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연간 조퇴 10번 쓴 교원 조사하라"에 교사노조 "법 보장된 조퇴 조사라니”
충남도의회 "학교의 교조, 교목, 교화 등 조사하라" 민원에 행감 중지...노조 "사과 요구"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 11일 경기도의원이 경기지역 학교에 '연간 조퇴 10번 이상 사용한 교원 현황'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교사들은 도교육청이 조퇴 횟수까지 보고하라는 지침을 도내 초중고교에 보낸데 대해  개인정보 침해 및 교사 복무실태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전면 거부하고 나섰다.

# 같은 날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천안·아산교육지원청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던 중 천안교육지원청에 대한 행정감사를 중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감기관(학교) 관계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민원을 제기했다는 것이 행감 중지 이유로 알려졌다.

도의회의 무리한 행정감사 제출 요구가 잇따르자, 학교 현장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회와의 충돌까지 일어나고 있어 감사 자료 요구를 둘러싼 갈등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의 경우 도교육청이 지난 11일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 안광률 의원의 행정사무감사 요구한 자료 가운데 '연간 조퇴 10회 이상 사용자 현황'이 포함돼 있어 문제가 됐다. 
 
안 의원은 이 요구 자료에서 2019~2020년에 한 해 10회 이상 조퇴한 교원 숫자를 적어 내도록 했다. 자료 조사 대상지역은 군포의왕, 안양과천, 광명, 고양, 동두천양주, 연천 등 6개 교육지원청 소속 학교였으며, 조퇴 자료를 요구한 이유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교원노조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교사노조는 이날 경기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이번 자료요구는 조퇴 등 복무 조사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할 수 있고 관리자(교장과 교감)의 복무 승인을 위축시켜 연가 사용 일수 내에서 보장되는 노동자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해당 자료의 수합과 제출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교조 역시 성명을 내고 "법으로 보장된 조퇴를 10회 이상 사용한 교원의 통계를 제출하라는 내용이 황당하다"면서 "이번 조사로 도의원이 제시한 10회를 바탕으로 교사들의 조퇴를 제한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다. 학교 현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료를) 요구하는 도의원의 무지와 수업보다 우선하여 업무를 처리하도록 급박하게 자료를 요구한 교육청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충남도의회에서 요구한 자료 제출 공문 캡처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는 행정사무감사 실시 중 감사가 중지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김은나 도의원이 ‘학교의 교조, 교목, 교화 등’ 조사자료를 다음날까지 제출하라고 한 요구에 교사가 민원을 제기하자, 민원제기 교사를 수업 중인 시간에 행감장 소환 하려다 감사 중지에 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철기 충남도의회 교육위원장은 “피감기관 관계자의 이 같은 항의성 민원은 도의회의 정당한 권한인 자료 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받아 들인다”며 “이는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근간을 흔드는 방해 행위로 행정사무감사 파행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남교사노조는 12일 성명을 통해 “김 의원이 요구한 자료가 정말 시급을 다퉈 하루 만에 제출해야 하는 것인지를 묻는 전화가 감사를 중단시키고 해당 교사를 소환할 정도로 위중한 사안인지 묻고 싶다”며 “감사로 인한 긴급한 자료라면 자료 요청시 사유를 적으면 해결될 일이다. 감사에 필요한 자료를 현장의 교사들이 이유 없이 거부할 리가 없고, 오히려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원 제기는 모든 국민이 갖는 기본적 권리”라며 “그럼에도 민원인의 정보를 보호하기는 커녕 일부 언론에 학교 소재지 및 학교 급까지 공개되고 있는 것은 누군가가 민원인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고 그 의도가 매우 불순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충남교사노조는 ▲도의원들의 각급학교로 자료 요구할 경우 자료 요구의 이유를 설명하고, 충분한 제출 기일을 보장할 것 ▲민원인의 정보를 언론에 흘린 당사자가 누군지 확인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 ▲학생 교육활동 및 교사 수업권을 침해하고 교사를 감사장에 소환하려는 시도에 대해 사과할 것 등을 요구했다.  

반면 교육위원회는 해당 교사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도의원, 국회의원의 무리한 감사자료 요구에 대한 교사들의 문제제기는 해묵은 논쟁이다. 2018년에는 ‘국회의원 요구자료 해도해도 너무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하는 등 해마다 교사들은 감사시즌 마다 ‘긴급’을 달고 하루 이틀 만에 조사해 내라는 공문 요구에 지친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1980년대 신문을 찾아봐도 무리한 공문을 통한 자료 요구 문제가 나온다. 그만큼 오래됐다는 얘기"라면서 "2000년대 이후에는 국회의원과 시도의회 자료 요구까지 겹치고 너도나도 하루이틀 만에 자료를 내라고 요구하니 학교 현장에서는 민원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교사들의 요구사항은 크지 않다. 요구하는 이유를 명기할 것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요구할 것 두 가지"라며 "국회와 도의회도 이제 데이터를 통해 수집할 수 있는 것은 통계자료를 이용하고 꼭 필요한 것만 학교에 요구하는 등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