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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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프랜시스 젠슨의 책 <10대의 뇌>는 10대들의 뇌가 성인의 뇌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다. 흔히 청소년에 대한 세대 분석이나 청소년의 감정에 대한 연수들은 제법 들었지만 뇌 자체가 다르다고 말하는 책은 처음이었다.

이 책에서는 ‘부족한 수면 습관’이 뇌에 미치는 영향 역시 분석되어있다. 잠이 모자란 경우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은 9시간 15분 정도의 수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설문 조사 연구에 따르면 한국 고등학생 평균은 5시간 27분이다.

그렇다면 이 3시간 48분의 차이는 어떻게 메우는 것일까?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정자용 교수팀이 2014~2017년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 참여한 중·고생 26만7907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다.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전체 15.1%가 주3회 이상 에너지 음료를 섭취한다고 한다. 고3은 무려 24.2%가 주 3회 이상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인 대학생의 에너지 음료 주 3회 이상 섭취 비율이 0.4∼6.0%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일주일이 7일이니 주3회 이상이라고 하면, 학생들은 적어도 이틀에 한번 꼴로 에너지 음료를 섭취하는 셈이다.

힙합 가수 다이나믹 듀오는 노래 <고백>에서 “하루를 밤을 새면 이틀은 죽어, 이틀을 밤 새면 나는 반 죽어”라는 가사를 썼다. 청소년들은 계속해서 반쯤 죽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에너지 음료를 먹는 것의 부작용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카페인 1일 섭취 권장량은 성인 400mg, 임산부 300mg, 어린이는 체중 1kg당 2.5mg 이하다. 따라서 몸무게 50kg의 청소년 1일 섭취 권장량은 125mg 이하인데, 에너지 음료에 포함된 카페인 함량은 1회 제공량당 30∼200mg 정도다. 에너지 음료 1캔만 마셔도 권장량을 초과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수면을 가장 줄이고 있는 집단은 아마 고3 수험생일 것이다. 이들에게 지금은 극도로 불안한 시기다. 학창 시절의 마지막 점을 찍는 이 시기에 불안을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이 과도해지는 경우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 적당한 정도의 불안과 긴장은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동기를 강화시키고 집중력을 향상시키기도 하지만, 불안의 정도가 심해지면 주의력이 저하되어 사소한 실수를 하게 되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게 어려워져 쉽게 산만해질 수 있다.

이러한 불안을 증폭시키거나 감소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잠’이다.

잠을 자야 장기기억력이 형성된다는 것은 너무 많이 나온 얘기라 다시 이야기하기도 지겨울 정도다. 부족한 수면은 인지적으로 학습 능력 장애, 창조성 저해, 문제해결력 저하, 건망증 심화 등을 낳는다고 한다. 모두 수험생이 피해야 할 일들이다.

수험생이 지금 시기부터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은 한 글자, 한 단어를 더 넣는 입력(input)이 아니라 들어가 있는 한 글자, 한 단어를 잘 빼는 산출(output)이다. 그리고 이 산출은 충분한 수면이 도움을 줄 수 있다.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생활, 교우관계, 학업성적, 가족관계 등 많은 부분에서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느낀다. 얼굴에 근심을 가득 달고 다니는 친구들이 눈에 보인다.

상담도 하고 조언도 하고 습관 관리도 해보고 여러 가지를 해봐도 변하지 않던 학생이 어느 날, 갑자기 밝아진 모습으로 변한 학생들에게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학생도 쉽게 답을 찾지 못한다.

이유를 찾아보려고 대화를 계속 시도하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적인 이유를 겨우 찾아낼 수 있다.

바로 잠이다.

우울한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원인을 증폭시키는 것은 수면 부족이다. 반면에 충분한 수면은 학생들이 자신에게 오는 여러 부정적 감정을 물리칠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무기가 된다.

수험생도, 그 외 다른 청소년들도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했으면 한다. 잠이 보약이라고 했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