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수능, 찬밥 신세 임용고사

(사진=JTBC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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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결국 강행되었다. 교원임용고사 얘기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드러나고 있는 추세지만 21일 예정된 임용고사는 진행되었다. 자가격리자들은 별도 시험장에서 응시할 수 있게 했다지만, 확진자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이로써 확진자들은 대학교 4년, 혹은 그 이상의 공부의 결실을 맺는 날을 하루 앞두고 시험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상황에 수험생들은 왜 노량진에 모였을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교원임용고사는 둘 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이다. 학교를 장소로, 교사들이 시험감독으로 차출되는 것도 똑같지만 시험에 대한 대우는 천지 차이다.

수능은 끝나자마자 각종 사이트에서 정답이 공개되며 가채점으로 등급 추정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기출문제와 수많은 문제집들을 바탕으로 독학이 가능하다.

그러나 임용고사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출제 문제에 대한 답도 알 수 없다. 자신이 보고 온 시험에서 어떤 문제가 틀렸는지도 알려주지 않고 자신의 점수만 공개된다.

시험이 끝나면 노량진의 강사가 자기 나름 만들어놓은 가답안을 바탕으로 채점을 하는 수 밖에 없다. 막상 실제 점수와 점수 차이가 100점 만점에 5~20점씩 나는 경우들도 흔하지만, 이것조차 없으면 의지할 곳이 없다.

합격한 사람도 자신이 무엇을 맞춰서 합격한지 모르고, 불합격한 사람도 왜 자신이 떨어졌는지 모른다. 그러니 기출문제가 쌓이더라도 노량진 강사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공부를 할 수 없는 환경이다. 

물론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같은 논술형 시험들도 정답을 공개하지 않는다.

실제로 수험생들이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채점기준을 공개할 경우 다의적일 수 밖에 없는 평가기준과 주관적 평가 결과 사이의 정합성에 대한 논란 가능성이 농후한 점, 업무 수행상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고 평가업무 수행 자체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큰 점” 등을 이유로 들어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채점기준을 공개할 수 없다는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임용고사 특히 중등 전공 시험은 기입형과 서술형이 80점의 100%를 차지한다. 논술은 교육학 20점 뿐이다.

분명한 정답과 채점 기준, 모범답안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기입형과 서술형 시험의 정답조차 공개하지 않고 정오를 알려주지 않으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1~2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와중에 무엇으로 떨어졌는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한 수험생들은 의지할 곳을 찾아 떠나는 수 밖에 없다.

 

(사진=JTBC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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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대책 쏟아지는데...'찬밥 신세 임용고사'


이는 이번 코로나19 대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능이 온 국민의 화두가 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와중에 임용고사는 조용히 치러질 상황이었다. 사실 원래대로면 수능은 11월 18일에 치러졌어야 한다. 그러나 개학이 늦어지면서 2주를 늦췄다. 반면에 원래 수능 예정일과 이틀 차이가 나는 임용시험 일정 변경은 없었다. 

수능에 대한 각종 대비책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국 각지에서 이동하여 시험 보는 임용고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

수능 시험실 책상 전면 가림막 대책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임용고사는 가림막 언급조차 없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시험을 보고 점심을 시험장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임용고사도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확진자 판정을 받으면 시험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검사를 받지 않고 시험장에 들어설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그런 사람들이 없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얘기들이 떠도는 것은 결국 임용고사를 준비하며 어떻게든 이 ‘깜깜이 시험’을 탈출하고 싶어하는 수험생들의 마지막 하소연 아닐까? 

최근 교원임용양성제도 개편과 임용 2차를 지역에 위임하는 방안들이 오가며 교원임용에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부디 이참에 임용고사가 찬밥 신세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