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후조의 우리 교육 더 낫게 만들기] 3. 이공계 인력 양성①

[에듀인뉴스] 교육은 희망이고 꿈을 키우는 일이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온갖 교육 혁신안이 등장했음에도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학자, 기업인, 일반인, 실업자 등 각자 처지에 따라 교육문제를 보는 눈이 다르다. <에듀인뉴스>는 창간 5주년 기획으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만나 무엇을 주고받는가를 탐구하고, 국가의 거시적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의 미시적 교실 수업을 아울러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홍후조 교수(교육과정학자)의 입을 빌어 ▲교육 기본제도 ▲교원 양성과 운용 ▲이공계 인력 양성 ▲교과서 문제 ▲진학계 고교 문제 ▲온라인 수업 ▲국민형성교육 등 분야 별로 문제의식(배경), 현황과 문제점, 원인과 이유, 개선 방향(가치 추구), 구체적 방안, 후속지원책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계획이다.

(출처=https://cafe.naver.com/edu2580/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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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서양은 고대부터 사상과 학문을 체계화하면서 자연철학과 더불어 수학을 탐구해왔다.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플라톤의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없었다.

서양의 대부분 자연철학자는 수학자였다. 뉴턴, 라이프니츠, 데카르트, 아인슈타인, 비트겐슈타인 등등은 복잡한 세상을 수식으로 깔끔하게 나타내왔다. 그들은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이끌어냈고, 오늘날 지능정보화사회를 열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동양은 최고지식인들이 경전을 외우고 시문을 짓는 등 문과형 공부를 주로 하였다. 수학과 기술공학은 낮은 신분인 중인의 일이었고, 최고지식인은 수학을 도외시했다.

일본을 통해 근대서양학문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우리는 그간 ‘굶었던 수학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으로 수학을 문과식, 즉, 문제나 답을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학생도 있었다.

오늘날 세계 어느 나라든 학교공부에서 수학을 핵심과목으로 간주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수학은 ‘국영수, 언수외’로 늘 핵심과목으로 취급한다.

세상은 지능정보화시대로 내닫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학교에서는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수학을 포기하여 진로를 비이공계로 바꾸는 학생들도 적지 않아 개인과 나라의 장래에 먹구름이 끼는 상황이다.

국제학력비교평가에서 학생들의 수학점수는 높지만 수학에 대한 정의적 측면에서는 수학을 싫어하고 수학에 대한 흥미나 자신감은 거의 세계 꼴찌에 다다르고 있다.

덧셈과 뺄셈의 자릿값, 구구단, 나눗셈과 분수, 함수, 방정식, 삼각함수, 미적분 등 학년을 진급하면서 학생들은 수학의 끈을 놓고 있다.

우리가 겪어왔듯이 많은 학생은 수학 때문에 진로와 인생을 바꾸고, 수학 때문에 열등감, 불안감, 수치감, 자괴감, 부진아, 자기비하 등을 겪는다.

교육은 학생들의 잠재력을 개발하여 자신감, 자존감을 키워주기 위한 것인데, 수학교육에서는 정반대로 학습 포기, 자신감 하락 등의 부작용을 빚고 있으며 모종의 악역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는 보통 교육의 문제를 탐색할 때 교육목표, 교육과정(내용과 경험), 교수학습(수업) 교육평가(시험)에서 그 원인과 대안을 찾는다.

진단하건대 도달할 교육목표나 교육내용 측면에서 우리나라 학교 수학은 초등부터 너무 어렵다. 교육선진국들이 초중등학교 수학에서 다루지 않는 영역도 포함해서 다룬다.

일부 학생은 사교육 등을 통해 선행학습을 하여 수학 수업이 시시하고, 대다수 학생은 수학을 포기해서 잠자는 교실이 되어 버렸다. 학생들의 반응이 이러하니 수학 교사들은 수업 수준을 어디에 맞추어야 할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계산은 계산기나 컴퓨터가 더 잘하는데 수학은 여전히 계산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가 겪었듯이 수학수업은 개념 설명, 예제, 응용문제풀이가 되풀이된다. 일회성, 단발성, 직선적 수업 방식이다. 반복 확대 심화하는 그 흔한 나선형 교육과정이 아니다.

게다가 여러 반의 중간고사 기말고사 범위를 서로 맞추려면 교사들은 진도빼기식 수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알뜰히 살뜰히 살펴봐줄 여유가 없다. 그러니 학생들은 실생활 경험과 동떨어진 수학의 개념들, 왜 배워야 하는지, 배워서 어디다 쓸 것인지도 모르는 것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수학은 쉽고 어렵고의 문제라기보다 오히려 사회와 자연 현상을 선명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수식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보는 활동에 가깝다.

이공계나 경제학, 경영학 등에서는 이를 친숙하게 여기는데 인문, 예술, 체육 등에서는 멀리한다. 대다수 비이공계 학생들에게 수학은 시험치고 잊어버리는 대표적인 공부로 전락하였다.

또한 수학시험에서는 주어진 문제에 대해 정답을 빨리 맞히기(찾기)를 한다. 수능에서는 1등급을 가려내기 위한 아주 어려운 문제도 출제한다. 상대평가용 수학 시험이다.

수학을 가장 잘하는 학생들이 의대로 진학하지만 정작 의대에서는 수학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을 보면 선발과 경쟁용 수학교육으로 왜곡되었다.

반면에 공대 등에서는 일부 학생들은 수학의 기초가 부족하여 중도탈락하거나 대학 고학년 전공과목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한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발달사에서 보듯이 수학은 현대문명을 이해하는 통로이고, 이를 이끌어가는 첨병이다.


"수포자 막을 대안을 찾아보자"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우리나라 학생들이 일찌감치 수학을 포기하는 것을 국가적 위기로 생각하고 막아야 한다. 그 대안을 강구해보자.

첫째, 수학에 대한 열등감을 없애고 자긍심을 키워주는 수학 공부가 되도록 수학교육의 목표를 재설정한다.

수학은 논리적 사고력 함양, 문제해결력 증진 등 교과 고유의 목표에 더하여 학습자의 정의적 측면과 사회적 유용도, 기여도와 관련하여 수학교육의 목표를 별도로 설정해야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생활과 직업에 필요한 수학을 할 수 있으면 되고, 불필요하면 안 해도 되는, 안심하고 공부하는 수학교육풍토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가령 예체능계 학생들의 수학은 고교를 마칠 때까지 중학교 수학까지를 차근차근 공부하도록 하고, 수학으로 인한 일체의 부담이나 열등감을 없애주도록 한다.

둘째, 모든 국민이 상식으로 알아야 할, 모두가 안심해도 되는 수학의 범위와 수준을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상식 수준이라면 현재의 중학교 수학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신문방송에서는 연일 여론조사의 신뢰도(95±3%)를 말한다. 일반 국민들이 알아들어야 하는 수학수준은 거기까지다.

셋째, 수학은 계산과 문제풀이의 비중을 더 낮추고, 자연과 사회 현상에서 수학적 문제를 이끌어내는 문제발굴력, 문제구성력을 더 키워주어야 한다.

천천히 그리고 차근차근 일상적으로 수학적 문제와 사고를 즐기는 수학교육이 되도록 바꾸어준다.

넷째, 복잡한 계산과정은 계산기와 컴퓨터를 적극 활용하도록 한다.

수학교육에서는 계산보다 논리와 절차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기본개념을 확실히 이해시키며, 최종 정답보다 문제 구성의 시작과 진행 과정을 더 강조하고, 수학의 실생활과 학업 및 직업적 쓰임새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다섯째, 초등수학, 중학수학, 고교수학 중 부진아를 양산하는 단원은 발달 단계나 수준을 어긴 것이므로 상급학교나 학년으로 올려 보낸다.

특히 전공수학에 해당하는 것은 모두 대학으로 올려 보내서 거기서 4년 내내 공부하는데 쓰고, 또 사회에 나가서 일하는데 쓰도록 한다.

여섯째, 고교부터 진로별 수학 공부의 범위, 수준, 심도, 분량 등을 맞춤형으로 적정화한다.

수학을 가장 많이 쓰는 이공대, 수학을 적게 쓰는 보건의료 등의 자연과학대, 수학을 더 쓰는 경상대, 수학을 덜 쓰는 인문사회계, 예술계, 체육계 등으로 나누어, 대학 진학에 필요한 공부의 수준과 범위를 재조정한다.

수학의 학문적 구분이 아니라 진로별로 수학공부를 재구성해주어야 고교에서 수학공부는 살아날 것이다.

일곱째, 수능 시험의 종류, 수준, 비중(점수), 시험시간 등을 진로별로 다양화한다.

수능 등의 수학시험을 지금의 2가지에서 5가지 이상으로 더 늘린다. 예체용, 인문용, 수학을 덜 쓰는 직업계1 등은 중3이나 고1 수준 수학으로 시험 치르고, 그 비중도 현재의 100점에서 50점으로 대폭 낮춘다.

그러나 수학을 많이 쓰는 직업계2, 경상용, 이과용1(수학을 적게 쓰는 전공 대비), 이과용2(수학을 많이 쓰는 전공) 등으로 구분하여 치르도록 한다. 즉 최소한 5가지 이상으로 구분하여 수능 등을 치르도록 한다.


이공계 진학생이 많아야 나라의 미래가 밝다


과학혁명과 산업혁명 이후 양질의 일자리는 상당 부분 이공계에서 나온다. 우리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하면서 앞세대들이 ‘사농공상(士農工商)’중 ‘사’쪽으로 가도록 후세대를 가르쳤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공상’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 지능정보화사회로 나아가는 현재는 더욱 그러하다.

그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였기에 직업을 창출할 수 있는 이공계 공부, 수학을 기초로 한 기술과 공학을 익히지 못한 무기력한 대졸 실업자들만 늘려놓고 있다.

이공계에 진학하는 학생이 더 많아지도록 그 입구인 초중등학교 수학공부부터 획기적으로 뜯어고치자. 그러면 개인과 국가의 장래는 더 밝아질 것이다.

<참고문헌>

김성수, 이형빈(2019), 수포자의 시대: 왜 수포자를 포기하는가?, 살림터.

사교육걱정없는 세상(2015), 6개국 수학 교육과정 종합 비교 분석 및 한국 수학교육에 대한 제언, 국제비교컨퍼런스 자료집.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