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교사는 교육 전문가로 교육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배웠지만 그 누구도 교육이 무엇인지 알려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교육이라는 절대반지를 찾기 위해 뜻이 맞는 동료들을 모아 교육원정대를 결성해 모험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박석희 선생님과 함께 떠나보실까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교사는 교육의 전문가라고 한다. 사실 그랬으면 하는 희망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현장에서의 교사는 전문가로서의 정체성보다는 공무원으로서의 정체성이 더 크다. 배타적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로서의 권위를 존중받으며 남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고급 기술로 처리하기보다는 공적 기관으로서 존재하는 학교의 정해진 일정이 큰 문제없이 진행되도록 하는데 방점이 주어진다. 

눈에 띄지 말고 남들이 문제 삼을 만한 일들을 하지 말라는 방어적인 처세만이 권장되며 때론 강요된다. 

학교 현장에서 사고가 터지면 모든 불행과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들의 원인이 학교 교사들이라는 듯 뉴스에 호명되지만, 교육 문제에 관한 대책과 개혁에는 전문가로서의 목소리가 보장되는 일은 거의 없다. 

외부로부터 근거를 딱히 알 수 없는 유행에 따를 것을 요구받고 그에 맞게 1년 교육 활동 전반적인 것들을 계획하고 수행해야 할 때도 있다. 그에 따르지 않으면 게으른 교사가 된다. 

타율적인 인정 욕구에 부응해 열심히 ‘교육 유행’에 따라 자신의 모든 교육과정을 구성해 운영했으나 문제가 생기면 그러한 유행을 만들고 조장한 사람들이 아니라 교사가 다시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다. 

사건·사고의 원인이나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기만 하고 문제 해결의 주체로는 존중받지 못하기 때문에 내적으론 위축되고 외적으론 편한 공격 대상이 된다. 

교사가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곳은 취업과 경제활동이 어려운 때에 공무원으로서의 안정적 보호망을 제공하는 외적인 신분 보장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교사는 교육의 전문가여야 한다. 교사의 전문가론(論)은 단순히 교사가 전문가냐 노동자냐를 따질 때만 소환되어서는 안 되는 문제다. 

전문가는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가 될 수 있고, 또한 노동자 역시 사용자로부터 임금을 받아 고용 관계를 맺는 존재임과 동시에 전문 기술을 가진 고급 전문가일 수 있다. 전문가와 노동자가 서로 충돌하지 않는 다른 범주의 용어임을 지적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교사의 전문성 문제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 

교사가 교육의 전문가여야 하는 이유는 어찌 됐든 학교가 학생에게 있어 발달과 사회화를 맡는 기관이고, 학생들과 함께 하는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결국 교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은 학교와 교육 제도를 매개하면서 수많은 교사를 만나 어른이 된다. 교사가 전문가이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한 국가가 미래 세대가 성숙한 시민으로 자랄 수 있게 충분히 교육받을 권리를 내팽개치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미성숙하지만 충분히 좋은 어른으로 자랄 수 있는 학생들의 가장 곁에 있는 어른으로서 그들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싶지 않은 교육자 개인의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를 정의하는 일이란 참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교육에 대해서 완전히 객관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 의료와 법률, 구조·구난 서비스, 전쟁과는 다르게 교육은 몇 개의 과업으로 요약될 수 없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다. 

이제 학생들은 더 이상 배움에 목마르지 않고 오히려 포화된 교육 서비스의 틈바구니에서 신음하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훌륭한 수업 기술을 가지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교육의 전문가는 단순히 수업 기술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이란 학생들이 현재 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르고 적절한 것인지를 이끌어주는 생활지도를 포함함과 동시에 미래에는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학생들은 그러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포함하는 가치 판단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 전문가라는 말은 객관적 지식과 기술의 영역을 기본 전제로 하면서 학생들과 학생들이 살아야 하는 배경이 되는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능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는 수업과 학교 교육과정 운영은 물론, 보다 넓은 차원에서 학생들의 미래와 생활을 좌우하는 교육의 정책에도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하며 그를 위한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정책과 같은 거시적인 문제 외에도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학생들의 문제도 더욱 깊은 성격을 가지게 되면서 교사들은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능력을 요구받고 교육전문가로서의 넓은 마음과 관용과 같은 정서적 능력도 요구받는다. 

교사가 교육 전문가라는 것은 빠른 사회 변화의 와중에도 교육 과업에 적합한 지적·정서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에듀케이션 위크 홈페이지 캡처)

2018년 9월 5일 미(美) <에듀케이션 위크(Education Week)>에는 29년차 경력 교사 리처드 울만(Richard Ullman)이 쓴 ‘학생들을 운전석에 앉히지 마라( https://www.edweek.org/tm/articles/2018/09/05/no-teachers-shouldnt-put-students-in-the.html)’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학생 중심 교육의 유행 속에서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교사들이 교실에서 주도권을 가져선 안 된다는 압력에 따라 왜곡된 교육 문화가 자리 잡는 것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를 다르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사회와 학생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교육 전문가가 아닌 이들’을 운전석에 앉히지 말라!  

박석희 경기 마산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