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임시방편으로 끝날 것 같은 온라인 수업이 지속되면서 교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고 있을까? 교과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과제를 제출하게 할까? 교사들의 고민은 끝이 없다.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학습자들은 수동적이고 스스로 깊이 오래 과제에 집중하지 못한다. 또한 교사의 도움을 쉽게 받지 못하기 때문에 엉뚱한 과제를 하기도 한다. 교실에서는 교사,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고 배울 수 있지만 온라인 상황에서는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해내야하는 부담감이 크다.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수업을 하는 것이 어렵고 우왕좌왕했고 난리였다.”

“1학기 때 처음으로 온라인 과제와 수업을 할 때 미로처럼 복잡하고 어려웠다.”

“어떻게 하는 지 모르는 과제가 많았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게 실제로 등교수업을 하는 것보다 흥미가 떨어져 그냥 기분이 무뚝뚝했습니다.”

“처음에는 학교를 안간다 그래서 기뻐했다. 그런데 해가 지듯이 너무 어둡고 빛 하나에 의지해야 하는 밤 속에 빠진 느낌이다.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어서 집중력이 떨어져서 멍때리고 아무 생각 없이 숙제를 했다.”

-서울사대부설중 1학년 수업 중 일부

학습자의 고립감은 학습의 몰입을 저해하기 때문에 온라인 기반 학습에서는 실재감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져왔다. 대면 수업과 달리 온라인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학습 상황에 있음을 인식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들의 상호작용,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강의 내용을 전달만 받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스스로 의미를 구성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허성연 경기 충현중학교 수석교사
허성연 경기 충현중학교 수석교사

허성연 수석교사 "태양계 단원 마무리 비주얼씽킹을 통해 학생들의 존재를 만나다"


온라인 수업은 학교의 모든 행사를 정지시켰다.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의 모든 관계 자체가 정지된 느낌이었다. 5월이 지나도 우리 반 학생들이 누구인지, 어떤 표정을 짓는 학생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학생들을 만나도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태양계 진도를 나가면서 부분 일식 현상을 안내하고 집에서 관찰에 도전하는 미션이 있었다. 학생들은 미션을 수행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태양계 단원 마무리 시간에 비주얼씽킹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의 존재를 만나고 싶었다.

태양계 단원에서 배운 일식현상에서의 태양, 달, 지구의 일직선 공간배치를 학생들이 중요하게 인식되었다면 이러한 현상을 자신의 삶과 경험으로 연결해 볼 수 있다.

학생들은 태양, 달, 지구의 공간 배치만 제대로 구조화하면 어떤 밝은 경험(태양), 어떤 어둡거나 방해물 같은 경험(달), 그리고 인해 지금 어떠한 상황인지(지구에서의 관찰자)를 제한 없이 표현할 수 있다.

엄마가 동생에게 편애한 상황을 표현한 작품. 엄마(태양)-동생(달)-나(지구).(사진=허성연 수석교사)
엄마가 동생에게 편애한 상황을 표현한 작품. 엄마(태양)-동생(달)-나(지구).(사진=허성연 수석교사)

일식현상의 과학적 정보를 과거 또는 지금 마주하기 힘겨운 불쑥 불쑥 쌓여왔던 힘겨운 경험들과 여러 방식으로 조합하고 재조합하면 정보를 보는 방식이 재구성된다.

더욱이 만들어내는 조합의 수가 많을수록 일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떠올리기 어려웠던 새로운 배움의 조합이 나올 가능성은 커진다.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 격차가 우려되었지만 비주얼씽킹 활동을 하면서는 자신의 삶과 경험을 표현하면 되기 때문에 실력차이로 소외된 학생들은 없었다. 발표하고 성찰을 하면서 그 동안 고립감에 휩싸인 학생들이 서로 소통을 하였다.

수행평가로 힘든 상황을 표현한 작품. 나의 행복한 감정(태양)-수행평가(달)- 현재의 슬픈 나(지구).(사진=허성연 교사)
수행평가로 힘든 상황을 표현한 작품. 나의 행복한 감정(태양)-수행평가(달)- 현재의 슬픈 나(지구).(사진=허성연 수석교사)

발표 이후 진행한 성찰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일식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더 잘 이해할 수 있는가?

일식현상이 가능한 태양, 지구, 달의 위치관계를 바르게 표현하였는가?

전체 결과물에서 빠진 것은 무엇인가?

어떤 지점이 애매 모호한가?

일식현상 속 지구에 서 있는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태양의 아쉬움, 달로인한 속상 함, 그림자 속 나, 그 속에서 내게 남겨진 새로운 감사, 배움...)

이렇듯 과학수업 주제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객관화시켰다.

어둡거나 힘겨운 상황들을 극복했던 경험을 통해서 발견된 지혜들은 다른 친구들에게 도전과 용기의 배움으로 새롭게 자리할 것이다.

교사는 자신의 존재를 표현해 준 학생들의 용기 덕분에 그동안 온라인 수업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학생들과 깊은 신뢰를 느낄 수도 있었다.

비주얼씽킹 작품이 과학 개념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 것은 물론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소통할 수 있는 작은 창문이 되어 준 시간이었다.

전은경 경기 광명동초등학교 교사
전은경 경기 광명동초등학교 교사

전은경 교사 "Zoom에서 서로 배울 수 있도록 온라인 소통 방법을 가르치다"


초등학교 6학년 분수 나눗셈을 선행 학습한 학생들은 알고리즘대로 역수로 곱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이렇게 되면 분수에서 배워야 하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공식을 외워서만 풀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분수 나눗셈이 필요한 경우가 흔하지 않지만, 분수의 나눗셈은 초등학교에서 학습하는 소수의 나눗셈과 중학교 이후에 학습하는 유리수, 유리수의 계산, 문자와 식 등을 학습하는데 토대가 되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분수의 나눗셈은 분수의 곱셈만큼 간단한 알고리즘으로 해결된다. 그러나 그 알고리즘을 관계적으로 이해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수의 나눗셈의 의미와 분수의 개념, 그리고 자연수 나눗셈의 의미를 바탕으로 충분히 비형식적으로 계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면 수업이라면 역수로 곱하여 문제를 빨리 풀지 않도록 안내할 수 있지만 온라인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어떻게 문제를 푸는지 관찰하기가 어렵다.

또한 자칫 학습지 문제만 풀다보면 학습 격차가 커지고 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학생은 수학에 흥미를 잃어 버릴 수밖에 없다.

(사진=전은경 교사)

온라인 수업에서도 학생들이 차근 차근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또래 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기를 수 있을까?

그래서 Zoom을 활용한 실시간 수업으로 진행하였고 나눗셈을 그림을 그려서 해결하도록 수업을 설계 했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가 있지만 Zoom의 화면 공유 기능만 잘 활용해서 어려운 다른 도구를 가져올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Zoom을 활용한 실시간 수업으로 진행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수학 공책을 사진으로 찍어서 화면 공유하는 방법, 화면 공유 기능 사용 방법, 주석 기능 사용 방법을 안내했다.

이렇게 공유 방법만 학생들이 알아도 교사-학생, 학생-학생들끼리 시각적으로 소통하며 상호작용하는 수업이 가능하였다.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니 분수 나눗셈을 알고리즘으로만 해결하는 학생도 나중에는 시각적 표현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왜 역수로 곱하는 상황이 되는지 시각적 표현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교사가 걱정한 것보다 Zoom 수업의 참여를 즐거워했고, 무엇인가 다른 기능을 배운다는 마음이 들었는지 뿌듯하게 생각했다. 교사의 염려보다 소그룹에서도 의사소통하고, 어려울 때는 교사에게 도움 요청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호민애 서울사대부설중학교 교사
호민애 서울사대부설중학교 교사

호민애 교사 "패들렛과 구글 스프레시트로 학습 과정을 시각화해 보여주다"


온라인 수업에서 비주얼씽킹 활동이 어려운 것은 학생들이 비주얼씽킹이 나오기까지의 사고 과정을 혼자 해야한다는 점이다.

과제를 빨리 끝내고 자유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학생들은 구글 클래스룸에 만들어 놓은 학습 단계를 뛰어넘고 결과만 제출하기도 하였다.

1단계, 2단계, 3단계를 열심히 구글 클래스룸 게시판으로 만들어 놓았지만 학생들은 자세히 보지 않았고 어느 단계 과제가 빠졌는지 스스로 파악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학습자가 서로 소통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실에서는 친구의 작품을 보면서 혹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아이디어가 추가된다. 혼자 하기 어려워도 친구들이 다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고 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에서는 혼자 모든 것을 해내야 하니 과제가 조금만 복잡해져도 포기하고 제출을 하지 않기도 한다.

비주얼씽킹 과제를 제출을 높이기 위해서는 1. 학습의 과정을 학생이 점검하게 하기 2. 학습의 과정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은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3. 다른 학습자와 소통하며 함께 배우기가 해결되어야 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패들렛과 구글 스프레시트이다.

셸프 기능을 활용한 비주얼씽킹 수업. 학습의 과정이 게시판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습의 과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사진=호민애 교사)

셸프 기능을 활용한 비주얼씽킹 수업. 학습의 과정이 게시판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습의 과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사진=호민애 교사)

패들렛은 학생들이 사진, 동영상을 쉽게 올릴 수 있다. 댓글 기능과 반응 기능이 있어서 서로의 작품을 보고 상호작용을 할 수도 있다.

Zoom을 활용한 실시간 수업이 가능하다면 화면 공유 기능을 통해 지금 누가 어떻게 제출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어 고립된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도 실재감을 느끼게 해 준다.

또한 셸프 기능과 타임 라인 기능은 수업 흐름 및 학습의 과정을 보여줄 수 있어서 학습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패들렛의 내보내기 기능을 활용하면 과제 미제출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패들렛 – 공유 – 내보내기 – 구글 스프레시트를 활용하면 된다. 그러면 제출자 명단, 제출한 내용, 시간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름을 정렬하면 제출자와 미제출자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한 파일은 구글 스프레시트 활동 기록장 새로운 탭에 저장해 두어 학생들이 찾아 볼 수 있도록 한다.

패들렛에서 내보내기 기능으로 파악한 활동 내용을 활동 기록장 구글 스프레시트에 공유한다. 이렇게 하면 수업 단계 중 자신이 제출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파악하여 제출할 수 있다. 중간 평가에서 만점을 받지 못한 이유는 패들렛 댓글에 평가 내용을 기록해 두고 수정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수정을 하도록 한다. 정해진 기한 내에도 제출을 많이 하지 않은 학생은 개별 지도를 한다.(사진=호민애 교사)
패들렛에서 내보내기 기능으로 파악한 활동 내용을 활동 기록장 구글 스프레시트에 공유한다. 이렇게 하면 수업 단계 중 자신이 제출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파악하여 제출할 수 있다. 중간 평가에서 만점을 받지 못한 이유는 패들렛 댓글에 평가 내용을 기록해 두고 수정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수정을 하도록 한다. 정해진 기한 내에도 제출을 많이 하지 않은 학생은 개별 지도를 한다.(사진=호민애 교사)

학생들 중에는 자신이 어떤 과제를 제출했는지 제출 안 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자신의 학습 과정을 시각화해서 보여주고 구글 스프레시트로 자신의 수업 과정을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면 수업에 참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구글 스프레시트로 수업 활동 기록장을 만드는 법은 쉽다. 다만 학생들이 자신의 수업 내용을 기재하는 습관이 형성되도록 안내하는 과정이 더 길게 걸린다.

수업 이후 자신이 받은 칭찬이나 열심히 한 활동 내용을 적게 하도록 안내하고 다음 수업 때 어느 정도 기재했는지 확인을 한다. 만약 실시간 수업이 아니라면 교사의 댓글로 적은 피드백도 포함해서 적게 하고 대면 수업 때 확인하면 된다.

구글 스프레시트를 활용한 활동 기록장 : 세로에는 학번 이름, 가로에는 수업 날짜를 적는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문서를 공유하고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수업 중 받은 칭찬, 자신이 활동한 것을 기록하게 한다.  수업 참여 태도를 적는 탭, 비주얼씽킹 수업 활동 결과를 보여주는 패들렛 내보내기 파일, 패들렛 내보내기 파일을 통해 정리한 중간 평가 파일 탭을 따로 구성해 두었다.(사진=호민애 교사)
구글 스프레시트를 활용한 활동 기록장 : 세로에는 학번 이름, 가로에는 수업 날짜를 적는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문서를 공유하고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수업 중 받은 칭찬, 자신이 활동한 것을 기록하게 한다. 수업 참여 태도를 적는 탭, 비주얼씽킹 수업 활동 결과를 보여주는 패들렛 내보내기 파일, 패들렛 내보내기 파일을 통해 정리한 중간 평가 파일 탭을 따로 구성해 두었다.(사진=호민애 교사)

온라인 수업은 모든 교사를 초임 교사로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대면 수업에서 가지고 있던 수업의 방법을 온라인으로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모두 시행착오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학생들은 더 어렵고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을 수 있다.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다고 해서 의미 있는 온라인 수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도구를 내려놓고 학생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을 때 실마리가 더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온라인 수업이든, 대면 수업이든 함께 소통하고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는 실재감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