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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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얼마 전, A 고등학교 교사 B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 학생부장을 맡고 있는 B는 교사가 학생들 얼굴을 제대로 모르다 보니 생활 교육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했다. 모여서 흡연하는 학생들을 발견해 불러도, 그냥 도망가 버린다고 한다. 정확한 얼굴을 모르니 차후에 찾는다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렇게 된 이유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두 가지 이유다.

첫째는 학교에 학생이 없었던 시간이 길었고, 둘째는 학교에 오는 기간조차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가 일상화하면서 이제는 학생의 맨 얼굴보다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이 익숙하다. 가끔 마스크를 벗으면 낯선 얼굴이 등장해 깜짝 놀란다. 제대로 된 얼굴이 익숙하지 않으니, 이름이 외워지지 않는다.

B는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얘기했다. 올해는 고3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었지만, 내년에는 학교의 절반 이상이 모르는 얼굴이 될 거라고 걱정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중학교 4학년 같다고도 했다. 모르긴 몰라도 중학교 1학년 교사들도 마찬가지 기분을 느낄 것 같다.

천재교육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생들끼리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초·중학생 45.4%가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을 아직 못 외웠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들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지만 반대로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교사의 맨 얼굴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몇이나 될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얼굴을 기억하고 이름을 부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누가 그의 이름을 불러줘야 꽃이 될 것인데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고 이름과 연결이 되지 않으니 꽃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 11월인데 여전히 이름을 못 외운 친구는 부르기 괜히 머쓱하다.

모든 교육은 만남에서 시작된다. 사실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학생들이 등교할 때나 교실에서 마스크를 차고 있는 것을 불편하게 보는 시선들이 있었다. 학생들이 화장 안 한 민낯을 가리려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습 때문이기도 했고, 학생들의 얼굴을 익히는데 불편함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이제는 오히려 모든 학생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지도하는 모습이 낯설지가 않아졌다. 마스크가 모두의 얼굴이 되고 나니, 마스크 관련 액세서리들도 생겨난다. 안경 줄만 있는 줄 알았더니 마스크걸이도 있고, 마스크에 색깔이나 무늬가 들어가는 것도 있다. 역시 개성표현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인건가 싶다.

B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나라면 어땠을지 생각을 해봤다.

학생들을 외우기 위한 어떤 이벤트를 생각해본다. 만일 내년에도 지금과 같다면, 학기 초에 학생 자기소개 영상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껏 마스크를 벗고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보도록 해보자. 혹은 Before&After 사진처럼 마스크 착용 전/후를 담은 사진을 학생 사진첩으로 만들어보자.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기억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올해는 온라인 수업이 먼저 진행되고 등교 수업이 이후에 진행되면서 개학하고도 진도를 빼랴, 거리를 두랴, 구성원간 친교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내년에는 비접촉 친목 활동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새 학기 첫 수업이 그만큼 중요해질 것이다.

마스크를 쓴 학생 자체에 익숙해지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실루엣만으로 사람 맞추기 퀴즈를 구성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사진에서 눈 부분만 찍어서 눈매만 보고 사람 맞추기 퀴즈도 재미있을 것 같다.

생활 교육이 어려워졌다고 B가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활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공동체 속에서 잘 살기 위한 규칙준수와 자기 통제력 교육이 아닌가? 우리 학생들은 지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가장 큰 훈련을 실전으로 경험하고 있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