 다른 과제를 부여하고 있으며, 일일이 진행상황을 체크한다. 

온라인상으로 과제가 나가다보니 교사는 따로 시간을 내어 아이들이 끝마친 과제를 살펴보아야 해서 대면수업보다 절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어머니는 그런 교사의 열정이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셨다. 

물론 모든 교사들이 다 그렇지는 않기 때문에 열정적인 담임교사를 만난 것이 매우 다행이라고 한다. 다른 부모들은 학교 수업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경우도 꽤 많다고. 즉, 각 교사의 열정의 정도에 따라 수업의 질이 다른 상황이다.

최근 한국 포털 기사에서 교사가 일반 취업자보다 규정은 잘 지키지만 열정 부족하다는 내용을 보았다. 기사엔 어떤 맥락에서 나온 연구결과인지 자세히 언급되어 있지 않아서 ‘교사들의 열정부족’이라고 다소 자극적으로 읽히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과 같이 급격한 변화 속에서 어떻게든 길을 만들어 보려고 애쓰고 있는 동료교사들을 생각하니 힘이 빠졌다. 내 주변엔 이 전보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새로운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이 많아서인지 화가 나기도 했다. 

물론 모든 교사들의 열정이 똑같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직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정이 부족하다고 말 할 수는 있겠지만, 교사라는 개념으로 모두를 묶어 열정 없음으로 규정해 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고정시킴으로 수고하는 개별자들의 열정까지 상실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새로운 교육은 형성중이다. 타지에서, 그리고 학교 밖에서 한국교육을 바라보니 한국은 변화 속에 더 많이 불안해하고, 성급하게 평가를 내리려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교육뿐 아니라 모든 영역이 느린 경향이 있다. 관공서나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 한국인인 나로서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반면 꼼꼼하고 확실하게 일처리를 하는 것은 장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교육에서도 나타나는듯하다. 

한국보다 더 오랫동안 우왕좌왕이었던 1학기를 지나 조금 더디지만 차곡차곡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늘 그랬든 한국은 변화에 민감하고 모든 것이 신속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그 가운데 쉬이 평가되고, 제한된 인식으로 일부를 절대화 시켜버리는 경향이 있다. 조급함 때문에 교사들에게 남아 있는 작은 불씨와도 같은 열정이 무시된다면, 잠시 멈추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지인의 열정이 넘치는 담임교사는 두 아이를 양육하는 워킹맘이며, 자신 역시 자녀의 온라인 수업을 도와야 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녀들의 온라인 수업은 따로 돌보아 주는 사람을 둔다고. 그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역시 열정을 지닌 교사는 쉬운 상황에 있기 때문이 아닌 경우가 오히려 많다. 

<그릿>의 저자 안젤라 리 덕 워스는 열정은 강도가 아니라 지속성이라고 말한다. 분명 열정이 있었던 교사들인데 끈기를 잃고 낙담하며 열정을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열정을 지속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 기다려주지 않는 성급함은 쉽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고, 교사의 사기를 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열정은 자신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 열정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도록, 지속 될 수 있도록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교육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다. 진정한 교육은 최전선의 교육계 종사자 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모두의 의지와 노력이 함께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다정 교사
이다정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