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중국, 가까운 듯하면서 이질감이 드는 곳이다. G2로 미국과 견주고 있는 중국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여전히 중국을 비웃는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 지리상으로 가까워 문화적으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중국. <에듀인뉴스>는 김현진 중국 대련한국국제학교 교사를 통해 중국의 도시에 살아가면서 느낀 문화 그리고 역사적 배경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현지에서 중국을 접하고 알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로 인해 중국의 현재 모습을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과거에 대한 이해와 미래를 예측해보는 작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알다가도 모를 중국!

대당불야성 보행가.(사진=김현진 교사)
대당불야성 보행가.(사진=김현진 교사)

대당불야성

[에듀인뉴스] 대안탑 남광장에서 쭉 남쪽으로 따라가면 대당불야성 보행가가 이어진다. ‘서방은 로마, 동방은 장안으로 통한다’라는 옛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안의 대당불야성 거리에 서면 이름만큼이나 멋진 옛 도시의 과거를 만날 수 있다.

실크로드 시발점인 시안은 당나라에 이르러 국제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한자문화권이라는 거대한 문화가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 남게 된 것도 당나라 때이며, 시안은 대당이라는 타이틀처럼 그야말로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로 발전한다.

쇼핑몰 안 대형 손오공 모습.(사진=김현진 교사)
쇼핑몰 안 대형 손오공 모습.(사진=김현진 교사)

대당불야성의 당인거리는 그 시절, 이 시대를 풍류했던 문인에서 장군, 황제까지 당인(唐人)들을 추억하며, 실크로드를 거쳐 세계로 향하는 그들의 기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대당불야성은 당나라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여 그 시절의 건축 양식과 예술의 화려함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어둠이 밀려오면 중국 특유의 멋있는 야경이 보인다. 2km 남짓한 이 거리에서는 붉은 담벽과 황금색 레이저 조명이 멋있게 조화를 이룬다. 마치 그 시절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대당불야성 거리는 현장법사가 서 있는 대안탑 광장으로부터 시작하여 이어진다.

대당불야성 보행가는 차량이 통제되어 관광객이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당나라 건물, 문화,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야경이 화려하며, 민간 악단이나 개인들의 거리 버스킹과 행위예술 등의 아트 공연들이 다양해 실크로드의 중요도시 위에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험난한 실크로드의 여정을 시작하기 전, 그 시절 동서양 교류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도시. 시안! 지금 봐도 정말 매력적인 곳인데 그 시대 때에는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신기하다.

대당불야성 보행가 안에서만도 여러 개 보이는 스타벅스와 한식집의 모습이 이채롭기만 하다.

섬서 역사 박물관 앞 모습.(사진=김현진 교사)
섬서 역사 박물관 앞 모습.(사진=김현진 교사)

시안박물관과 소안탑

새벽부터 비가 엄청나게 내린다. 와이프가 그래도 우산을 챙겨와 다행이지만 호텔에서 나오고 10분도 안돼서 운동화는 벌써 다 젖었다.

띠디를 타고 중국의 3대 박물관 중에 하나인 섬서 역사박물관으로 향하였다. 하루 4000명 무료 입장이라 일찍 서둘렀는데도 불구하고 우산을 쓰고 줄 서 있는 사람들로 박물관 앞이 복잡하다.

외국인들은 오른쪽에 있는 8번 창구로 가면 무료 티켓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는데 뭔가 이상하다. 무료로 들어가는 창구라고 들은 곳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없고, 한산하다고 들은 특별 전시회 전용 오른쪽 창구는 왠지 복잡하다.

번역기와 함께 8번 창구에 가서 물어보니 무료 표는 벌써 매진이 된 상황이고 오늘은 30원 정도 되는 유료표는 없고 300원 유료표 밖에 없었다. 오기 전 인터넷으로 검색하던 것과 다른 상황이 생기다 보니 황당했다.

운동화는 말할 것도 없고 옷, 가방도 함께 젖어 든다.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서로 나의 민원을 해결해주려고 한다.

내일은 무료표가 있지만 오늘은 300원 유료표 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서야 택시를 잡아타고 가까운 시안박물관을 가기로 하였다.

병마용 1일 투어에서 만난 한국인 가족들이 어제는 여유롭게 섬서 역사박물관을 다녔다고 하던데 오늘은 비까지 맞으면서 들어가지 못한 점이 조금은 아쉽다.

이번 섬서 역사박물관만 보면 중국의 4대 박물관을 모두 다 섬렵할 수 있는 건데 또 언제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아쉽기만 하다.

섬서 역사박물관은 산시성 일대에서 출토된 신석기 시대부터 청나라에 이르기까지의 38만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진나라와 한나라, 위진남북조, 수나라, 당나라의 수도였던 시안이기에 국보급 문화재가 많기로 유명하다. 1, 2, 3전시실과 유료인 특별전시실로 구성이 되어 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가까운 곳의 시안박물관을 행선지로 잡아 택시를 잡아 탔다. 택시기사님은 머리를 길게 길러 뒤쪽으로 묶었는데 한족이 아닌 이민족인 듯하다. 친절하게 우리를 시안박물관 앞으로 데려다 주셨다.

여행 책자에서 본 바로는 시안박물관은 섬서 역사박물관에 가려져 있지만 생각보다 잘 구성되어 있고 볼 것들이 꽤 많다고 하였다. 박물관에서 관람할 때는 내가 알고 있는 여러 역사적 사실들과 비교하며 사고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시안 박물관.(사진=김현진 교사)
시안 박물관.(사진=김현진 교사)

섬서 역사박물관을 가느라 지친 몸과 마음이 시안박물관의 넓고 훌륭한 시설들로 치유가 되는 느낌이다.

중앙 홀에 들어서 지하로 내려가면 예전 시안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장안시내 모형도가 있다. 국제도시이며 계획도시답게 사각형 모양의 성곽으로 둘러 싸여 있고 성곽 안에는 네모 구조의 반듯반듯 한 길과 건물들이 있다.

우리 나라의 경주(금성)도 당나라를 통해 온 많은 사람들로 인해 국제도시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들었다.

시안 박물관 전시물.(사진=김현진 교사)
시안 박물관 전시물.(사진=김현진 교사)

전시품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실크로드의 관문이었던 시안의 옛 모습과 오늘날, 천 여 년 전 제작한 당삼채 도자기, 당나라 시대의 미인상이라고 하는 후덕한 양귀비 스타일의 여성들을 표현한 토기들,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온 아랍인들의 특징이 살아있는 얼굴과 표정, 수염과 낙타 등이 인상적이었다.

서역인들, 낙타마다 다 특색이 있고 그 위에 올린 물건들이 생생하여 그 당시 교역의 모습들을 알 수 있었다.

박물관을 다 관람한 뒤에도 비는 계속해서 온다. 날씨가 맑았다면 시안 성벽을 올라가 자전거를 탈 생각도 했었는데 깨끗이 접어야 했다.

중국 여행을 하면서 이럴 때가 많다. 워낙 넓은 땅에 볼 것들이 많으니 볼 상황을 놓치면 또 언제 와서 다시 볼지 모르니 말이다.

박물관을 나서는데 박물관 앞 조경들이 너무 예뻐 잠깐 비를 맞으면서 마지막 산책을 해본다. 그러고 보니 연못 건너로 대안탑과 비슷한 탑이 보인다. 소안탑이 시안박물관 옆에 있다는 기억이 나 여행 책자를 다시 꺼내보았다. 소안탑이 맞다.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 몰랐는데...

소안탑.(사진=김현진 교사)
소안탑.(사진=김현진 교사)

소안탑은 707년 승려 의정이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불경을 가져온 것을 보관하기 위해 세워진 탑이다. 지금까지도 초기의 외양과 내부가 잘 보존된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린 밀첨식 탑이다.

지진에 의해 세 번이나 갈라질 정도로 손상을 입었으나 다음날 저절로 복구되었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기적이 아니라 건축술 자체로 조금은 가능했던 일이다. 현대에 복구해서 지금 균열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안탑, 소안탑의 유래는 기도에 정진하여 굶어 가던 승려의 호소에 하늘의 기러기가 떨어져 그 끼니가 되어준 설화를 들은 현장이 장안에 돌아와 기러기의 은덕을 기려 안탑이라 하였다고 한다.

대안탑 하나만 있을 때에는 안탑이었다가 나중에 소안탑이 지어지면서 대안탑과 소안탑으로 구분되게 되었다. 대안탑에 비해 작은 소안탑이지만 비와 함께 나름의 운치가있고 주위의 작은 공원과 함께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소안탑 앞 건물.(사진=김현진 교사)
소안탑 앞 건물.(사진=김현진 교사)

역사 도시 시안을 떠나며...

어릴 때부터 보고 들어왔던 중국의 고대 도시, 시안. 중국에 오면서 시안의 존재를 잠시 잊고 있었다. 가족들과 중국 여행을 하면서 꼭 가보고 싶은 도시로 손꼽아 왔던 곳이다.

첫 번째 여행 계획을 세우고 취소하고 2박 3일 짧은 일정으로 다시 계획을 세우면서도 장소 하나하나 욕심이 많이 났던 곳이 많다.

인근의 낙양(뤄양), 오악으로 알려진 화산, 그리고 중국의 3,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알려진 섬서 역사박물관을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무엇보다 크다.

우리나라의 삼국통일과 관련이 있는 당나라 수도 장안, 서역에 있는 여러 나라들과 교역을 했던 길, 실크로드. 지금처럼 교통이 좋은 것도 아니고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갈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삼국 시대 우리나라의 여러 사람들도 그곳을 오갔을 텐데 말이다.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에서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다’라고 이야기 하였다. 근래 신실크로드를 앞세워 중국몽을 실현하려는 중국의 모습에서 실크로드의 흔적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김현진 중국 대련한국국제학교 교사
김현진 중국 대련한국국제학교 교사