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학생들이 느끼는 공포는 아무리 1~2점의 작은 점수 차이라도 이것으로 인해 등급 문을 여닫느냐가 결정되고 등급으로 인해 지원할 수 있는 대학교가 달라지고, 그렇게 어느 대학교에 가는지에 내 남은 인생이 걸려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2004년 교육부가 상대평가 9등급제의 도입을 선언한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을 발표하였을 때, 내신을 부풀리는 것이 골칫거리였다.

‘내신’성적은 흔히 학교생활기록부에 표기되는 성적을 지칭하는 말로, 초기 내신은 절대평가라는 제도가 적용되었었는데, 시험문제를 최대한 쉽게 출제하고 예상 문제를 찍어주는 등의 방법을 통해 한 학급의 70~80%가 ‘평어제(수우미양가로 구분되는 학점 제도)’에 따라 ‘수’를 받는 사례가 속출하기 시작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학교생활기록부의 무너진 신뢰도를 다시 형성하기 위해 상대평가를 도입했지만, 현재 상대평가 9등급 제도로 인해 학생들은 너무나 과열된 경쟁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고 대학 입시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내신 부풀리기’ 사건만 놓고 보았을 때 처음엔 자연스럽게 “아, 절대평가가 이런 문제가 있었구나. 상대평가로 가는 것이 더 공정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문제의 근원은 ‘절대평가’가 아니었다. 

정해진 틀 안에서 양자택일하는 정도의 선택권을 주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고교 교육과정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스스로 시간표를 세울 수 있으며 내신 점수를 이루는 크고 작은 시험, 과제, 퀴즈, 에세이 등은 모두 절대평가이고, 같은 과목이라 하더라도 교사에 따라 내용에 있어서 차이가 있고, 시험문제나 난이도가 다른 것이 일반적이다. 

대학 입시를 100% 내신으로만 평가하는 캐나다 같은 경우에도 모두 절대평가로 이루어져 있고, 각자 선택하는 과목들이 다 다르므로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독일 역시 절대평가로 내신이 결정되며 지필 평가는 풀이과정 전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서술 및 논술형, 그리고 구두평가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 어느 정도 한국 시험, 교육의 문제점이 보일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수시를 얼마나 반영하고 정시를 얼마나 반영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수시를 구성하는 것들, 정시, 즉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형태 등 더욱 근본적인 것에 집중해야 한다.

왜 우리나라는 절대평가로 전환 시에 내신 부풀리기와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학생들을 평가하는 방법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획일적이며 교육 분야에서까지 높은 효율을 추구하다 보니 정작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지 못하고,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며, 배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사회에 정해놓은, 교육부가 정해놓은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공정성이라고 애써 포장한 터무니없는 이 평가 방식을 이젠 그만 내려놓고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활동하며 자기 자신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타인과의 비교와 경쟁을 통해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교육과 평가제도가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으로 모두에게 공정한 시험이다.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